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장(Stella Jang) - 워크맨(WALKMAN)
무선이 대세라는 21st century
줄 이어폰을 꽂으니
옛날 사람 따로 없지
But I like it better like this
Time flies 매일 더 빠르지
그럴수록 더욱 천천히
여유롭게 머무르기
Yeah I like it better like this
스텔라장(Stella Jang) - <워크맨(WALKMAN)>
https://youtu.be/7vOI5ngFvbM?si=Z2o4Y-sdgxLSqDX8
스텔라장(Stella Jang) - <워크맨(WALKMAN)>
얼마 전, 스텔라장의 ‘워크맨’이라는 곡을 들었다.
그 노래를 듣자 예전의 어느 하루가 떠올랐다.
그날의 일기를 꺼내 다시 써본다.
마음이 몹시 복잡했던 날이었다.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밀린 집안일을 시작했다.
일을 하는 내내 음악을 찾아 들었다. 마치 항해하듯, 파도위를 떠도는 기분으로.
복잡한 마음을 덜어내고 싶었다기보다, 그 마음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몇 시간을 에어팟으로 음악을 들었을까.
갑자기 충전 알림음이 울렸다.
삐— 삐—
‘왜, 지금이야?’ 싶었다.
나는 줄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았고,
그 순간 아주 낯선 평온이 찾아왔다. 숨이 놓였다.
줄 이어폰은 아무런 조건 없이 ‘그 자리에 있는’ 존재 같았다.
충전도 필요 없고, 연결이 새로 필요하지도 않고.
그저,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안락했다.
그날 처음, 나는 줄 이어폰이 사람 같다고 느꼈다.
줄은 때로 엉키고 걸리적거리기도 하지만 언제든 연결되어 마음을 들려줄 수 있는.
내 손과 귀가 확실히 연결되었다는 감각.
그건 줄이라는 물리적 접촉이 주는 안정감이었다.
그게 너무 따뜻하게 느껴졌다.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그 정적이 마음을 울렸다.
에어팟은 똑똑하다.
손가락을 툭 대면 음악이 멈추고,
다른 기기와의 전환도 척척 연결되며
주변 소음도 잘 차단시켜준다.
하지만 함께 있어도 충전이 되어 있지 않으면 무용해지는 에어팟은 조건부의 관계 같았다.
그날 이후로 나는 줄 이어폰을 떠올릴 때마다
‘연결감’과 존재 그 자체에서 오는 안정감이라는 감정을 함께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어쩌면 관계에서도 그런 걸 원했던 것 같다.
조건 없이, 그저 ‘곁에 있음’으로 의미가 되는 관계.
계속해서 충전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내가 ‘존재하는 것’만으로
함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한 관계.
우리는 무선의 시대를 살고 있다.
빠르고, 간편하고, 방해받지 않는 것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줄을 찾고 싶다.
어딘가에 묶여 있다는 안심.
끊어지지 않을 것 같은 연결.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스스로 충전하지 않아도
그저 옆에 있기만 해도 좋았던
줄 이어폰처럼 말이다.
그건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그래서 더 소중하다.
이 그림을 보니 허수경의 문장이 떠올랐다.
줄 이어폰에서 느끼고 싶었던 무선이 아닌 유선, 조건부가 아닌 무조건, 진짜 만질 수 있는 그 무엇의 안정감을 그녀의 문장속에서 상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손과 손들의 한 문장, 한 문장을 지날 때마다 마음 깊은 곳에 온기가 가득 차는 듯한 존재감을 느꼈다.
네 손이 내 손을 잡았던 차가운 거리, 나를 겉도는 영혼에서 아주 말랑말랑한 홍시의 영혼으로 되돌려주었던 그 거리를 생각한다. 그때 네 손은 얼마나 안전했는가. 나를 구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그 때 네 손은 얼마나 불안했는가. 이 눈처럼 훅, 하고 나를 떠나버릴 것 같아서. 손을 잡으며 나는 너의 약함을 감지하고 너는 내가 얼마나 불완전한지를 느낀다.
폐허에서 발견된 당신의 양손이여.
이 거리에서 그냥 잡습니다.
제 약함을 고백하고도 고백하고도 넉넉해서
인간의 손은 이 우주의 모든 날씨 나쁜 날을 안아주네요.
ㅡ 허수경, <너 없이 걸었다> 루드게리 거리와 콰니히 거리에서, 손과 손들
인간은 인간의 손을 잡으면서 관계의 입구를 만든다고 하는 허수경의 말처럼
손끝으로 이어지는 진짜 마음 하나쯤은 남아 있었으면.
줄 이어폰처럼 충전 없이도 곁에 있어주는 그런 줄이
우리 모두의 손과 마음에 포근히 감겨 있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