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명상음악
안녕하세요. :)
오늘은 저의 나무친구 이야기와 저희 성당 신부님 강론말씀을 인용하여 글을 썼습니다. 같이 감상하면 좋을 3곡의 음악과 함께 만나볼까요?
일본에서 맹인 여자로는 최초로 전화교환원이 된 사람이 있습니다.
출근하는 첫날만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그 후로는 줄곧 혼자서 출퇴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도시 인근에 살면서 도심에 있는 직장까지 매일 수많은 전철을 타고 한 시간씩 출퇴근하는 그녀를 기자가 인터뷰하면서 물었습니다.
“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기 힘드시죠? “
“ 네 힘듭니다. 하지만 여기저기 부딪히면서 걷기 때문에 그럭저럭.. “
기자가 다시 물었습니다.
“ 부딪히면서 말입니까? “
그녀가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부딪히는 것이 있으면 오히려 안심이 되는걸요. “
몇 해 전 가을 어느 날, 숲 속 산책을 하다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들어갔습니다.
경사진 곳의 좁은 길이었는데, 작고 왜소한 소나무 한 그루가 길 중앙에 서 있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소나무 군락도 아니었어요. 왜인지 그 주위에서 한동안 머물다가 왔고, 집에 와서도 계속 그 나무 생각이 났습니다.
반나절이 지나 다시 생각해 보니 군락에서 떨어져도, 사람들이 계속 부딪히는 길에 버티며 무럭무럭 커가는 것이 대단하게 보였어요. 처음엔 그 나무가 굉장히 안쓰럽다고 생각했지만, 응원하고 싶어 졌습니다.
" 자주 만나자, 우리. "
며칠 뒤 다시 가서 보니 관리태그도 붙어 있고 주사도 맞고 있어서 안심했습니다. 구청 산림과 파이팅입니다. 음악도 한 곡조 들려주고 말도 좀 걸어주고 왔어요. 아... 괜찮아요.ㅎㅎ인적이 드문 길이니까요.
요시노 시로시라는 시인이 그녀를 보고 글을 썼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그녀는 부딪히며 걷습니다.
부딪히는 사람이나 사물들
길 위의 쓰레기통이나
볼트가 튀어나온 가드레일
몸을 난폭하게 치고 지나가는 가방
울퉁불퉁한 보도블록과
빵빵거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
부딪쳐 오는 모든 것들에 자신을 맞부딪쳐
부싯돌처럼 상쾌하게 불꽃을 일으키면서
걸어가는 그녀
눈이 보이는 나는
부딪치지 않고 걷는다.
사람이나 물체를
피해야만 하는 장애물로 여기면서
세상을 피하는 것 밖에 몰랐던 나에게
그녀가 속삭여 주었다.
부딪히며 사는 법,
세상을 걸어가는 기술을.
사람들과 부딪히는 게 싫어서 영리하게 피해 다니는 우리에게 오히려 부딪히는 것이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하는 시각장애인 그녀에게, 부딪힘은 타인과의 교류이고 세상과 자신을 연결시키는 방법이며 삶을 살아가는 기술입니다.
부딪힘이 있기에 길을 찾고 방향을 정할 수 있는 그녀에게서 우리는 문제와 장애물에 부딪히면서 완성되는 것이 인간 조건임을 생각해 보게 됩니다.
구약성서 잠언 27장 17절의 말씀.
“ 쇠는 쇠에 대고 갈아야 다듬어지고
사람은 사람과 부비대며 살아야 다듬어진다. “
이 말씀이 새롭게 떠오릅니다.
그 이후로 저는 이 나무친구에게 찾아갑니다.
가서 인사말도 건네주고, 추운 날엔 조금 안아도 주고, 뿌리 부분이 파인날엔 다른 데서 흙을 퍼다가 두텁게 덮어준 날도 있고요.
기대어 음악을 듣고 올 때도 있고, 음악을 들려줄 때도 있습니다. 때론 대나무숲이 되어줄 때도 있고요.
지난 주말엔 음악 들려주는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에어팟을 끼고 지나가던 어떤 분이 웃으시면서 “ 지금 뭐 하세요? “ 라며 지나가셨어요. 어색한 미소 지으며 속으로만 대답했죠. “ 본래 이런 인간입니다만.. “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마음으로 볼 때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신체적 장애로 치명적인 난관에 처해 있으면서도 이를 극복한 어둠의 빛이 된 인물들이 있어요.
정상인들이 이룩할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감춰져 있는 보하에 눈을 뜬 이들이 눈뜬 사람들을 향해서 남긴 말들은 이렇습니다.
“ 하느님은 눈 하나가 다치면
또 하나의 새로운 문을 열어주십니다.
내일이면 귀가 안 들릴 사람처럼 새들의 지저귐을 들어보고, 내일이면 냄새를 맡을 수 없는 사람처럼 꽃향기를 맡아보고, 더 이상 볼 수 없는 사람처럼 세상을 바라보십시오.
행복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행복은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부르지 마십시오. 앞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빛을 모르는 사람일 뿐입니다. 보이는 것 대신에 보이지 않는 것에 의지해 사는 이가 시각장애인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특별한 축복을 받는 사람들입니다. 만약 눈에 보이는 것과, 가족 중에 선택하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않고 절대 눈뜨기를 선택하지 않을 겁니다. 가족은 나에게 천사이고, 보지 못함이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기 때문입니다. “
주님, 살아서 눈을 뜨고 사는 고마움으로
언제나 당신 안에서 보게 하소서.
아멘.
3. 숲의 노래 - 포레스텔라
먼 곳에서 부는 바람
누군가 속삭인 기도일지 몰라
그 간절한 맘이 실린
꿈과 눈물도 내게 흘러
가슴속 그치지 않는 비
함께 맞아줄 수 있으니 내가
사무치게 세상에 서러워지고
버틸 수 없는 긴 하루 끝에서
그대 힘이 들고 지쳐
기댈 곳이 필요할 땐 내게 오면 돼요
커다란 숲이 되어 언제나
난 기다릴 테니
늘 뜻대로 모든 일들이
되지 않는단 건 잘 알고 있지만
계절이 스쳐가면 저무는 꽃처럼
당연한 일에도 슬플 때가 있어
그대 힘이 들고 지쳐
기댈 곳이 필요할 땐 내게 오면 돼요
커다란 숲이 되어 언제나
변함없이 난 기다릴 테니
그대 외로움에 지쳐
삶이 버거울 때면 내게 와 숨 쉬어요
내가 다 안아 줄게요
말로 되뇌이며 시작하되, 성찰하는 것 같은 기분에만 멈추지 않기를.
진정 가슴으로 끌어 내려와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를 부정하며 부딪히는 것이 아니라, 내 한계를 알기에 나를 잃지 않도록 잘 수리하고 다독이기를. 그래서 부딪혀도 평안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하루하루 기르기를.
이렇게 기도드리면서도 성찰하는 것 같은 기분에 머물러 있는 모순의 밤입니다.
남은 주말의 시간도 즐겁고, 행복한 시간들로 누리시기를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