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나 Feb 14. 2021

인공와우로 청각장애를 극복해요?

인공와우의 함정 

 정아는 사실 작년에 유투브를 시작했다가 지금은 사정이 있어 쉬고 있는데, 새로 올릴 영상의 주제가 인공와우였다. 그녀의 대본을 함께 보다가 나도 전혀 몰랐던 부분을 알게되어서 매우 흥미로웠는데 아직 이 영상은 업로드 전이라서 허락을 받고 내가 먼저 글로 쓰게 되었다.



 

 정아는 14살 때 인공와우 수술을 받았지만 지금은 인공와우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공와우 이식술은 달팽이관(와우)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 청신경에 자극을 주는 와우 이식기를 삽입하여 소리를 듣게 해 주는 시술이다. 인공와우를 이식하면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그게 어떤 소리인지 명확하게 알 수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수술을 받은 후에 언어 치료를 해야 하는데, 듣기 언어 치료와 말하기 언어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와우를 이식받아서 들을 수 있게 되었는데 또 듣기 '치료'라고? 

청인들은 태어나서부터 다양한 소리에 노출이 되어 자연스럽게 소리를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아무런 노력없이 소리에 대한 데이터가 이미 축적되어 있지만, 청각장애인이나 농인은 그렇지 않다. 

고기를 단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사람에게 두 종류의 고기를 먹어보게 한 후에 어떤 게 타조 고기이고 어떤 게 악어 고기인지 물어본다면 전혀 감이 오지 않을텐데, 소리도 이것과 마찬가지라는 게 정아가 들어준 설명이었다. 

 

 듣기 훈련의 1단계는 바람소리, 새소리, 기차소리 등 자연소리와 사물소리를 구분한다. 이 구분을 잘하면 2단계로 넘어가서 나비, 우유, 시계 등과 같이 두 음절 단어를 구분하고, 3단계에서는 보기 안에 있는 단답형 문장을 구분한다. 그리고 4단계 최종 훈련은 보기 안에 있는 장문형 문장을 고르는 연습을 하는데, 그녀는 4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는 듣기 훈련을 반년 만에 수료했지만 모든 소리를 분간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왜냐하면, 반년 만에 모든 소리를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얻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아가 다녔던 듣기용 언어치료 기관은 1년마다 언어치료사가 바뀌었는데, A 치료사에게 받은 훈련에서 4단계까지 클리어했던 정아가, 치료사가 바뀐 후에는 B치료사의 말을 못알아들어서 2단계부터 리셋이 되어 힘겹게 4단계로 올라가야 했단다. 1단계는 녹음된 소리라서 금방 통과할 수 있었지만 2단계부터 음성을 구분해야 하는데 치료사가 바뀔때마다 이 문턱을 쉽게 넘지 못하고 6명의 언어 치료를 만나는 동안 매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다고 한다. 


 사람마다 목소리의 톤이 다르다. 

청인은 목소리와 상관없이 들려오는 음성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지만(그리고 청인에게 그 듣는 과정이라는 것은 '이해'라는 단계를 인식하지 못할 만큼 굉장히 자연스럽고 빠르게 진행되는 것), 저음 치료사의 목소리에 익숙해졌던 정아가 고음의 목소리를 가진 다른 치료사와 훈련을 할 때는 새로운 목소리 데이터를 구축하는 단계가 필요했던 것이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의 목소리에 대한 데이터가 없으니 계속해서 들어봐야 그 사람의 말을 알아 듣게 되는데, 앞으로 살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반복해서 겪을테고 이 때마다 영원하지 않을 목소리를 기억하는 것이 과연 의미있는 것인가 싶어 회의감이 밀려왔다고...


 말하기 훈련에서는 호흡법을 배우고, 말하기 연습을 하며 교정을 반복한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상대방의 발음과 자신의 발음을 듣고 비교해가며 스스로 발음을 교정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정아는 인공와우의 전기 자극을 통해 들으면서 발음 연습을 해야 하니까 정확하게 연습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정아는 발음을 하더라도 청인과 같이 완벽한 높낮이로 말할 수 없었다. 




 인공와우 이식술을 받고 이렇게 훈련을 받고서도 끝이 아니라고 한다.

뇌에 직접 기계를 연결하는 거라 부작용도 심하고 감당해야 할 비용과 노력도 엄청난데, 소수의 성공 사례만을 들어 희망고문을 하는 것을 정아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음 이야기: 인공와우의 부작용과 정아의 의견 

이전 08화 농정체성이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