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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Jul 23. 2020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장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장애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청각장애인이라는 말이 나는 조금 불편했다.


수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 

농인, 농아인협회 등을 한번에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내 입으로 청각장애라는 말은 하고 싶지 않고, 그렇다고 길게 설명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다. 


한편으로는 

'장애'에 대한 인식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사전적 의미로 '장애'는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불편하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농인들은 청각이 원활하지 않아서 시각 언어인 수어를 사용한다.

그런 의미로 청각 장애는 불편한 어감이 없는 말일 수도 있는데,

장애를 그냥 '다름'의 한 종류로 받아들인다면 문제가 없는데, 

그걸 괜히 불편하게 생각해 온 내 의식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이버 사전에서 오디즘 Audism은 청각장애인에 대한 차별 이라고 나오지만 

신조어라서 아직 우리나라에 확실하게 잡힌 개념이 없는 것 같다. 

현재로써는 '청능주의'로 번역되고 있다. 

음성언어가 더 우월하다고 보는 청인 위주의 입장이기 때문에 

이것은 결국  농인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차별로 이어지게 된다. 


듣는것이 힘들면 보청기를 끼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보청기는 소리 증폭 장치의 개념이라서 보청기가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인공와우(달팽이관) 수술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청각 신경을 전기로 자극하는 이식기를 심는 수술이다보니 부작용이 있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게다가 수술이 끝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언어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 와중에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수어는 '몸짓'이 아니고 고유의 문법 체계가 존재하는 '언어'이다.  

수어를 언어로 받아들이게 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아직까지는 인식이 부족한 것 같지만 

사람들의 생각이 점점 긍정적으로 바뀔거라 믿는다. 



예전에 수어교실에서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누가 배우 이선균을 좋아한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이선균의 목소리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때 선생님께서 이선균의 목소리가 어떠냐고 물으셨다. 

목소리를 설명해 본 적이 없으니 제대로 묘사할 방법이 없기도 했지만 

그러한 질문을 처음 받아봐서 신선하기도 했다.  


차별은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작된다고 들었다.


안가본 나라의 생활에 대해 궁금해 하는 것처럼,  

청인들은 농인들의 문화(농문화)를 궁금해하고 

농인들은 청인의 문화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세상이 된다면 좋겠다.


우리 세대부터 마음을 열어야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벙어리 장갑 같은 바보같은 어휘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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