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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May 20. 2023

생의 명랑성, 소프라노 임선혜가 전하는 다정한 위로

Song to the Music 콘서트 후기


천상의 새가 노래한다면
이런 소리겠구나..
그건 휘파람으로 노래하는
소프라노 임선혜 님의 목소리였다.
처음 들어보는 새소리였다.


https://youtu.be/dzKSbU2Bqiw?t=151

2'31''부터 휘파람 새소리를 들어보세요 :)


지난 5월 19일 잠실 롯데콘서트 홀에서 임선혜 님의  Song to the Music 공연을 관람했다.


잠실 롯데콘서트홀 2023.5.19 Fri.


소프라노 임선혜 님을 처음 만난 건 멜론의 클래식 플레이리스트에서였다.


잠시 다른 얘기로 시작을 해 보자면, 나는 작년에 작곡가로 첫 음원을 발매했다.

곡 이름은 ‘희망 HOPE’라는 제목의 클래식 크로스오버(뉴에이지) 곡이다. 당시 경험했던 모든 것들은 생소하고, 낯설고, 두려우면서도 놀라웠다.

오랫동안 돌고 돌아 첫 단추를 꿰었다는 벅찬 감정은 내 두 번째 생일이라고 명명하며 스스로도 의미를 다졌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다.


운 좋게도 ‘멜론 클래식 핫트랙스’ 플레이리스트에 6주간 실렸었다. 당시 정말 어안이 벙벙했고, 왜?라는 생각이 먼저 앞섰었다. 음악기반이 전혀 없는 내게 그래도 누군가 한 명이라도 더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기니 너무 좋았고 감사했다. 멜군님 감사합니다..


https://youtu.be/ZlO3KNbU7HY

최민아 - 희망  Hope  ( 1st single 2022.6.29 )


그 마음을 누리고 싶어서 당시 1주 차 때 함께 실려있는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편지를 썼었다.

무모할지 모르지만 답변을 기대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 당시에만 담을 수 있는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다. 평소 즐겨 듣고 귀감이 되며 존경해 왔던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한 플레이리스트에 있다니.. 그냥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했지만 전달되지 못한 디엠이 대부분이었고, 40곡 중 3분에게서 반응과 답변이 있었다.

그래도 아쉽지 않았다. 그것은 나에게 쓰는 편지이기도 했으니까.


바로 그 세 분 안에 소프라노 임선혜 님이 계시다. :)

그래서 고맙게 기억하고 있고, 늘 지켜보며 응원하고 있는 소프라노 임선혜 님.

이번 콘서트에서 느낀 따뜻함과 그 당시 내가 소중하게 품을 수밖에 없었던 따뜻한 기억이 강하게 연결되었다. 그래서 음원발매 이야기를 처음으로 꺼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편지.. 기대하지 않았다면서, 좋아하는 나의 모순...)



소프라노 임선혜 님은 국내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오페라, 뮤지컬등 성악활동을 활발히 이어가고 계신다.

또한 같은 천주교 신자여서 더 반가웠고, 천주교 소식지에도 정기적으로 글을 쓰셨다.

한경 arteTV의 ‘임선혜의 옴브라 마이 푸’라는 클래식 음악 토크쇼도 진행하고 계신다.


https://youtu.be/Szn0cpXUjbc

슈베르트 - 음악에게

 

' 음악은 나를 더 나은 세계로 이끌어주고, 음악이 위로가 되어준다 '는 가사가 있다고 설명해 주셨다. 그 말씀에 내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콘서트에선 이 곡으로 휘파람으로 일부분을 부르셨다.  






오늘 처음 공연으로 뵙고 느낀 마음을, 그날 이후 보내는 나의 두 번째 편지로 전하고 싶다.



클래식은 널리 감상되기도 전에 ‘어렵다’는 거부감이란 문턱에 걸려 넘어지곤 한다.

대중들이 친근하게 접근할 마음조차 시작되지 못한 채 기회가 상실되는 것이다.

사실 클래식만큼 일상 속에 무의식적으로 녹아져 있는 음악은 흔치 않은데도 말이다.


임선혜 님에겐 그 걸리적거리는 문턱을 해제시키는 힘이 있다.




이번 공연은 누구나 클래식에 편하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장르를 넘나드는 곡과 다양한 편성으로 짜여졌다.  박상현 지휘자님의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뮤지컬 배우 손준호 님, 하모니카 연주자 박종성 님, CBS 어린이 합창단의 음악으로 함께 다채롭게 말이다.


