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루지 아내

돈없는 남편을 만나서 억척스럽게 변한 아내

by 하본부

올해로 결혼한지 15주년이 된다.

시간이 정말 빠르다.


아직도 처음 마련한 신혼집에 아내가 본인 짐을 정리해서 1톤 용달차를 타고 오는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전세집도 은행집이 아니라, 은행전세집이라고 불릴만큼 풀(Full)로 대출을 받아서 겨우 구한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 였다.


지금도 나에게 하는 말이, "이렇게 돈이 없는 사람인지는 몰랐다" 라는 것이다.

정말 그랬다.

나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월세방에서 함께 생활했다.

결혼이라는건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우연치않게 ROTC 동기가 지금의 아내를 소개해줘서, 이렇게 우리는 결혼의 연이 닿았다.


처음 만났을때가 아직 기억이 나는데,

신촌 현대백화점앞에서 만났는데, 하얀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온 아내를 보고, 부잣집 딸인줄 알았다.

아내는 나를 만나기전에 흔히 좋은 신랑감이 될 수 있는 남자들을 소개 받았는데,

그 중에서 내가 어떻게 보면 제일 떨어졌다.


하지만, 결국 아내는 나와 결혼을 했다.

돈없는 딸을 보내야 했던 장모님은 그때 많은 반대를 하셨다.

사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 돈도 없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장남에다가, 당시 자동차회사 영업부서에서 영업을 했기 때문에 장모님이 보셨을때는 불안정한 사람한테 딸을 보내야 하는 마음이 오죽했으랴.


사실 결혼하기전까지는 몰랐는데, 아내는 옷도 잘 안사입고 장모님과 처제가 옷을 보내주면 그 옷을 입었고,

물건을 살때는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서 구매를 했다.

지금도 결혼할때 산 침대와 쇼파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아들녀석이 자랄때도 정말 싼 옷을 구입해서 입혔다.


농담으로 나는 아내를 "여자 스크루지"라고 부르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내를 이렇게 만든 것은 나때문이다.


홀어머니 밑에서 어렵게 자란 나같이 돈없는 사람에게 시집을 와서,

아내는 억척스럽게 변한 것인지도 모른다.


주변 친구들은 결혼을 잘해서, 아내는 부러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자기는 돈 많은건 중요하지 않고, 지금 잘 살고 있어서 좋다 라는 말을 해주곤 한다.


왜 나와 결혼했냐고 하는 물음에 아내는,

"그냥 착하고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돈이 전부는 아니잖아".


항상 아내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야겠다.





작가의 이전글좌천역을 지날때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