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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나 Apr 11. 2022

한국어 교원으로 살아남기2

무시험 꿀 자격증말이죠. 

한국어 선생님들은 자격증을 준비하는 과정을 글로 남길 시간이 없어서(수업 준비가 바빠서?ㅠㅠ) 그런지

'한국어 교원 자격증'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글들은 업체의 광고가 대부분이다. 

광고글만 보면 

세계적으로 K팝과 한국어가 대세라 한국어 선생님에 대한 수요는 점점 늘어난다고 하고 

교원 자격증도 시험없이 누구나 딸 수 있다고 하니 이게 웬 꿀인가 싶을거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

해외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면 2급을 따도 될 것 같고,

(해외 파견이 아닌 현지 채용은 그 나라에서 일할 수 있는 적법한 비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상이기 때문)

진지하게 이쪽 길을 가려거든 석사+를 해서 더 공부하고 연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한국어 교원자격증은  1급/2급/3급으로 나누어지는데, 

일정 강의 기간과 시수를 채우면 심사 신청을 해서 3급->2급이나 2급->1급으로 승급할 수 있다.

3급은 (시험에 한번에 붙는다면)가장 단시간에 딸 수 있다. 

양성과정 120시간을 이수하고, 1차 필기와 2차 면접 시험을 봐서 합격하면 된다. 

2급은 전공이나 복수전공으로 학점을 채우면 된다.

이미 졸업을 했더라도 학점은행제를 통해 수업을 들으면 되고 별도의 자격증 시험을 안봐도 된다.  

이게 광고에서 말하는 '시험없이 따는 자격증'이고, 시간과 노력만으로 자격증을 딸 수 있으니 나라도 혹할 것 같다. 

시간과 노력만으로 따는 자격증이 말처럼 쉽지 않다


등하교만 안할 뿐, 대학교를 다니는 것과 같다.  

학점을 따기 위해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데, 대부분 온라인 수업이라 출석만 잘하고 수업은 대충 흘려들어도 될지 모른다. 다만 각 수업마다 레포트를 쓰고, 퀴즈를 풀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봐야 한다.    

3학점짜리 실습도 필수로 해야하는데 수업 참관을 하고 직접 시강도 한다. 

요즘엔 코로나때문에 실습까지 온라인으로 한다고 하던데, 라떼는ㅋ 오프라인 수업이었다.

교수님이 정말 좋아서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같이 실습한 분들도 정말 좋은 분들이라 다 같이 힘을 냈지만, 한 학기동안 매주 날카로운 피드백에 멘탈이 탈탈 털렸었다. 

(지금 생각하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시간이었다. 권ㅅㅇ교수님 사랑해요!)

시험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 제2의 인생을 위해서 한국어 교원 자격증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 

나중에 은퇴를 하고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보람있는 생활을 위해서라고 한다. 

시간도 금전도 여유롭고 인생 경험도 많으신 분들이다. 멋있다.

그런데 당장의 생계를 위한 직업이 아니다보니 돈 욕심도 없어서 나중에 '봉사활동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꽤 많다. 

이렇게 말하면 나를 속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고 싶다.

아니에요, 제발 자격증 따서 봉사활동 하지 마세요. 그걸로 돈 벌어 주세요.

선생님들께서 봉사활동으로 재능 기부하시면 일부 기관이 그걸 악용해서 결국 교원의 처우가 낮아집니다. 

저희는 지금 제1의 인생이고 이게 생업이에요. 흑흑


한국어 봉사활동 하지 마세요: https://brunch.co.kr/@mina3012/39




한조각 헛소리:

난 드라마도 별로 안좋아하고 K팝도 잘 안듣는 사람인데, 

한국어 수업을 준비하면서부터 채널을 돌리다가 음악 방송이 나오면 열심히 시청하려고 노력한다.

으으 진짜 내 취향이 아니지만 학생들이 좋아하는 가수 이름 정도는 한번에 알아들어야 하니까. 

드라마나 예능도 찾아보며 유행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는 선생님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곱창이지만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초급 학생들이 경악할까봐 일단 김치찌개라고 대답한다고 해서 웃었는데, 나도 사실 피자를 정말 좋아하지만 한글을 시작한 학생들이 물어보면 김밥이랑 떡볶이라고 말한다. 나도 왜 저러는지는 모르겠다. 한국어 선생님은 그냥 한국음식 좋아해야 할 것 같...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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