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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an 06. 2021

그 시절, 내가 좋아했던 소녀.

내 친구라서 항상 고맙다.


내가 평소에 무뚝뚝한 편이라 주변에 어떤 친구들이 있을까 많이 궁금해한다. 


내 사춘기 시절을 함께한 고등학교 시절 단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명량하고, 장난기가 넘치는 그 친구는 시간이 흘러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어도 15년 전 보았던 그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심지어 아이도 엄마를 닮아서 명량하고 나에게 이모라고 부르며 하트를 날리곤 한다.


처음 느낀 그 친구의 인상은 왜 이렇게 정신사나울까라는 인상이었다. 늘 주변에 관심이 많고 말을 많이 하며 유쾌한 성격으로 친구들도 많았다. 우리는 3년 내내 같은 반이 되어 자연스레 서로에 대해 알 수밖에 없었다. 그 친구는 늘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었고 무뚝뚝한 나에게도 먼저 살갑게 다가오곤 했다. 청각장애에 대해서도 내가 외부에 알리고 하진 않았지만 그 친구는 내게 “못 들으면 이야기 해레이. 다시 이야기해줄게”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해줬다. 내가 “귀에 대해서는 신경 안 써도 된다”라고 해도, “걱정마라. 내가 니 보디가드 되어줄기다”라고 한 친구다.  말로만 하는 소린 줄 알았는데 그 친구가 정말 나의 보디가드가 되어준 에피소드를 말하고자 한다.


어느 날, 그 친구와 쉬는 시간에 복도에서 뛰어놀고 있었을 때 다른 반 선생님이 내 이름을 계속 불렀다고 한다. 나는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선생님 목소리를 못 들었다. 그 선생님은 왜 대답을 안 하냐며 내 머리를 때렸고, 그로 인해 나는 기절을 했다. 눈을 떠보니 나는 양호실에 누워있었다. 뒤늦게 알게 되었지만, 그 친구는 선생님한테 “왜 제 친구 머리를 때려요? 수술해서 머리를 때리면 안 된다고요!” 라고 항의를 했다고 한다. 결국 그 친구는 징계를 받았다. 왜 나를 지켜주려고 애써준 거냐고 물어봤더니, 해맑은 모습으로 “우리 친구다이가” 라고 한 친구다.


그 선생님은 내가 청각장애인이라는 것을 몰랐고, 수술을 한 것도 몰랐다고 한다.  결국 진료소견서를 끊고 선생님한테 가져가서, 사과를 받아낸 일이 있다. 물론 그 일로 인해 그 친구와 더 끈끈해졌다. 


내게 어떤 일이 생겨도, 늘 지켜주던 슈퍼맨 같은 친구였다.

3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사회에 나와서도 늘 희로애락을 함께 해왔다. 비록 거리는 멀어도 출산할 때나, 아기의 돌잔치를 위해 가기도 했고 그 친구도 나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울산에서 서울까지 남편, 아기와 함께 찾아와주었다.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요즘에는 한없이 베푸는 건 바보 같은 짓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친구는 본인이 받을 것보다는 늘 무언가 주기 위해 노력하는 한없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친구다. 내가 그 친구에게 받은 것이 너무 많아서 무언가를 해주려고 해도 더 해주려고 하는 못 말리는 내 친구.


내 친구라서 항상 고맙다.


여전히 힘이 되어주는 친구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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