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A (This Is Africa)

Ah,Free,ka!

by 슈나
버스가 우릴 버리고 떠났다...

10시 15분에 잠비아 리빙스톤에서 출발하는 루사카 행 버스가 무려 한시간 넘게 빨리 떠나버렸다.

버스가 오긴 한거냐고 물었더니 분명히 터미널에 있었다고 한다.

한시간 연착도 아니고, 한시간이나 일찍 떠나버리는게 말이나 되냐고! 여긴 아프리카인데!

....아프리카니깐 별일이 다 생기지.


온라인으로 예매한 인터케이프 버스 티켓에는 출발 30분전까지 터미널로 오라고 쓰여있었다.

그래서 아침에 느긋하게 헝그리 라이온에 가서 치킨도 먹고 9시 반쯤에 슬슬 택시를 잡아타고 터미널로 갔다.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9시 46분! 1분 늦었지만 버스가 출발하기 29분전에 도착한거고,

사실 버스가 늘 제시간 보다 조금 늦게 출발해왔다..


그런데 우리가 티켓을 내밀자 사무실앞에 모여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이상하다....뭐라고 말을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순간, 스태프 중 한명이 우리가 있던 택시에 올라타더니, 버스가 이미 출발했다고 우리도 빨리가서 버스를 따라 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건 뭐지 싶었지만, 같은 방향으로 따라가다보면 먼저 출발했다는 버스를 잡을 수 있을거라고...

그래, 그럼 그걸 타면 되지 뭐, 하고 있는데 그 스태프의 말이 이상하다.

우리보고 자꾸 늦게 왔다고 늦게 왔다고...버스가 좀 멀리 간거 같다고...

우린 분명 30분전에 와서 명백히 늦은게 아니라고 따지자, 그래도 버스는 진작에 출발했다고, 너희가 늦은거라고 한다. 그제서야 택시 기사청년은(그는 호스텔앞에 상주하던 분) 우리가 헝그리 라이온으로 치킨먹으러 갈때 인터케이프는 이미 호스텔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말한다.


...우리 안 늦 었 다 고! 늦은거 아 니 라 고!! 버스가 일찍 가버린거라고!!

옥신각신 15분 가량을 달려가봤지만, 이미 늦어서 버스는 멀리멀리 떠났다며 우리보고 사무실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근데 우리는 오늘안에 루사카 돌아가야 다음날 탄자니아 행 비행기 타는데..

이미 짜증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침착해야 한다.

그래..그렇다면 다음차에 우리를 태워주고 택시비를 해결해 준다면 이해해 주겠어..

그러나 인터케이프 버스는 하루에 한대밖에 없으니깐 환불해주고 훨씬 저렴할 로컬버스를 태워주겠지. 그정도는 참아줄 수 있어. 오늘안에 루사카만 보내준다면.


근데..

내내 전화기를 붙들고 있던 이 스태프 말이, 리빙스톤 지점 매니저가 택시비는 커녕 환불도 거부한다고 한다.

그래, 일단 매니저 만나러 사무실로 돌아가자고!!!

불쌍한 택시기사 청년은 우리와 커다란 짐을 싣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서...


사무실에 도착했는데, 말이 사무실이지, 그냥 공간. 창고.

게다가 깡마른 무서워보이는 흑인남자가 매니저라고 한다.

우릴 보더니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말한다.


"버스표에 한시간 일찍오라고 써있어. 니네가 늦은거야."


우리...안! 늦! 었! 다! 고!!!

이 티켓을 봐라, 30분전에 오라고 해서 우린 딱 30분 전에 왔다,

10시 15분 차가 왜 10시도 안되어 출발을 하냐,

나 당장 오늘밤에(사실 내일이지롱) 비행기 타야하니깐 대책을 마련해라,

라고 분노의 컴플레인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말한다.


니네가 온라인에서 받은 티켓은 우리 사무소에서 끊어주는 것과 다르다,

온라인 예약을 했으면 사무실와서 재확인을 해야지,

사무실에서 끊어주는 티켓에는 분명 한시간전에 오라고 써 있다,

그래서 사람들이 한시간전에 오는데 다들 빨리 출발하자고 난리라서 일찍 떠났다.

