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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21. 2023

윈튼 마살리스 재즈 콘서트 내한 공연 후기

경지를 넘어선 초자연적인 순간을 만나다.


주말에 윈튼 마살리스 Wynton Marsalis 공연을 관람했다.

정말 말이 필요 없는 세계적인 트럼펫터.

재즈도 재즈지만 클래식 연주도 아름답게 연주하는 정수중의 정수!


LG아트센터 윈튼 마살리스 셉텟 무대셋팅


LG아트센터에서 올해 초  CoMPAS 자유 패키지를 오픈했었다.

그중 3개의 공연을 예매해 뒀고,

그 첫 번째 공연이 바로 윈튼 마살리스 공연이었다.


처음엔 재즈로 주로 들었지만

이후로는 클래식으로 더 즐겨 들었다.

재즈와 클래식분야 동시에 한해 그래미상을 탄 유일한 음악가이기도 하다.


 윈튼 마살리스의 즐겨 들었던 클래식 곡. 트럼펫 멜로디로 듣는 클래식의 매력.



한해 한해 갈수록

트럼펫의 날카롭게 찌르는 또렷한 색채감보다는

부드러운 색채감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재즈트럼펫, 또 뮤트를 적절히 사용한 질감이나

플루겐 홀처럼 포근한 소리까지..


그래서 최근 몇 년간은 그의 연주를 찾아들었던 적은 많지 않았지만

제일 최근 들었던 윈튼 마살리스의 연주는

리차드 갈리아노와 함께 협연한 라이브 앨범 중 La Vie En Rose라는 곡이었다.

https://youtu.be/Tl21YlEVkl0?t=3659

라이브 실황 영상 - Recorded live at the Jazz in Marciac festival, August 13, 2008


이 영상(앨범)에서는 이번 공연에 함께 내한한

피아노의 댄 니머와, 베이스의 카를로스 엔리케스를 함께 볼 수 있다.


La Foule곡도 유명하고 신나지만

2번트랙 Them There Eyes는 참 다정다감한 곡이다. :)

기운없는 날 일하기 전에 기운을 북돋기에도 좋고 금요일밤에 긴장을 풀어헤치고 신나는 기분을 느끼고 싶을 때 추천하는 앨범이다.





이번 공연의 멤버


윈튼 마샬리스의 실황 연주는

숲 속의 널따란 초록빛 들판에서

코끼리가 야생 그대로 마음껏 포효하는 느낌이었다.


경지를 넘어선 초자연적인 완벽함.

그 어떤 이질감도 느껴지지 않는 자연스러움.

트럼펫연주의 어떤 마땅한 이치라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올곧은 정수.



미디에서 가상악기의 스트링의 다이나믹을 조절할 때 모듈레이션 선의 모양과 높낮이로 강약의 세기를 표현한다.


윈튼 마살리스가 어떤 곡에서 뮤트를 손에 쥔 채 거리를 조절하며 멀어졌다가 가까워졌다를 반복하는 데 그 모습이 마치 세밀하게 컨트롤된 모듈레이션 라인 같단 생각이 들었다.

트럼펫의 색채와 강도를 유려하게 손으로 그려내는 사운드가 정말 정말... 멋졌다.


그의 재즈는 정통성을 상징하는 의미도 커서 오랜 시간을 관통하며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재즈 앳 링컨 센터 (Jazz at Lincoln Center)


여기서 나오는 앨범들도 즐겨 들었는데 그 센터의 수장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게 됐다.

수년 전 ‘Jazz for Kids’라는 앨범을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이 센터를 알게 되었다.

발표하는 앨범들이 좋은 앨범들이 많았다.

정규적인 공연도 하고, 소속 아티스트들은 꾸준히 앨범도 내고, 다양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어린아이들부터 재즈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었다.  

재즈를 지켜내는 근원을 꾸준히 가꿔내는 모습이 아름답다.


영국에도 클래식 오케스트라 단체들이 지역마다 포진되어 있다.

음악을 소비하는 탄탄한 수요층, 지역사회의 주민과 기업들의 후원제도까지 더해져 음악인들을 길러낼 수 있는 안정적인 토대를 만들고, 그 지역을 여러 측면으로 살리기도 한다.

공연 감상의 기회 확대, 또 음악을 꿈꾸는 이들에겐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재능을 갖춘 이에겐 더 펼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아름다운 선순환이다.


