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Free ka!
예전에는 고수 여행자들은 인도로 간다고 했으나 이제 대세는 아프리카.
그런 아프리카 대륙에, 대체 사람들은, 무엇을 하러 가는 것 인가.
아프리카는 나라가 아니라 대륙이고, 그 안에는 각각 문화가 다른 54개의 나라가 있으며, 국가에 따라 그 안에 또 여러 종족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아프리카 전부를 다녀온 게 아니고,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 중에서도 맨 남쪽 끝에 달려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라는 국가에 살다가 한달전에 돌아왔고, 남부아프리카 일부 국가를 여행했을 뿐이다.
붙임: 남아공은 영국식 영어를 사용하면서 가격은 저렴하다고 조기유학을 보내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남아공 국적자는 우리나라에서 영어 원어민교사로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남아공의 공식언어는 무려 열 한 개라서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남아공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2개국어 이상은 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여행한 사람들보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대륙인데 너무 많이 기대하면 사람들이 실망할까봐 노파심에 한소리 쓴소리 헛소리.
사파리는 진짜 야생의 세계일까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케냐의 마사이마라, 남아공의 크루거 국립공원을 비롯해서 수많은 사파리와 게임리저브Gamereserves에서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동물을 접하기가 쉽다. 케이프타운 근처에서도 자동차로 서너시간만 가면 코뿔소나 사자등을 볼 수 있는 사파리 테마파크가 많이 있다.
그런데, 엄밀하게 따지자면 인간들이 방문하는 그들의 구역은 이미 순수한 자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프차를 탄 인간 무리들이 매일같이 출몰하고, 심지어 새끼사자와 산책하기나 치타를 만지며 사진을 찍는 프로그램까지 있는 그 곳이 과연 진정한 야생일까?
그곳 사람들은 동물원을 반대한다. 우리에 동물들을 모아놓고 창살 너머로 구경하는 짓이 잔인하기 때문에 대신에 사파리safari 라는 이름의 창살없는 거대한 야생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다. 면적 자체가 굉장히 넓으니까 먹이를 넣어주는 동물원과는 달리 동물들의 생활환경은 그대로 유지될 수 있다. 인간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이미 백퍼센트 야생동물 구역은 침해받은 셈이지만, 이렇게 비난하는 나 또한 내 눈앞에 얼룩말이 서 있고, 저 멀리 나무 사이로 기린이 보이니까 흥분해서 감탄하며 사진을 찍어대고 있었다.
이기적인 인간 중 하나로서, 이미 인간의 손이 닿은 거라면, 최대한 자연친화적인 사파리를 하자는 입장이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라이온파크 Lion park에 가서 사자를쓰다듬으며 사진을 찍어 프로필 사진에 올려놓고, 철창안에 들어간 채 잠수를 해서 상어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샤크다이브 Shark dive 를 할 곳을 검색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나와의 셀카를 찍는 동안 줄곧 잠을 자고 있던 사자는 동물원 측에서 약을 먹인 거라는 소리를 들은 순간, 나 역시 동물학대에 한 몫을 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동물원측에서는 훈련을 시켰다고 말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야생사자가 훈련이 된다는 것 자체도 모순이지 않은가.
돌고래와 수영을 하는 프로그램도, 바닷속에 거대한 울타리를 쳐 두고 돌고래를 가두어놓은 것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정말로 돌고래를 사랑한다면 바다에서 서핑을 나갔을 때 우리 눈앞에서 점프하는 장면을 보며 행복해 하거나, 돌고래가 많이 출몰하는 먼 바다로 배를 타고 이동해서 수영을 하는 동안 그들을 볼 수 있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그런 고래보호적인 프로그램에 참가해야 한다. 나아가 아프리카에서는 거의 없지만, 일부 아시아 국가의 코끼리타기나 돌고래 쇼도 아예 참여자체를 하지 않아야 한다. 수요가 없어야 공급이 없다. 체험하기전에 미리 검색을 해 보았으면 한다.
아프리카 음식을 맛보고 싶다?
심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원하는 “진정한” 아프리카 여행에서 맛집 투어는 배부른 소리다.
고급 레스토랑에는 평일에도 예약이 꽉꽉 들어차지만, 타운쉽 근처의 주거지역에서는 아침마다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초인종을 눌러 먹을 것을 구걸하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남은 음식을 챙겨가는 문화가 (바람직하게) 자리 잡혀있는데,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과 마주치면 포장해서 들고 가던 음식을 건네 주는 것도 자연스럽다.