니네가 늦은건데 우린 온라인티켓은 환불 못해준다,

여기 고객센터에 이메일 보내라,

저기 앞에 터미널 가면 다른 버스 많으니 잡아타고 가라.

.....는 게 그 인간의 입장.


온리인티켓과 오프라인티켓이 다른건 니네 회사 잘못이니 그걸 우리 탓으로 돌리냐고,

그럼 일단 니네가 버스 따라잡으러 가라고 했으니깐 택시비 내주고 다음 버스티켓 구해달라고 따지니

본인 책임이 아니고, 죽어도 아무것도 못해준단다.


그러면서 정말로 사무실에서 발급해주는 티켓을 보여주는데, 거기엔 정말로! 1시간 전에 오라고 써 있다!!

이거 뭐야!!


그래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티켓이 다른건 우리잘못이 아니고 니네 회사 잘못이니까 매니저인 네가 책임져야한다...고 설명+애원+부탁+불만 을 어필하는데,

무조건 모르쇠로 일관한다. 그래, 급한건 네가 아니라 우리지...아이고 아이고...


열받고 짜증나 죽겠는데 불쌍한 택시기사청년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요금 받기만 하염없이 기다린다. 더 미안하게 짜증도 내지 않는다.

일단 죄 없는 택시기사를 보내야 한다.

매니저라는 사람이 저렇게 뻔뻔하게 나오는데 결론이 안보이고 하염없이 기다리기엔 10분후엔 로컬버스마저 출발한단다.


결국,


우리돈으로 택시비를 주고...기다려줘서 고맙고 미안해서 약간의 팁도 더 주고...

우리돈으로 로컬버스를 끊었는데, 짐 실어야 하니 그 돈도 내란다(인터케이프보다 훨씬 싼 값에 놀랐다. 하지만 미니버스인걸...큰 짐이 걱정되어서 사람들이 타고 내릴때마다 자꾸 뒤를 보며 확인을 해야 했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솟아 올랐지만 참을 수 밖에 없다.

택시청년과 스태프가 표 끊는 것 부터 우리 짐 옮기는 것까지 다 도와주고 챙겨줘서 무사히 미니버스에 탑승했지만...아....6시간 덥고 불편해 ㅠㅠㅠㅠㅠㅠ


하지만 역시 죽으란법은 없다.


미니버스(합승봉고 수준)라서 가족같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차장청년이 친절하다.

그래서 전화를 빌려서 루사카에 도착하기전에 예약한 백패커스에 전화로 픽업요청을 할 수 있었는데,

루사카 버스터미널은 말그대로 카오스였다. 여기서 픽업나온 사람을, 그 사람은 우리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했는데, 불행중 다행으로 청년전화로 한거라서 번호가 남아있었나보다. 픽업 나온 택시기사님이 차장청년에게 전화를 하셔서 우릴 찾아와주셨다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이메일로 분노의 컴플레인을 작성했다.

남아공 돌아가면 전화 터지마자마자 내가 전화를 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돌아온 남아공에서 전화를 했다.

당연히 처음 전화를 받은 상담원은 소비자불만 센터에 보내겠다고 하고, 결국 돌아온 사과메일에는 앞으로 직원관리를 제대로 하겠다, 그리고 네 티켓의 일부에 해당하는 바우처를 보내줄테니 다음에 사용하란다.

...다신 인터케이프 안탈건데요.



나중에 미니버스에서 친구랑 한 얘긴데,

리빙스톤 사무실 매니저가 너무 험상궂어보여서 우릴 끌고가 죽일까봐 둘 다 내심 쫄아있었다.

그가 전화를 할때마다(영어로 말하지 않으니깐) 우리를 팔아넘기는 건 아닌지 둘다 조마조마 했었다고 말하며 빵 터졌다.

그래, 몸 성하게 루사카까지 온게 어디냐.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날때마다 되뇌인다.

TIA...
This Is Afri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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