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를 배우며 읽는 책들
작년, 수어를 배운지 약 두달쯤 되었을 때 '코다'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되었다.
수어통역사 되는 것은 역시 어려울까요, 하는 내 질문에, "우리는 코다를 이길 수는 없지만~" 하는 말을 들었는데, 문맥상 대충 의미를 짐작했지만 검색을 해봐도 제대로 된 뜻을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 이 개념 자체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이라 해도 단어를 듣고 바로 무슨뜻인지 유추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코다CODA는 A Child(혹은 Children) Of Deaf Adult(s) 의 약자로,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뜻한다. 우리말로 바꿔말하고 싶은데 적당한 단어가 아직 없는 것 같다. (혹시 아시는 분?)
나는 이중언어 사용자들이 매우 부럽다.
그래서 언어적으로 유리한 코다들도 막연히 부러워 하기만 했는데, 책을 읽어보니 그들의 공통된 고충이 있었다. 이 세상이 음성언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때문에 어쩔수없이 어렸을때부터 통역자의 역할을 떠맡게 된다고 한다.
...담임 선생님이 나의 학습태도에 대해 말씀하시는 것을 그 자리에서 부모님께 고스란히 전달해야 한다니!
농인 부모들이 자녀가 농인이었다면 좋았을거라고 말하는 부분은 상당히 놀라웠지만 이제는 수긍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만들어준 책이 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이길보라/한겨레 출판사)
작가가 만든 동명의 영화도 있고, 다른 책들도 있다.
우리는 코다입니다(이길보라, 이현화, 황지성/교양인)
구매 예정이라 아직 읽어보진 않았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코다 관련 책이라고 알고 있다. 기대중.
수어 입문반에서 만난 농인 선생님이 나에게는 첫 수어 원어민이었다.
그 전까지는 농문화를 접할 기회가 전혀 없었는데, 관심을 가지게 되면 보인다고 하던가, 그쯤에 알게된 웹툰이 있다.
나는 귀머거리다(라일라/서울문화사)
완결된 웹툰인데 책으로도 나와있다는 것을 방금전에 검색하면서 알았다. 농인의 생활과 농문화에 대해서도 가깝게 다가갈 수 있고, 무엇보다 작가가 정말 유쾌하다.
나에게 있어서는 농문화는 물론 처음으로 웹툰을 접한 계기도 되었다.
새로운 언어와 그 문화를 배우는 걸 너무도 좋아하는데, 최근 1년간 가장 관심있는 분야가 수어와 농문화였다. 그래서 관련된 책을 계속해서 찾아보기 시작했고, 책을 읽다가 흥미있는 부분을 사진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어떤 분께서 책 제목을 여쭤보셨다. 그 책이 바로,
수화, 소리, 사랑해! (베로니크 풀랭/한울림 스페셜)
영화 '미라클 벨리에'의 원작이다.
"수화는 내가 아는 한 가장 꾸밈없는 언어이다. (중략) 말은 암시하지만 수화는 명시한다."
열심히 검색하다가 얻어걸려서 발견하고 기뻤던 책이 있다. 조금 다른 시선으로 수어와 농인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가졌던 한가지 답답함이 마지막 번역가의 후기를 읽으며 풀렸다. (선입견 방지 차원에서 후기는 맨 끝에 읽어보세요!)
수화로 말해요(아키야마 나미, 가메이 노부타카/삼인)
청인남자와 농인여자 부부가 사는 이야기다.
"수화도 역사를 지닌 소수 언어입니다."
그리고 마치 위인전 같았던 작품.
아버지의 손(마이런 얼버그/연암서가)
"수화가 마음의 언어였다면 글은 정신의 언어였다."
* 꽤 오래전에 나온 책들이다보니 '수어' 가 아닌 '수화'로 번역되어 있습니다.
* 따옴표 속의 말은 책에서 그대로 가져온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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