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h, Free, ka!
케이프타운의 뮤젠버그는 한 5-6년 전까지만 해도 우범지역이었다는데, 점점 살만한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 달랑 서핑숍만 몇개 있던 바다 앞 상가는 점점 화려해지고, 카페와 레스토랑도 늘어가고(그래봤자 아직 열손가락에 꼽히지만)건물도 많이 생기고 있어서, 여기에 집을 하나 사두면 정말 괜찮은 투자가 될텐데 투자자금이 없는게 함정.......
그래도 아직 케이프타운에 살고있는 한인들에게는 편견이 있어서,
내가 여기에 살고 있다 하면 다들 그런데서 어떻게 사냐는 시선을 받는다...
왜요, 우리동네 꽤 괜찮은데요...?
페이스북에 뮤젠버그 노티스보드Notice board 라는 커뮤니티가 있다.
동네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아름다운 동네 사진도 같이 보고, 이사가거나 할때 물건을 사고팔고, 사건사고를 포스팅해서 서로 조심하자고 알리는 등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나도 가끔 글을 올려서 동네 와이파이 제일 잘되는 카페를 찾거나, 코사어 수업을 알아보거나, 동네 앞바다에서 홍합 주워오는 게 불법인지 합법인지 묻곤 했는데, 최근에 사진과 함께 글이 하나 올라왔다.
마트앞 다리를 지날 때 노숙자들을 조심하세요! 굉장히 공격적입니다!
내가 늘 지나다니는 수퍼마켓 앞 다리 밑에는 항상 노숙자들이 상주한다. 그 다리 밑 사진이 두장 있었는데, 노숙자 두 세 명이 박스랑 이불을 덮고 누워 있어서 얼굴은 안보이고 그냥 저기 사람이 누워있구나, 정도만 알 수 있는 사진이었고, 얼마전 선거에 사용되었던 포스트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게시판에 글을 쓴사람이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노숙자들이 칼을 꺼내면서 인종차별적인 말을 하면서 칼로 찌르겠다고 협박을 했단다. 그래서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지나다니면서 조심하라고 제보를 한거다.
Homeless홈리스, 집이없는 = Harmless 함리스,해(악의)가 없는
이라 하지 않던가. 냄새가 좀 나긴 했지만, 별 생각없이 지나다녔던 길인데..
글을 읽고 난 나는 그냥 생각없이,아 무섭다...체커스에서 과자사면 그러면 저쪽으로 돌아서 들어와야해? 라고 생각하고 말았는데, 그 글에 이어서 달리는 댓글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가장 웃겼던 댓글은
"저 선거 포스터 SNS에 올리는거 불법아냐?"
그리고 갑론을박을 했던 댓글들.
- 먼저 그런일을 당했다니 정말 유감이고 안다쳐서 다행이야.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가 저기서 잠을 자고 있는데 누가 와서 내 사진을 찍고 있었다면 나역시 화가 났을 거야. 그렇다고 칼을 꺼낸게 당연히 잘한 짓은 아닌데, 그래도 사진을 찍을때는 조심해야 해.
- (글쓴이의 답글) 사진 보면 알겠지만 사람 얼굴이 나오게 찍은 것도 아니야. 실상을 알리려고 찍고 있었던거였어.
- 사진을 찍는건 분명히 화가 날 만 했지만, 요즘 새로 유입된 노숙자들이 칼을 들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어. 근처 공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해. 대체 이럴때 경찰은 뭐했는지몰라.
- 물론 사진을 찍을때 동의를 구하는게 맞지만, 만약 내가 저렇게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공공 장소에 버젓이 상주하는 노숙자라면 나는 당연히 내 자신이 미디어에 노출될 것을 알고 있을거야.
- 사람들을 공격적으로 만드는데는 마약과 술이 큰 문제인것 같아.
- 나도 포토그래퍼라서 우리동네 사진을 많이 찍고, 그래서 노숙자들이랑도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었는데, 이들중에는 마약을 하고 있지 않고, 본인 스스로의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도 있어. 집이 없다고 무조건 불쌍하게만 볼 건 아닌것 같아.
- 그래도 정부에서 노숙자들의 집을 제공한다잖아. 믿어봐야지. 그런데 우리동네는 피난처 같은 공간을 좀 만들면 안되나?
- 옆동네에 야간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그런데 난 우리동네에 생기는 건 반대야.
토론장을 보는 것 처럼 댓글의 본인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거기에 답글을 달고, 그러나 누구하나 막말을 하거나 인신공격을 하지는 않는 것이 여유로운 케이프토니언들다웠다. 물론 익명게시판이 아니고 다들 페이스북 계정으로 글을 쓰는거고, 모두 같은 동네 사람이라서 그렇긴 하지만 어쨌든 부러운 토론문화.
인물 사진을 찍을 때 생각 해 볼 것
인종차별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흑인들은 사진발을 정말 잘 받는다.
그래서인지 아프리카 여행 중에는 본인도 모르게 동네 꼬맹이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댈 지 모른다.
그러나 셔터를 누르기 전에 생각할 것은,
이 아이의 엄마도 본인의 자녀가, 저기 아시아에서 온 낯선 사람의 카메라에 찍히는 것을 원할까?
저기, 노르웨이의 놀이터에 가서 앉아있다가 금발의 파란눈 아이가 너무 예뻐서 카메라를 들이댔다고 하자. 근처에 있던 엄마가 달려와서 당신이 뭔데 동의도 없이 우리 아이 사진을 찍어가냐고 할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경험상,
내가 다녀본 남부 아프리카 나라들의 엄마들은 대부분 사진을 찍히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편이었다.
(아, 혹시 모른다, 내가 아직 만나보지 못한 어떤 부족은 사진에 찍히면 영혼이 달아난다 믿어 거부할지!)
여쭤보면 웃으면서 보통 그러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락도 없이 함부로 타인을 사진찍는 건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