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Jul 16. 2024

달빛 아래 수면 위로 플레이리스트 - 음악소설집



오늘, 몇 번 더 수면 위로를 읽어 내려갔다. 음악을 묘사한 부분 외에도 곱씹고 싶은 부분을 더 천천히 눈으로 마음으로 새기면서. 김연수 작가의 글은 그런 즐거움이 있다. 읽는 순간에 감각을 일시적으로 자극하며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뭉근하고 은근하게 스미는 먹먹함 말이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저마다의 시선이 생긴다. 재독 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 

오늘도 포슬포슬한 오므라이스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며(여전히 아직 먹지 않았지만) 다음 단편을 읽으려고 음악소설집을 가져와 창가에 앉았다. 반달이 이쁘게 떠서 그 아래에서 읽고 싶었기 때문이다. 몇 줄 읽어 내려갔지만 이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책을 덮었다.  




12시 방향에 달을 두고 정면으로 누웠다. 달을 보기로 했다.

서서히 푸름이 깊어지는 하늘색을 계속 바라다보았다. 시간의 빛이 그리는 푸른 밤을 놓치기 싫었다.

그리곤 조성진 연주의 드뷔시 달빛을 틀었다. 역시 난 여전히 수면 위로에 머물러 있었구나.

이어 알렉시스 프렌치의 Reverie를 틀었더니 시 한 편이 지나갔다.


달이 구름에 잠시 가려졌다.

갑자기 주위에 어둠이 내리 깔린 것 같다.

쓸쓸한 아쉬움을 먹은듯한 어둠이다.

깊고 푸른 하늘이 컴컴한 하늘이 되자 이윽고 달은 다시 밝아진 모습으로 제 얼굴을 드러냈다.

반가운 마음에 ' 아, 다시 왔구나.' 하고 말을 건넸다.

검은 하늘의 달은 한층 더 빛이 났다.



피에로 피코니의 따뜻한 선율로 들어갔다.

그러고 나니 영화 Somewhere in Time테마곡을 틀 수밖에 없었다.  


그때 먹구름 한 조각이 달에 묻어났다.

달에 멍이 들었다.

잠시 먹구름이 스치듯 지나갔을 뿐인데

내 시선이 멍들어서일까 달에 멍이 든 것 같다.

그러니 지금 여기엔 Fly me to the moon 같은 곡은 들어올 틈이 없기에 더 온전해졌다.


달은 다시 저 혼자 밝고 또렷하게 제 길을 가고 있다.

12시 방향에 있던 달은 어느새 1시에서 2시 방향으로 가 있었다.

점점 멀어지는 달을 보며 달이 쳐놓은 그물에 걸리듯 러브어페어의 피아노 솔로 테마곡이 불러졌다.

그렇게 또 하루의 밤은 달빛과 음악과 함께 흘러갔다.


24.07.14.




https://youtu.be/97_VJve7UVc?si=Cq8HWbizZVkIZ2an


조성진 Seong-Jin Cho - Debussy, Clair de lune 드뷔시 달빛



https://youtu.be/r2x0Yq5TyzA?si=JtyxKsItDomozIHN


Alexis Ffrench - Reverie



https://youtu.be/umYYw0-iXd4?si=A51LVN2AQ16eneip


Piero Piccioni - Amore mio Aiutami



https://youtu.be/nzmprUUqryM?si=6bDGH07tfov8UA-z


John Barry - Somewhere In Time (Main Theme)



https://youtu.be/AD_DJR1Vyx4?si=mWNKFp6lEeYRAkIe


Ennio Morricone - Piano Solo (Love Affair OST)






매거진의 이전글 Bossa Nova와 Big Band로 기분 좋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