집에서 파티를 해서 초대했던 사람들이 사다 준 케잌이 너무 많아서, 한조각만 잘라먹은 케잌을 동네 노숙인들에게 가져다 준 일이 있었다. 이걸 불쾌하게 받아들이면 어쩌지 싶어서 가는 길 내내 걱정했는데, 예상과 달리 너무 고맙게 받아 주어서 다음에는 남은 음식이 아니라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져다 드려야지 하다가 기회가 없어서 그냥 돌아오고 말았다.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음식을 섭취하는 가난한 나라에서, 우리 같은 여행자들이 먹을만한 음식은 없다. 현지인 가정에 초대받아서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집 밥을 먹는 게 아니라면 외국인 대상 식당이 없을 거다. 변변한 슈퍼마켓이 없으니 버터나 유제품을 사기 어려운 곳도 많고 100% 오렌지주스는 존재하지도 않고 과일은 바나나가 전부인 경우도 많단다. 역사가 오래된 대륙이다 보니, 우리나라의 김치찌개, 스페인의 빠에야, 이탈리아의 파스타, 태국의 똠양꿍 처럼 당연히 아프리카 국가들도 그들 고유의 음식이 있다. 그러나 그걸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문제인 것이다. 한식의 세계화를 외치며 우리 음식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외부 사람들이 한국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수고를 할 겨를이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여행자들이 많은 곳에서는 세계 어디서도 먹을 수 있는 서양 음식점이 즐비하다. 현지인들이 많은 곳에서는 싸고 맛있을 현지 음식을 팔고 있겠지만, 그들의 음식과 언어를 모르면 주문을 하기도 어렵고 무엇보다 그런 곳을 찾을 방법이 없다. 남아공을 떠나 여행하다 보니, 먹을 건 치킨밖에 없는데 위생이 걱정되거나, 그나마 그럴싸한 현지식당을 들어가니 그럭저럭 먹을만한 치킨은 있는데 함께 먹을 샐러드라고 나온것이 소금을 잔뜩 친 짠 양상추 였다. 그러니까 먹게 되는 게 늘 익숙했던 피자나 파스타 등인데, 여행자들이 찾으니 가격은 현지 물가에 비해 턱없이 비싸다. 맛있는 현지음식을 좀 경험하고 싶은데..
한국사람 입맛에 맛는 아프리카 음식을 편하게 먹고 싶으면 이태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현지인과 교류하고 싶으면 돈을 내시오
마사이족과 함께 점프를 하는 아프리카스러운 멋진 사진을 남기고싶으면 돈을 내야 한다.
상반신은 옷을 아예 안 입고 온몸을 진흙으로 칠하고 다니는힘바족과 사진을 찍고 싶어도 돈을 내야한다.
관광지가 아닌 현지인들만 살고 있는 곳은 관광객을 환영하지도 않을 뿐 더러 거기까지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커녕, 어디에 있는지 조차 정보 공유가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 혹시 누군가 길을 잃어서 운 좋게 현지인의 도움을 받았는데 그렇게 해서 그들만의 공간에 접근할 수 있었다고 치자. 그 귀중한 정보가 공유되기 시작하면 당연히 사람들이 몰리고, 그러다보면 그들도 아무런 대가없이 본인들의 공간을 낯선이들에게 보여줄 리가 없다. 혹시라도 아무도 찾지 않았던 신비로운 그들만의 공간에 발을 딛었을 때, 방어본능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이방인을 공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염두해야 한다.
나미비아에서 만난 일본인 청년이 남아공으로 들어가는데, 대부분의 아프리카 여행자들이 이용하는 직선도로를 이용한 국경이 아닌, 동서쪽 루트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지도를 보니 국경이 있기는 한데, 그리로 다니는 사람들은 분명 근교의 현지인들 뿐일 거라서 출입국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그러면 다른 국경으로 가는 길이 산으로 막혀 있어서 다시 열 시간을 빈트후크로 올라갔다가 다시 열 시간을 내려와야 할지도 모른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출입국에 문제가 없더라고 하더라도 관광객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치안 문제도 있다고 설명은 하면서도, 운이 좋으면 더 빨리 싼값에 이동할 수 있을거라고..전혀 도움 안되고 더 혼동되기만 한 설명을 주절주절..그러나 일주일 후 들은 소식은, 그가 다행히 계획대로 그 국경을 잘 넘었다고 했다. 행운이 깃들어 정말 멋진 경험을 할 수도 있기는 하다. 이렇게 성공하면 좋은건데, 위험을 감수하면서 모험을 하기에 나는 아직 그렇게 용감하진 않은 것 같다.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많은 이들이 한국인이 없어서 영어를 배우기 좋은 환경이면서 일자리 기회가 있는 곳을 검색한다. 한국인이 없는 곳은 정보도 없을 뿐더러 이방인들을 위한 영어학원이나 일자리는 커녕 숙소찾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여행자가 없는 곳은 인프라가 없어서 차편을 찾기도, 식당을 찾기도, 숙소를 찾기도 어렵다는 점을 꼭! 명심,명심 할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으로 감동시키다가도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데 주유소도 화장실도 없어서 당황시킨다. 검고 고운 피부에 잘 어울리는 원색 드레스를 입은 아프리카 아줌마들의 웃음소리가 처음에는 기분이 좋좋은데, 한 시간쯤 같이 차를 타고 가다보면 커다란 엉덩이를 들이대서 내 자리를 빼앗거나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다로 귀를 막게 되는 경우도 있다. 초원만 펼쳐져 있을 줄 알았는데, 에메랄드 빛의 아름다운 바다가 감탄을 자아내고, 하늘과 구름마저 예쁜 곳이다. 동네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문에 길을 걷기가 무서웠는데, 친절한 흑인언니 다가와 본인은 현지인이니까 괜찮을거라며 나를 데려다주기도 한다.
아프리카는 너무너무 재미있는 대륙이다. 환상을 갖지 않고 가면 너무도 환상적인 곳.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받아들이는 이곳은 아프리카. This is Afr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