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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Feb 17. 2021

인공와우로 청각장애를 극복해요?   

인공와우의 함정 2

앞 이야기에 이어서...


* 보청기는 가까운 소리를 듣는 것을 도와주는 정도라면, 인공와우 보청기는 먼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고, 소리가 어느 방향에서 오는지, 고음인지 저음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다.


* 데시벨dB은 소리의 크기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건강한 청력은 10-20dB정도이다.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30dB이고 비행기 소리가 120dB, 층간소음 중 어린이가 뛰는 소리는 40dB 정도라고 한다.

정아는 보통 보청기를 착용한 오른쪽 청력이 100dB이었고, 인공와우를 하고 언어 치료를 6년간 받은 결과 35dB부터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고 듣기, 말하기 훈련이 끝났다고 해도 정말로 끝이 아니다.

정기검진과 인공와우의 유지비(배터리, 기기 교체비 등)는 물론이고, 언어 치료 또한 그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평생 받아야 한다. 연간 지출하는 비용을 대략 계산해보니 최소 540만원인데, 당연히 상황에 따라 다르다.


정기검진은 본인에게 맞는 데시벨을 찾을 수 있도록 데시벨을 조율해 주는 건데, 1년에 한번씩 가야 하고 진료비는 10만원이라고 한다. 언어치료 비용은 듣기/말하기 기관을 합쳐 한달40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한다. 인공와우 기기가 고장날 경우에는 교체 비용이 엄청 비싼데, 정아는 관리를 잘해서 교체 비용은 없었지만 배터리 비용으로 일주일에 약 만원 정도를 썼다고 했다. 한번에 들어가는 배터리 3알이 2-3일만에 소진되는데, 6알 배터리 한 팩이 만원 정도라서 이걸 계산해보면 일년에 약 52만원이 나온다.


 부작용 또한 간과할 수가 없는데, 인공와우를 빼고 싶어도 머릿속에 여러 신경과 뒤엉켜있어 잘못 건드리면 반신마비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평생 부작용을 안고 살아가기로 했다는 분도 계시단다. 뇌에 직접 기기를 연결하기 때문에 인공와우칩이 있는 상태에서는 머리쪽 CT촬영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정아는 인공와우를 사용했던 4년 동안 가끔씩 두통이 있었는데, 두통 뿐만이 아니라 눈앞에 노란빛이 비처럼 주륵주륵 내리기도 했다고...바람이 부는 것처럼 빛이 흔들리거나 아래에서 위로 오르듯이 빛이 보인 적도 있었는데, 인공와우의 전기 자극으로 인해 오는 부작용이 확실하다고 생각했지만 큰 병원에서 받은 뇌파검사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인공와우 사용을 중단하자 노란빛도 더이상 보이지 않았단다.


 정아는 인공와우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인공와우를 통해 청각은 좋아졌지만, 청각에 비해서 자신의 삶의 질이 좋아지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녀의 궁극적인 목표는 수술 후에 자연스럽게 청인이 되는 거였는데, 청인과 비슷해지기 위해서 평생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삶이 행복하지 않았다고. 인공와우는 청인 사회로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수많은 고민 끝에 그녀는 청인을 흉내내는 삶이 아닌 주체적인 삶을 살고 싶어서 제1언어를 수어로 선택했다. 그리고 농정체성도 발견하여(그녀는 '뒤늦게'라고 표현했지만),다르지만 동등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인공와우는 오랫동안 시행되어온 수술인 것도 맞고 전문가들이 안정성을 검증한 것도 맞다. 하지만 그녀는 개인적으로 부작용을 경험하기도 했고, 지인들도 그 부작용을 말했으며, 어떤 지인의 전담 의사는 인공와우의 성공률이 1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단다. 물론 이것은 한 개인의 경험과 생각이고, 사람에 따라 건강 상태와 청력 정도, 그리고 경제적/물리적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할 문제이다. 그러나 훈련을 얼마동안 받아야 하는지, 실패할 가능성과 부작용이 어느정도 되는지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일부의 성공 사례만을 보고 희망고문을 당하는 부모님과 어린 학생들이 지금도 존재할 수 있다는 거다.  




 정아는, 지금 한국 사회는 농인을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농인들이 농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청인의 삶을 살기 위해 인공와우 수술을 권유 받는 것 같다고 했다.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해주고 농인이 농인으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수어가 모국어인 농인들만 있을 때는 음성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장애가 되지 않는다.

청각 장애를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청인 위주의 사회적 인식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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