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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밍이 Jan 26. 2021

인생사 새옹지마

소중한 걸 잃어보니 알게 된 마음.

회사에서 업무성과가 좋았고 우리팀이 칭찬을 받은 일이 있었다. 기분이 업 된 부장님은 회식을 제안했고 팀원들 모두 흔쾌히 참석하여 다들 그 기분을 만끽한 일이 있었다. 마무리까지 좋게 끝났으면 좋았겠지만 나에게는 가장 당혹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내가 인공와우 기계를 잃어버린 일이었다. 다들 기분 좋은 자리였고 평소보다 술을 많이 마셨기에 그날 알아차리지도 못하고 다음날 일어나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명확하지도 않은 상황, 등골이 오싹한 와중에 머리를 황급히 굴려보았다. 급한 와중에 준비해서 회사에 출근하여 동료들에게 질문하여 인공와우의 행방을 유추했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회식을 한 고깃집이었는데 찾아가서 CCTV까지 돌려본 결과 그곳에서 잃어버린 것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직장동료의 말을 유추해봤을 때 택시 탈 때까진 소통을 잘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 이후에 잃어버린 것으로 판단하여 수사망을 좁혀갔다. 하지만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라는 말처럼 스스로 찾아오지 못하는 인공와우를 찾을 방법은 없었다. 결국 택시까지 수소문해서 알아봤지만 찾을 수 없었고 그렇게 인공와우 탐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눈 앞이 막막했다.


내 귀가 되어주는 인공와우를 그렇게 잃어버리다니.. 어디 하소연할 곳은 없고 부모님께 얘기하면 혼나기만 할 것 같아 가장 무난한 대상인 친오빠에게 연락을 했다. 


나 : 으아악! 오빠, 나 인공와우 잃어버림..T_T 술 괜히 마셨어....

친오빠 : 그러게 술 좀 작작 마시지! 비싼 걸 왜 잃어버리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대화였고 계속 고민하던 찰나에 갑자기 꽤 많은 돈이 입금됐다는 문자가 왔다. 돈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보니 그 당시 오빠의 여자 친구이자 곧 결혼할 상대방인 새언니였다. 지금은 오빠보다 더 친하게 연락하는 새언니지만, 그때만 해도 결혼하기 전이었고 그렇게 큰돈을 보내주리라곤 생각을 못했었다. '아가씨, 우선 급한 대로 중고라도 마련해요, 소중한 거잖아요'라고 연락을 해와서 혼자 조용히 울었던 기억이 난다.


올케와 시누이 사이가 보통은 어렵다고 하는데 난 좋은 새언니를 두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때 돈을 보내줘서 친해진 게 아니라 그전부터 계속 친분을 쌓아오고 결혼 이후로도 잘 지내고 있는 새언니.비록 코로나 때문에 해외에 있는 새언니와는 강제 이별이지만 내가 힘들 때 서울로 와주기도 한 고마운 가족이다. 비록 인공와우를 잃어버린 일은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지만 그 덕분에 새언니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의 깊이와 씀씀이를 알게 되어 뭔가 얻어간 기분이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처럼 물건을 잃어버렸더니 
새언니의 사랑을 느낀 훈훈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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