[봉사] 아이와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

너에게 주고 싶은 선물

by 시애틀 도로시

시애틀 밸뷰지역은 MS, 구글, 아마존 등 세계적인 기업이 몰려있다. 거대한 IT기업이 몰려있다 보니 돈을 잘 버는 사람도 많고 신흥 부자도 많고 소프트웨어 창업자들이 살아서 유명해지기도 한 지역이다. Medina, Clyde hill 지역 등은 으리으리한 저택이 즐비하고 시내 거리에는 고급 승용차가 가득하다. 지금도 높은 연봉을 받고 전 세계 탑티어 엔지니어들이 몰리는 동네이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밸뷰에도 가난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운전하다 보면 구걸하는 사람은 늘 있고 동네 구역마다 분위기가 매우 달라서 놀라곤 한다. 나도 직접 밸뷰에 가보지 않았을 때는 그저 부자동네로만 알았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니 여기도 명과 암이 존재했다.


딸과 엄마가 함께 하는 봉사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한 지도 2년이 지났다. 이 단체는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100년이 넘은 비영리 봉사단체인데 딸과 엄마가 함께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단체를 통해 최근에는 밸뷰 지역에 있는 비영리 자선단체에서 하는 봉사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이 단체는 저소득 가정을 위한 많은 일을 한다. 코스트코, 홀푸즈 등 다양한 그로서리 샵에서 기부받은 음식들을 나누어 주는 일, 이민자들을 위한 저녁 영어 프로그램,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을 위한 애프터스쿨 수업 활동, 땡스기빙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홀리데이 파티, 생활필수품 등을 기부받아 전달하는 일 등 크고 작게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큰딸은 현재 이 단체에서 일주일에 2번을 봉사하고 있다. 평일에는 이민자를 위한 영어수업에서 조교를 하고 있고 토요일 아침에는 도네이션 받은 음식들을 분류하고 나누어주는 일을 하러 다니고 있다. 나도 평일 영어수업은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대부분 히스패닉 이민자들이다.


단계별로 3개의 클래스로 나누어져 있는데 대부분 낮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저녁 수업이 활성화되었다고 한다. 수업을 하시는 선생님들 역시 은퇴한 선생님들이시다. 나이가 지긋하신 미국 할머니들이신데 봉사를 하시는 것도 모자라 늘 집에서 맛있는 쿠키며 컵케익을 만들어오셔서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신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 딸과 함께 수업준비와 뒷정리를 하는 우리에게 늘 고마움을 표시하신다.


내가 나이가 들면 저분들처럼 꾸준히 누군가를 위해서 봉사할 수 있을까? 근데 말이다. 무언가를 어릴 때부터 꾸준히 해온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하지 않을까?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가니까. 지금 나와 함께 봉사를 하는 내 딸은 나중에 저 할머니처럼 할 수 있지 않을까?


봉사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에 딸아이에게 물었다. "너는 나중에 직업이 생기고 바빠져도 봉사 계속할 거야?" 그랬더니 내 딸은 그런다. "응 엄마. 그냥 운동 같은 거야. 계속하다가 안 하면 좀 이상해. 나도 나중에 딸이랑 같이 봉사하러 다닐 거야."


생각해 보니 우리 봉사단체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줌미팅 때 우리 봉사단체에 3대 모녀가 함께하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우리도 그 주인공이 되려나?


어릴 때 추억은 너무 소중한 것 같다. 특히 19살이면 혹은 그 이전에라도 대학을 가게 돼서 멀리 떨어지는 이 미국에서는 더더욱. 특히 주립대가 단 1개뿐인 이 지역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이와 멀리멀리 떨어지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어있어 그런지 큰딸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소중하다. 이제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4년 남은 건데.. 그 시간을 알차게 채우고 싶다.


봉사를 다니며 얻는 수확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큰딸과 많은 대화를 하게 된다. 차로 이동하면서 일을 하면서 계속해서 아이와 함께 눈을 맞추고 대화를 하게 된다. 집에 있으면 식사나 일상적인 대화 말고는 대부분 자기 방에 있는데 말이다.


둘째, 아이가 밖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게 된다. 가장 가까운 엄마라지만 아이가 학교에서 사회에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며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모두 다 알기는 어렵다. 봉사활동을 하며 만나게 되는 많은 사람들, 새로운 환경 속에서의 대응모습,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아이를 곁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나도 처음인 이 환경 속에서 아이와 유대감이 깊어지는 걸 느낀다. 엄마도 새로운 게 어렵기도 하고 어떤 걸 잘 못하기도 하는구나. 특히 영어ㅋㅋ 맨날 집에서 지시하고 명령하고 잔소리하던 우리 엄마도 이런 게 어렵고 서툴구나. 자연스럽게 서로를 이해하고 도와주게 된다.


셋째, 미래 진로 탐색에 이만한 게 없다. 아이가 사람과 소통하는 일을 좋아하는지, 혼자 탐구하는 영역의 일을 좋아하는지, 어떤 산업에 관심 있어하는지. 다양한 단체에서 꾸준히 활동하다 보면 조금씩 내가 어떤 직업을 가지면 좋을까라는 물음에도 가까워진다.


부모 자녀뿐만 아니라 친구들끼리도 특별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우정을 쌓을 수 있다. 요즘 우리 딸이 하는 장애인을 위한 수영 봉사에는 수영을 좋아하는 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도록 권유했다. 먼저, 봉사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친구들의 부모님들에게 이메일로 봉사활동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전달했다. 2명의 친구들이 함께 하고 싶어 했고 현재 매주 금요일마다 함께 스페셜 친구들을 위한 수영 버디가 되고 있다. 학교 밖에서 봉사를 하며 즐겁게 추억을 쌓는 우정이 참으로 기특해 보인다.


물론 나는 그만큼 운전해야 하고 그만큼 하루가 바쁘고 내 시간이 줄어들지만 4년 후면 내 품을 떠날 큰딸을 생각하면 뭐 또 그렇게 억울하진 않다. 시간이 가는 게 아까울 뿐이다. 어떻게 하면 이 아이와 함께 더 좋은 시간을 보낼까 고민하게 된다. 내가 줄 수 있는 가장 귀한 선물이 무엇일까, 이 아이는 나중에 어떤 나의 모습을 기억하게 될까, 이런 것들을 생각하다 보면 그 끝에는 봉사가 있다. 나만을 생각하기보다 주변을 둘러볼 줄 알고 배려할 줄 알고 행동할 줄 아는 건강한 마음을 갖고 산다면.. 우리가 비행기로 열 시간 넘는 거리에 있다 하더라도 난 그 아이를 믿고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것 같다. 그렇게 살아가면 결국은 그게 본인 자신을 위한 길임을 나는 살아오며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봉사는 자녀에게 빌딩, 아파트보다 더 귀한 자산을 주는 것이라 확신한다. 어릴 적 엄마와 함께 봉사하던 시간이 아름다운 그림처럼 아이의 마음에 남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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