임선혜 님은 콘서트를 진행하시는 내내 지치고 힘든 삶 속에서 나의 노래가, 내 음악이 청중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계속 전하셨다. 중간엔 마음을 한 번 다잡으시기도 하실 정도로..


누구나 기꺼이 한 발 내딛을 수 있도록 환한 미소로 다정하게 손을 내밀어 마주하는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한 곡, 한 곡, 쉽고 마음을 열 수 있는 설명을 쉽게 시처럼 덧붙이셨다.


아주 상냥하게,

태양처럼 힘찬 밝은 미소로,

맑고 투명한 목소리로.


숲 속에서 반짝반짝 빛나게 노래하는 새의 요정처럼 이내 주위를 환히 밝힌다. 아니, 어쩌면 저렇게 시종일관 환한 미소를 지으실 수 있는 걸까?

그 누구라도 거짓말처럼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만드는 아름다운 미소의 진실된 힘이 있었다.


얼마전 황금가면 김동률의 응원하는 플레이리스트 글을 올리면서, 응원의 노래가 자칫 상처를 더 건드릴 수 있다는 말을 했었다.

임선혜님도 이 화창한 5월의 밝은 날씨가 고통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순간 마음이 더 깊게 닿았다. 그렇게 기도하는 맘으로 노래하시겠다며 마지막 앵콜곡 The Prayer를 부르셨다.




소비당하지 못한 모든 기록은 의미 없는 기록으로 소외당한다.
음악, 영화, 미술.. 모든 장르의 대중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작품들은 철저히 사라진다.

우리는 잊히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뭔가를 철저하게 잊음으로 사라지게 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반복되는 맹세는 얼마나 쉽게 우리가 잊어버리는지를 반복해서 들려주는 것이다.


- 허수경 시인, < 너 없이 걸었다 > 중에서




예술가는 작품을 향유하는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는 데에 열린 마음으로 있어야 한다.

들어줄 청자가 없고, 봐줄 관객이 없다면 이내 그 존재는 사라지고 만다.


예술가로서 내가 표현하고 싶은 음악도 중요하지만,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해 조율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면모를 보게 된다.

오늘 무슨 음악을 들었는지는 세세히 기억하지 않아도 충분한 것 같다. (그렇지만 기억난다.ㅎㅎㅎ)

소프라노 임선혜 님의 그 상냥하고 다정한 마음이 온전히 다 아름답게 전해졌으므로.

클래식은 어렵다는 인식의 문턱을 사뿐히 넘어 클래식으로 인도된 마중물같은 시간이었다.







어느 독자분께서 클래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들려달라고 하셨다.

오늘 공연을 보고 임선혜 님의 마음을 담아, 내 방식으로 잘 선곡해야겠다는 마음을 더 다지게 되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이 자리를 마련해 주신 cbs관계자 분이 내게 하신 말씀이다.

“ 상상은 중요해요.  나중에 거기에서 최민아님의 공연이 열리는 상상을 하며 봐 보세요. 한계를 짓지 말고요. “  


그래서 상상해 보았다. ' 한 곡 정도는 오케스트라 지휘를 직접 한다. 그 외 시간은 1열 정중앙에 앉아 있는 머리 희끗희끗한 노년의 작곡가의 모습이었다. 눈빛만큼은 음악으로 맑게 살아 숨 쉬면서. '


상상한 덕분이었을까? 재밌는 일이 있었다.

아이가 Flower Dance를 치고 싶다고 석촌호수 '호수 위의 피아노'로 갔는데, 멜로디카로 즉흥 콜라보 버스킹을 하고 계시는 최영린 작곡가님이 계셨다. 아이는 Flower Dance를, 나는 얼떨결에 내 자작곡 '늪'과 'Moon River'를 함께 즉흥연주하며 깜짝 선물 같은 시간도 보냈다.














김진영 아침의 피아노 중에서



육체와 정신은 고단해도, 영혼은 평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야채장수의 우렁찬 목소리처럼, 그 생의 명랑성으로 듣는 이의 근심을 쫓아내고 마음을 비워주는 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말이다. 나는 어떤 소리로, 어떤 가치로 내 영혼의 생의 명랑성을 만들 수 있을지 생각하는 밤이다.



임선혜 님의 생의 명랑한 목소리로 마지막 곡을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아이가 요즘 성가대에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곡이다.

https://youtu.be/JDlyobq-Gcs

코이노니아 -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소프라노 임선혜님,
그 때 너무 따뜻했어요.
감사드립니다.
늘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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