이런 예술기관이 다양한 분야로 포진되어 있는 환경이 (역사의 이면을 논외로 하더라도) 부럽단 생각이 들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이 대비되어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음악의 소비가 다양한 장르로 깊게 포진할 수 있는 토대가 그리 탄탄치 않고, 정부의 방향성에 따라 세금 따라 이리저리 계속 바뀌는 환경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짧은 근대역사 속에서도 케이팝, 한류문화의 성장으로 인해 자체적으로 고양되고 있는 K-컨텐츠는

RM이 말한 것처럼 독자적인 프리미엄라벨로 돌아와 분명히 우리나라만의 기회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멤버 이야기로 돌아가서..


색소포니스트 압디아스 아르멘테로스.

아름다운 숲 속의 숫새가

“ 이 숲의 노래 요정은 나야. “

라며 화려하고 섬세하게 노래하는 기분이었다.



콘트라베이스 카를로스 엔리케스의 연주는 섬세함과 힘이 함께 공존했다.



피아노의 댄 니머..

사뿐사뿐 걸어 다니는 느낌이었다.

물 위를 걸어 다니는 생물이 있다면 이런 피아노를 치지 않을까?

마치 융필터를 끼운 것처럼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연주였다.

셉텟과 어울릴 수 있게 거칠게 튀지 않으면서도

영원히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는 벨벳터치의 나직하고도 영롱한 소리로 반짝여 주었다.

정말...  이런 연주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



오베드 칼베어의 드럼은 마치 두 사람인 듯,

드럼과 퍼커션을 동시에 연주하는 블랙소울을 마음껏 자아냈다.

특히 No.4 of Savion의 드럼 솔로 구간이 백미였다.





다시 듣고 싶지만, 음원이 없는 곡도 많고 있더라도 전혀 다르다. Jazz니까!!



이번 공연의 7인조 셉텟의 연주는

다 같이 움직이는 흐름,

다이나믹, 변박의 변화하는 지점들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잘 어우러졌다.


바람이
그저
부는 것
그 자체였다.


세게 불었다가 약하게 불었다가

이리저리 흘러가는 대로

바람결이 연주하는 듯한

섬세한 다이나믹조절의 합이 너무 잘 맞았다.







오늘 공연 전

홀에서 대기하던 중 김형석 작곡가님을 만났다.

아는 사람처럼 " 안녕하세요 :) "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가

문득 사진을 남기고 싶어 다시 발걸음을 돌려 함께 사진을 찍었다.


올해는 계획해서 본 공연관람도 있지만,

일상 속에서 만나는 우연을 그때그때 잡아서 보게 된 공연들도 있다.

공연관람으로 음악적 에너지를 채우는 시간을 보내는 기간인가보다.



인터미션 때 막내에게 건넨 말이다.

" 잘 보면 유명한 뮤지션들이 또 있을지도 몰라. (두리번두리번.) "

그런데 막내가 자기 손바닥을 펴서 지체 없이 나를 짠~하며 가리킨다.

아..... 어이없고 무안한데 웃기고 기분좋다. ㅎㅎㅎㅎㅎ



Beegie adair의 밝고 경쾌하고 편안한 스탠다드재즈를 좋아하는 막내가 공연장에서 틈틈이 폰메모로 쓴 후기를 담으며 글을 마무리한다.






오늘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럼펫 연주자의 공연을 보러 왔다. 기대된다.

벌써 우리나라에서 엄청난 아티스트님께 '안녕?' 인사도 받아 보고,

(김형석 작곡가님)

 ‘@@@‘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를 만나서 사인을 받았다.

(나한테 폰에 사인해 달라고 해서 해줬는데...)


그리고 공연을 할 때는 음악을 들으며 엄마의 어깨에 편안히 기대어 잠을 잤다.

(깨워서 무엇하리..폭자렴)

쉬는 시간에는 엄마와 밖에 나가서 중심 잡기 대결에서 이겼고, 레몬 사탕도 입에 넣었다.

(현존하는 네가 최고)

그리고 화장실에 다녀와서 이 메모를 썼다.

2부에도 낮잠/꿀잠을 자야지!

(다행히 안 잤음..)


공연이 끝났는데 너무 좋았다.

마지막까지 박수를 친 건 나였다.


그리고 음악은
완전
This is Shining sing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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