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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Nov 10. 2020

내 친구 이야기

(친구의 허락을 받고 씁니다)

 내 친구가 어렸을 때,


동네에서 같이 놀던 아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초록색 가방을 들고 다니길래 그게 너무 예뻐보여서 엄마한테 그 가방을 갖고 싶다고 졸랐더니 그 가방은 피아노 학원을 다녀야 받을 수 있다고 했단다. 

그래서 피아노 학원에 다니게 되었는데, 연습방에 들어가 피아노를 치는 것이 너무나 재미가 없었다고...

어느 날은 다른 친구들은 어떤지 옆 방에 엿보러 갔더니 다들 신나게 피아노를 치고 있어서 뭐가 그렇게 즐거운건지 매우 부러웠다고 한다.

그러다가 피아노를 자꾸 틀리게 쳐서 선생님께 혼이 나고는 울면서 집에 가서 더 이상 피아노 학원에 가기 싫다고 했더니, 어머니께서는 정아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에 오래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셨다고, 가기 싫으면 더 이상 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단다.


그 때

내 친구는,

피아노가 소리가 나는 악기인데 자신이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고, 이게 친구들과 자신의 차이라는 생각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청인에게는 소리가 '들리는' 환경이 자연스럽기 때문에 이건 나에게 무척 새로운 이야기였다. 그리고 친구가 농 정체성을 확립하게 된 과정과 농 문화에도 더욱 더 관심이 생겼다.



수어 '스터디'를 하려고 만났으나 스터디는 뒷전이고 그냥 수다 떠드는 게 즐거운 친구 사이가 되어버렸다.

(사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동생)

그녀와 생생하게 수다를 떨고 싶어서 수어를 더 열심히 연습해야겠다고 늘 다짐하지만,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주는 친구 덕분에 공부를 안하네...하, 너무 답답하지? 미안해, 더 열심히 할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억제하는데 진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건물의 엘리베이터 버튼이나 공동 현관 패드에 향균 커버를 부착해 두었는데, 

그 커버 때문에 시각 장애인들은 점자를 읽을 수 없어 매우 불편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나도 기사를 보기 전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그래서 

청인 위주의 사회에서 농인들이 겪는 불편함도 알리고 싶어서 친구에게 허락을 받고 그녀의 이야기를 기록해보려고 한다. 알아야 바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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