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금요일 오후 다섯 시 반

by 윤슬



금요일 오후 다섯 시 반.

연말의 금요일이다.


거리엔 어둠이 뉘엿뉘엿 깔리고

트리 불빛이 거리를 밝히며 반짝이기 시작한다.

빌딩마다 저마다의 장식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환대하며 들썩이지만

그 불빛들은 오늘도 여전히 타인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우와, 하며 한 번쯤은 렌즈로 담을 법도 한데, 단 한 장도 선뜻 담아내지 못한다.


잠시 멈춘 교차로 앞에 서서 이소라의 노래를 틀었다.

대각선 보행신호등이 켜지자

사람들은 모두 동시에 섞이는 듯 섞이지 않고

제 각자의 방향으로 스치며 흐르고 있었다.


어둑어둑하지만

무언가 설레고

무언가 기대하며

무언가 안도하는

또 무언가 차분하면서도 명랑한 기운이

사람들 사이에서 숨길 수 없이 새어 나왔다.


북적이는 목소리,

머플러가 등뒤로 얹어진 뒷모습,

어떤 이의 긴장 섞인 설렌 옆모습들이 한데 얽힌

이 찰나의 인파 속에서

귓가에 들리는 이소라의 음성이 대비되며

더 깊고 날카롭게 외로움을 베어 물었다.


봄의 노래는 겨울처럼 쓸쓸했고

차가운 겨울의 거리는 성탄을 기대하는 뭉근한 따스함이 배어 나왔다.


지하철 출구 위로 보이는 하늘에

푸른빛, 오렌지빛 석양이 나란히 펼쳐져 있고

그 위에 비행기 하나, 비행기 둘,

서로 멀리 스치듯 날아갔다.

그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있는 그대로 아름다웠다.


트리 불빛이 저 너머의 이야기 같다는 건

캐롤이 텅 빈 공간으로 흩어져 버리고 만다는 건

몸과 마음이 완전히 지쳤기 때문이다.

공백 속으로 기화되어 사라진 흔적들이 남아 있으니.


다행스럽게도 그 스위치를 가뿐히 눌러버리는 건

“ 엄마, 캐롤 플레이리스트 틀어주세요! “라는 아이들의 외침이다.

수년을 모아온 캐롤 플리의 첫 곡.

아이들은 이 곡을 들으며 비로소 크리스마스 시즌을 가슴으로 시작한다.

나의 태양, 나의 불빛들.

나와 함께 나누는 음악들이 두 아이들의 삶에 녹아서

내가 이 세상에 없을 때에도 이 사랑을 기억하고 힘을 낼 수 있다면 좋겠다.


https://youtu.be/A4zBSnMhvI0?si=kis8vglbrm6I1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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