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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r 29. 2023

Be my love - Keith Jarrett

『 수요일의 슬픈 Bittersweet 』1편 -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음악과 사랑에 빠지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단 한순간이면 충분한 노래도 있지만,

한 번 듣고

두 번 듣고

세 번

네 번 들은 후에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되는 노래도 있지.


삶의 어떤 기점에 다 달아서야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삶의 아름다움이 있듯


비로소

비로소

만나는 음악들이 있다.




- 푸름 , 『 @ccucurruccucu 』







매해 가을이 되면 어쿠스틱 기타 소리에 푹 빠져 지냈다.

오래전 어느 해 가을날

우연히 Marco periera의 기타 연주의 Be my Love를 처음 만났다.


https://youtu.be/5Dd_qMSGdGc


당시 담아놨던 플레이리스트 중에서



곡을 담으며 듣게 된 키스 자렛의 피아노곡에서는

당시엔 기타 음색보다 더 특별한 뭔가를 느끼지는 못했었다.


그리고 다음 해 가을, 플레이리스트에 담겨있던 이 기타곡을 듣다가

키스자렛 Keith Jarrett의 곡으로 다시 들어봤다.

그러나 이번엔 기타곡 보다 훨씬 깊은 심상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다르게 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키스자렛이 아팠을 때 집에 머무르면서, 아내에게 헌정하는 앨범을 녹음했다.



한 음, 한 음,

음을 담백하게 골라 담은 마음의 소리.

여러 음을 쓰지 않고도 최소한의 음으로 충만하게 표현한다.


손가락으로 한 음 한 음 내디딜 때도 조심스럽게 소중하게 애틋하게.

그 자체에 사랑하는 진심이 담은 여러 가지 마음들이

음표와 박자를 어그러트려놓는다.


음과 음 사이의 박자가 엇나간다 하더라도

그 음들 사이의 공간이 생기더라도

그 망설임의 울림조차 애수 가득한 공명으로 가득 채운다.


전에 들리지 않았던 감상들이 키스자렛의 터치로 마음이 들리는 듯하다.

그 이후로 나는 이 곡을 수시로 수년 째 듣고 있다.



https://youtu.be/_pbrwteEoes



우리 사이의 공간
Space between us


볼프강 모차르트부터 마일스 데이비스에 이르는 작곡가들은
음악에서 음과 음 사이의 공간과 주제가 발생하는 위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로슨은 "음과 음 사이는 실제로 마법이 일어나는 곳"이라며
"음을 치면 듣는 사람이 그 음을 듣지만 공명을 일으켜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In music, composers from Wolfgang Mozart to Miles Davis liked to speak about the space between the notes and where the theme occurs. "Between those two notes,” says Lawson, “is where the magic actually happens because you hit a note, the listener is hearing it, but it needs to resonate.”  

- chad lawson 『 Forbes 』 Interview



그래,

음과 음 사이에서 공명을 일으키는 마법의 시공간!

공간과 그 주제가 발생하는 위치!!


배음이 울려 퍼지는 잔향의 서사,

완전한 무음의 쉼표,

그다음 음들이 어떻게 나올까 하는 설렌 기대,

그 음과 음사이가 만들어내는 이 영혼의 공간은 저절로 완성되며

듣는 이의 들숨과 날숨을 휘어잡는다.








같은 곡도 연주자마다 다르게 들리는 이유도

이 물리적인 시공간을 어떻게 다룰지에 따라서

이미지에도, 곡 길이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나 악기가 하나인 솔로곡인 경우엔 그 영향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창작물의 표현력은 여러 요소들의 결합으로 완성되는데,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작곡가의 생각


그리고 연주자의 해상도 높은 표현력이다.

작곡가, 디렉터, 연주자 사이의 원활한 소통이 필요한 이유이고

작곡가=편곡가=연주자 라면 자신의 의도대로 더 자연스럽게 잘 담을 수도 있을 것이다.



곡에 대한 확실한 주제와 정서

어느 부분을 더 아름답게 표현하고 싶은지

멀리 넓게 생각하며 곡 전체를 바라보고,

거침없는 깊은 고민이 나온 후에야 이 공간을 자연스럽게 만들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결코 이런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낼 수 없다.



한계를 인정하기


작년에 곡작업들을 하면서

곡에 대한 심상, 주제와 큰 다이나믹의 흐름은 있었지만, 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은 섬세한 날카로움은 많이 모자랐다.


그래서 그런 아쉬운 부분들이 여전히 음원에서 들린다. 하지만 당시의 내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거기까지였다.


결국 그때도 내가  머릿속에 확실한 그림을 세세하게 그려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믹싱 마스터링을 함으로써

소리가 어디까지, 어떻게 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개념도 부족했기 때문에

작업을 진행하면서 소리를 들어가면서 수정하며 찾아갔다.


그래서 더 많은 수정의 굴레속에서

엔지니어님들의 많은 노고가 필요했다.

업계의 표준치를 수직상향했던 수정지옥..

엔지니어님들께 아직도 많이 미안하다.

무한감사와, 사과의 말씀을 동시에 드리고 싶다..


나는 믹싱 마스터링도 어느 정도 다룰 수 있어야 함을 과정속에서 깨달으며 배웠다.


하지만 다음 곡작업도 엔지니어님께 부탁드릴 거다.

아마 분명히 직접 해보라고 하실 테지만

그리고 해 볼 테지만,

난 나를 못 믿고, 함께 만들어 가며 배우는 즐거움을 놓치기가 싫다.

믹싱 과정에서 사운드에 매몰되어 버리는 오버싱킹괴물로 혼자서 허우적대기 싫다.

좋은 스승님을 만난 건 나의 큰 복이다.




이 모든 배경엔 음악 듣기를 좋아하셨던 유년시절 속의 아빠가 있다.
결국 어렸을 때 오며 가며 듣고 자랐던 경험들이
어떤 보이지 않는 기준으로 내 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할지는 모르겠는데, 이 소리는 아니야!라는 내적인 괴로움.





이 곡을 다시 조금씩 쳐보려고 한다.

오늘 잠시 쳐 봤는데,

이런 소리를 듣고 있자면

참 아주 아주 많이 괴롭다.


하지만 그 역시 나를 과대평가하는 망상적인 욕심 섞인 기대이자

어느 한 구석에서는 그렇게 쳐보고 싶다는 열망의 반증이다.

전문연주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성실하게 연습하고 있지도 않으니 당연하다.

그저 한 번쯤은 자연스럽게 들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단 맘으로

그저 하루하루, 그냥 쳐 보는 거지.





apple music 아티스트 이미지

최근 키스자렛의 앨범들은 모두 16년도 실황녹음 앨범들이다. 2018년 두 번의 뇌졸증 발병 이후 그를 공연장에서, 새로운 음원으로 아직은 볼 수가 없다. 무슨 연주를 하고 계실지 궁금하다.



Be my love가 내어주는 Bittersweet은

아련한 사랑의 정서가 녹아진 선율과 화성,

그걸 잘 표현한 음과 음 사이의 공간에 있다.

듣는 마음에 담백하게 깃들어 있다.




『 수요일의 슬픈 Bittersweet 』1편 -  키스자렛의 Be my love였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음악에 대해 나눕니다. 그저 알고 싶고, 깊게 느껴지는 것을  ‘왜?’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저만의 시선으로 편하게 담아봅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오늘밤도 편안하게 쉬시기를 소망합니다.
Be m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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