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리스트도 일기처럼
며칠 봄비가 내리네요.
비 온 뒤 숲 속 산책을 제일 좋아합니다.
비가 멈춰서 걷기에 적당한, 많이 축축하지 않은 흙,
빗물이 충분히 스며들어 흙냄새가 올라오고,
나뭇잎이 뿜어내는 향기까지 다 어우러진
그런 숲향기를 제일 좋아해요.
그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면 내가 깨끗해지는 기분.
이제 연둣빛 잎사귀들이 쭉쭉 씩씩하게 나오겠어요.
이래야 봄이죠.
벚꽃이 만발한 순간을 볼 때도 봄이지만
그 순간을 누리지 못하면 봄을 못 보나 싶은 급한 마음에 쫓기는 건 싫더라고요.
어린 연둣빛 아가잎들이 나오는 순간이 제겐 봄입니다.
야들야들하고 촉촉한 작디작은 잎을 조심스레 만지는 순간.
빗물을 먹었으니 이제 더 씩씩하게 쭉쭉 초록잎으로 나오겠죠?
비 오는 날엔 우수에 젖기 좋지만
일순간 무거움이 다가올 때 가라앉는 음악을 들으면 더 가라앉게 되는 것 같아요.
어느 날은 그 가라앉음이 좋아서 일부러 더 무거운 음악을 듣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그 가라앉음이 불편해서 우중산책하며 빗소리만 듣는 날도 있고
어느 날은 그 가라앉음과 적당히 침잠하고 싶어서 미들톤의 음악을 듣는 날도 있는 것 같아요.
네, 전 오늘은 미들톤입니다.
음악들도 일기처럼 그날에, 그 순간에만 누리고 싶은 곡들이 있어요.
오늘은 그냥
적당히 가벼운 리듬,
무겁지 않으면서도 애수 있는 선율,
퍼지는 색채감,
그루브 있는 보컬
감성적인 무드
빗소리 따라 흘려보낼 수 있는 소리의 결을 따라 골랐습니다.
내가 듣고 싶어서 올리는 플레이리스트
함께 들어보실까요 :)
1. Green Tea Farm - Hiromi
2. Seasons - Wave to Earth
3. Movie - Tom Misch
4. You never visit me - Masego
5. Don't matter - 리디아 리
6. 어떻게 지내 - 크러쉬
7. Die for you - Joji
8. Deep Green - Christian Ku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