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아프리카를 원하십니까.

Ah, Free ka!

by 슈나

We Save Africa?!?!


작년 언젠가, 여기 케이프타운 사무실 그룹대화창에누군가가 유튜브 링크를 올려서 다들 깔깔거리며 봤던 동영상이 있다. 서양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서 인식하고있는 게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풍자하는 시리즈였는데 첫번째 동영상은 퀴즈쇼에서 시작된다.


서양의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아프리카 여행이 상으로 걸린 퀴즈쇼가 나온다. 우승후보자는 최종 문제 하나만을 맞추면 “미개한” 아프리카사람들을 구하러 날아갈 수 있다.

“아프리카는 몇 개의 나라인가요?” 라는 마지막문제에 우승후보자가 “한 개”를 선택하자, 팡파레가 울리고, 퀴즈에서 우승을 해서 아프리카로 갈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쥔다.

…….아프리카는 두번째로 큰 ‘대륙’으로 아프리카 대륙 안에는 54개의 나라가 있다. 한덩어리아프리카라는 나라가 절대 아니고 각기 다른 나라들이다. 보츠와나 미니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사람들 중 한명이나에게 한국인과 중국인은 어떻게 구분하냐고 묻자 다른 사람이 대신 대답해줬었다. “보츠와나 사람이랑 짐바브웨사람이랑 구분할 수 있냐는 거랑 비슷한거 아닌가?” 우 문 현 답!


동영상의 두번째 이야기는 퀴즈의 우승자가 날아간 아프리카의 한 마을이 배경이다.

그 여성은 한 어린이에게 다가가 초콜릿이었나 콜라를 주면서 이걸 본적이 있냐고 묻고,아이는 한입을 먹고는 마치 태어나서 처음으로 맛보는 환상적인 맛이라는 듯 황홀한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잠시 후 감독이 컷!을 외치고 카메라가 꺼지자마자, 연기하기 피곤하다며 먹던 걸 내려놓는다. 물론 핸드폰으로 스카이프도 하고 있다.처음에 여기왔을 때, 남아공 심카드를 끼우고 카톡에 답변을 하자 몇 친구들이 꽤나신기해했다.

“아프리카에서도 카톡 할 수 있어?”

...그래, 다 되지 그럼! 카톡 뿐만 아니라 라인, 왓츠앱도 다 돼! 우리도 전기있어! 컴퓨터 핸드폰 다 있어, 전부 다!!! 다 똑같아!!!!!



천원으로 죽어가는 아이를 살릴 수 있다는 등의 구호단체의 말이 거짓말은 아니다.내가 직접 보진 않았지만 일부 아프리카 나라에서는 아직도 식수공급이 되지 않아 정말로 물을 길러 반나절을 걸어가야 하는나라도 있을거다.

남아공속에 콩알처럼 들어있는 나라안의 다른 나라 레소토에서는, 아직도 말을 타고 이동하거나 한없이 걷는 사람들을 만났었다. 변변한 슈퍼마켓 조차 보이지 않던,과거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 했던 하늘왕국 레소토에서 차 바퀴가 펑크나서 도로에 주저 앉았었다. 국경쪽이 아니라서 도로에서 차를 보기가 드물고, 심지어 도로로 양떼를 몰고 다니거나 말인지당나귀를 탄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었는데, 다행히 한참 후에 미니버스 한대가 지나가길래 멈춰 세웠다.그안에 타고있던 건장한 청년들이 대여섯 내리더니 다같이 힘을 모아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 해 준 덕에 이동할 수 있었는데거듭 고맙다고 인사하는 우리에게 그들은, 돈을 요구했다.


순수한 아프리카 사람들을 만나서 여행을 온다면 그 전에 생각해봐야 할 몇 가지가 있다.


아기들의 입맛이 순수한 이유는, 순한 음식을 먹이기때문이다.

자라면서 한번 단맛에 노출되기 시작하면 점점 더 달콤한 자극을 원하게 된다.우리나라 꼬맹이들도 먹는 떡볶이를 서양인들이 먹을 때 눈물까지 흘려가며 맵다고 야단인 건, 그렇게 매운맛을 맛본 적이 없어서인데 그러다가 점점 매운맛에 중독되어 불닭을 가볍게 소화하는 경지에 이른다.자연과 어울려 살며 문명의 이기와는 거리가 멀던 시골 동네에 관광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현지인들은 더 이상 순수하게 남아있을 수 만은 없다.

순수하려면, 외부에서 유입되는 유혹이 없어야 한다.


지구상 최빈국 중 하나라는 말라위에서 만난 해맑은 아이와 사진을 찍었는데,그 아이가 사진의 댓가로 돈을 요구한다면? 물론 씁쓸하겠지만, 아이가 속세에 물든건 누구의 잘못인가?

(그런데 그게 만약 미국이었다면, 동네 놀이터에서뛰어노는 아이들과 함부로 사진을 찍는다면, 부모가 그걸 너그럽게 허락할까? )


나의 삶의 터전에 침입해서 구경하고 가는 이방인들이 늘어나고, 그들을 상대로 돈벌이가 커지면 당연히 돈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슬슬 눈이 가기 시작할거다. 게다가 white guilty 라고 해야하나, 자기보다더 불편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돕고 싶은 마음이 드는건지 아니면 본국에서보다 훨씬 저렴한 물가에 지갑이 슬슬 열리는건지, 여튼 결국엔 그렇게 여행자들이 현지 물가를 올려 놓는다. 여행객들은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이고 그런 모습을 만난 여행자들은 실망을 하는게 당연하지만, 당장의 생계가 달려있다면 나에게도 외국인은 돈벌이수단일 뿐일 거다.

당연히 그 중에도 아무런 금전적 이득없이 순수하게 도와주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런 마음이 없는걸 아는데, 그 호의를 받는 입장에서도아무 의심없이 고맙게만 받아지지 않는다. 이사람들은 무슨 의도로 나에게 접근하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먼저 든다.



남아공에 스타벅스가 들어온다는 소식이 나 역시도 달갑지 않았었다. 한국에서 매일 보는 스타벅스 따위 여기 없어도 상관없고, 심지어 그런 유명 체인점 커피가 아직들어오지 않았다는 데에 신선함을 느껴서 계속해서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여기에 평생을 살아야하는 남아공 사람이어도 과연 그럴까?


물이 나오지 않아 양동이 샤워를 하고, 화장실이 불편해서 저 나무뒤에 숨어서 볼일을 보고, 밤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촛불을 켜고 수다를 떨었던 일들은,여행자들에게는 잊을 수 없는 단기간의 추억이 되지만 현지인들에게는 매일매일 겪어야 하는 불편한 일상일 뿐이다.그러던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번듯한 식당과 카페가 생기며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몇년전엔 저러지 않았는데 이미 다 똑같이 변해버렸다고 아쉬워 하는건 우리의 욕심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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