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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an 23. 2021

안녕, 낯선 사람: 오른편의 그 남자

사랑한다는 말보다, 배려하는 마음 먼저

많은 이들이 연애 이야기를 들으면 호기심을 갖고 재미를 느낀다.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상당수의 소재가 연애 이야기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내 친구들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비장애인 친구들과의 연애를 궁금해하기도 한다. 과연 만남을 이어가며 어떤 일들이 있는지, 안 들리는 문제로 생기는 오해는 없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기에 한 번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연애를 적게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남편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아 가장 마지막 연애 이야기인 남편과의 이야기를 써보고자 한다. 남편은 나랑 정반대의 성향과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나는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고 집에서 조용히 티비보고 책 보는 걸 좋아하는 집돌이 남편과는 성향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연애 당시에는 집에서 만날 일은 없었기에 그런 성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걸 늘 들어주던 남편의 모습을 보며 남편도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도시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사진을 남기며 순간순간의 기록을 즐기는 나와, 방문하는 곳의 문화유산과 역사에 관심을 갖고 풍경에는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남편.


우리의 연애도 보통의 연애와 다르진 않았다. 남편은 당돌했던 나에게 호감을 가졌다고 한다. 합정 어느 카페에서 내게 수줍게 편지를 건네며, 고백을 했을 때, 스무 살 후반이었던 나는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1주일 시간을 좀 줘’라고 답을 했다. 남편은 그때 거절당할까 봐 잠을 못 이뤘다고 한다. 지금 생각하면 귀엽기도 하다. 일주일 뒤에 남편의 고백에 오케이! 했고, 그 이후 우리는 달달한 커플이 되었다. 하루 빠짐없이 매일 만났던 우리 연애 시절. 그때 돌이켜보면 남편은 ‘청각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내지 않았다. 퇴근하고 매일 남편과 2-3시간씩 통화를 하며 잠들곤 했다. 통화하면서 못 알아들었던 부분이 있을 때, 그 당시 남편한테 ‘뭐라고? 다시 이야기해줘’라고 했을 때, 남편은 천천히 다시 말해주곤 했다. 나는 그 배려를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를 만남으로 인해 조금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했던 남편에게 늘 감사함이 가득했다. 가끔 남편한테 ‘내가 못 알아들을 때 답답하지 않아?’ 라고 물어보면, 남편은 ‘그냥 천천히 말하거나 못 알아들으면 다시 말하면 돼. 난 당신이랑 이야기하는 게 너무 재밌어!’ 라고 말을 한다. 결혼한 지금도 남편과 함께 나누는 대화가 너무 즐겁다.

 

오른쪽 귀 안 들리는 날 위해 항상 오른쪽에 있어준 남편.


연애에 있어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랑의 기쁨과 이별의 아픔뿐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내가 느꼈던 연애의 감정은 나를 나로 받아들여준 점, 그에 대한 고마움이다. 나는 나의 청각장애를 이유로 위축되지 않고 남편은 남편대로 청각장애를 의식하지 않으며 서로를 배려하고 아꼈던 아름다운 연애를 늦은 밤 다시금 추억해 본다.


연애시절, 남편이 작성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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