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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an 03. 2021

청각장애인 학생과의 만남

미안함보다는 고마움을


청각장애인이 창업과 같이 도전적인 일을 한다면 아무래도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그로 인해 방송이나 강연 섭외, SNS를 통해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이들이 매우 많았다. 어떤 이들은 "왜 창업을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어려운 도전일 텐데 대단하시네요"라는 문의가 종종 들어왔다. 사실, 그런 문의가 들어올 때마다 “남들보다 못 들으면, 크게 느껴지는 도전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실하게 답변을 해주곤 했지만, 아직도 그 편견이 존재한다는 점이 안타까웠다.


(1) 특수학교에서 강연한 이야기

강연 섭외가 들어왔을 때, 강연 자료를 만들면서 아이들 만날 생각에 설렜던 기억이 난다. 보통 특수학교의 선생님들은 내가 자라온 이야기를 토대로 설명해달라고 하셔서, 살아왔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강연이 끝나고 보통 질문 시간을 진행하게 되었는데, 학생들이 소극적일 것이라는 생각과는 반대로 적극적으로 질문을 많이 해줬었다. 그 많은 질문들 중에 가장 많았던 질문은 “사회 나가면 비장애인들하고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하죠?”, “학교 다니면서 왕따는 안 당했나요?” , “일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라는 질문들이었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들도 있었고 모두가 기대하는 답변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지만 경험을 토대로 대답을 해주었다. 물론 원하는 대답이라면 만족한 표정을 지을 수도 있었겠지만 대답에 실망감을 나타내는 표정 또한 읽을 수 있었다. 나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고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왕따를 당했던 경험도 없었기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결국 비장애인들이 더 많은 사회에 속해야 한다는 점도 늘 말해주었다. 학생들 중에는 일반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특수학교로 넘어온 케이스들도 있었고 특수학교에 있다 보니 비장애인들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비록 나는 공감을 해줄 순 없었지만 사회의 현실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설명해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도 장애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왕따가 된다는 사실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또 사회로 나왔을 때 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군의 한계가 명확하다 보니 학생들의 생각도 그 틀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전화를 못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이유로 서비스업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되고 그 아이들도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점이 마음 아팠다.


강연을 위해 만든 PPT자료


(2) 청각장애 학생 멘토링 이야기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친구에게 삶의 방향에 대해 조언을 구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나도 내가 사는 삶에 대해 확신하지 못할 때도 있고 이게 정답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먼저 사회생활을 겪은 선배로서 기꺼이 시간을 내어 만나게 되었다. 아직 학생의 티를 벗지 않은 순수하고 맑은 마음 덕분에 2시간 동안 대화하는 내내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려 보기도 했다. 이 친구는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를 다녔고 그래서 비장애인 친구들과 어울리며 학창 시절을 보냈었는데 오해를 안 사고 잘 듣기 위해 눈치를 많이 봤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보통의 청각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과 대화 시에 못 들을 경우 미안해하거나 눈치를 많이 보는 편이라고들 한다. 나는 최대한 그런 눈치를 안 보고, 어찌 보면 뻔뻔하게 살아왔기에 그래도 사회의 일원으로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답변을 주었다. 


비장애인과의 사회생활, 연애, 소통으로 인한 오해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었다. 안타까웠던 점은 청각장애인이라서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문제의 원인을 찾는다는 점이었다. 살면서 앞으로 더 많고 다양한 일들을 겪을 텐데 청각장애인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꼭 알았으면 했다. 그리고 또 이야기해주고 싶은 점은 청각장애인이어서 계속 인간관계에 있어 미안함을 갖는다면 아무도 그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을 거라는 점이다. 어느 누구도 미안함을 갖고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과 오랜 관계를 이어갈 수 없다는 점을 잘 알아주길 바라며 앞으로 더 좋은 청년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  


사회가 점점 빠르게 변화하고 각박해지면서 타인에게 관심이 사라지고 배려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타인에 대해 따뜻한 관심을 두고 선을 지키며 배려할 줄 아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미안함을 느끼기보다는 못 들을 수도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고마운 마음만을 남겨두었으면 한다. 미안한 마음으로 시작한다면 늘 인간관계에 있어 소극적일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멀어지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회에 나설 청각장애인 청년들은
미안함보다는 고마움과 소통에 대한 적극성으로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이 되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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