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요일의 슬픈 Bittersweet 』11편
안녕하세요. :)
오늘의 슬프고 아름다운 비터스위트의 주제곡은 라벨의 요정의 정원입니다.
곡제목 : Ma Mère l'Oye, M. 60: V. Le jardin féérique 어미거위 모음곡 중 '요정의 정원'
작곡가 : 마우리스 라벨 Mauris Ravel (1875~1937)
피아노 연주 : 알렉상드르 타로 & 베르트랑 샤메유 Alexandre Tharaud & Bertrand Chamayou
2주 전 어느 날, 애플뮤직에서 최신발매로 알려준 곡입니다. 대중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곡이지요.
4개의 손이 하나인 듯 아닌 듯 얽혀 있는 앨범이미지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곡을 듣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한참을 고요하게 있었습니다.
이 음원의 영상입니다. 신비로움을 섬세하게 표현하려는 피아니스트들의 표정과 손가락의 움직임이 영롱하고 아름답습니다. 시작 부분의 순간순간 포개어지는 두 손과, 미세한 음의 잔향을 이어가는 손가락의 움직임(2분~2분 7초 구간)이 인상적입니다. 고요하고 느린 템포 속에서 요정의 정원의 신비로운 심상을 표현하기 위해 손가락이 얼마나 아름답게 움직이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자연스럽게 플로리스트 Rana Kim님의 최근 작업물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라벨의 곡이 흐르면, 요정들이 내려와서 축복을 내려줄 것 같은 아름다운 공간이지 않나요?
Rana님은 꽃을 기반으로 작업하시는데, 클라이언트에 따라서 결과물은 변화무쌍합니다. 꽃잎, 잎사귀의 펼친 모양, 풀잎 하나하나 늘어지는 각도와 길이까지 모두 다 섬세하게 그녀의 손 끝에서 완성됩니다. 그래서 RANA님의 손은 늘 바삐 움직입니다.
위 작품은 어느 분의 결혼식 공간을 꾸민 작품입니다. 마치 영혼이 통하는 신비로운 정원을 옮겨다 놓은 듯합니다. 대지에서 피어난 꽃과 잎사귀들은 꺾이면서 이내 죽은 정물이 됩니다. 그런 꽃들이 Rana님의 손길을 거치고 나면 다시 새로운 생명력을 얻게 됩니다. RM이 가사로 표현했던 '멈추지 않는 정물'이자 예술작품이 되는 순간입니다. 예술작품으로 승화되는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과 창의성에 찬사를 보내고 싶습니다.
코로나시국 첫 해 가을, Rana님께서 유튜브 채널을 잠시 운영하셨습니다. 그때 선곡과 영상작업에 아주 조금 도움을 드렸습니다. 음악을 잘 모르신다고 하시면서도 본인만의 기준이 명확하게 있던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죠. 당시에 코로나 시국으로 Rana님은 지금보다 시간여유가 있으실 때였고요. 저는 그 전년도에 엘렉톤을 1년간 배우러 다니면서 유튜브로 조금씩 음악공부를 시작했던 때였습니다. 음악은 어떻게 하는걸까?고민하며 조금씩 열망을 두드리고 있었죠. 음악이라면 뭐든 하고 싶었던 마음이었습니다. 그래서 참 즐거웠어요. 벌써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라나님의 작품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인스타에 가시면 아름다운 작품을 일부 보실 수 있습니다. 다시 일상회복으로 일이 너무 바빠지셔서 유튜브는 못하고 계시지만 올라오는 작품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남들보다 뒤늦게 시작했어도 꽃이 좋아서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삶을 열심히 펼치고 있는 라나님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ranaflora3185
https://www.instagram.com/ranaflora/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콜미 바이 유어 네임에도 이 곡이 들어갔습니다. 이 곡이 제게 처음 인식된 것은 이 영화에서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좋아하는 장면 중 2개의 장면에 모두 이 곡이 들어갑니다.
첫 번째 장면
엘리오와 부모님이 한 소파에 둘러앉아 엄마가 엡타메롱 책을 읽어주는 장면에서 흘렀습니다.
https://youtu.be/BoTOd-j28Lw?t=115
두 번째 장면, 아버지와 엘리오가 나누는 대화 장면에서 나옵니다.
올리버역할을 맡았던 아미 해머는, 아버지역할의 마이클 대사가 자신의 ‘되고 싶은 아버지상’을 바꿔놨다고 합니다. 저도 부모로서 저렇게 아이들을 대할 수 있을까 몇 번을 되뇌어 보기도 했던 장면입니다. 티모시 샬라메는 보통 감정을 절제하도록 교육받고 자라는데, 그 씬에서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알아줘서 크게 기쁨을 느꼈다고 합니다.
이 곡은 라벨이 그의 친구인 시파 고데프스키 부부의 두 자녀들인 6살 소녀 미미(Mimi)와 7살 소년 장(Jean)이 연주할 것을 목적으로 작곡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피아노 연탄 모음곡으로, 여러 동화들의 내용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합니다.
1곡 - 잠자는 숲 속의 미녀의 파반느(Pavane de la belle au bois dormant)
2곡 - 난쟁이(Petit Poucet)
3곡 - 못생긴 탑의 여왕(Laideronnette, impératrice des pagodes)
4곡 - 미녀와 야수의 대화(Les entretiens de la belle et de la bête)
5곡 - 요정의 정원(Le jardin féerique)
작곡연도 : 1908~1910
원곡구성 : 피아노 연탄곡
작곡의도 : 친구인 시파 고데프스키 부부의 두 자녀 6살 소녀 미미(Mimi)와 7살 소년 장(Jean)이 연주할 것을 목적
초연 : 1910.4.20
피아노 연탄 악보출판 : 1910년
피아노 솔로 악보출판(친구 자크 샤를로 편곡) : 1910년.
편곡연도 : 1911년에 라벨이 오케스트라로 편곡, 1912년엔 발레버전으로 편곡하여 초연됨.
이 버전은 작년 봄에 처음 들었던 피아노 콰르텟으로 편곡된 플렉스 앙상블의 연주입니다. 피아노와 스트링이 함께 어우러진 연주가 아름답습니다.
이번엔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어봅니다. 피에르 불레즈가 지휘한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의 연주입니다. 이 곡의 셈여림은 처음부터 조용하고 섬세하게 시작됩니다. 단 한 순간의 절정을 위해서 오케스트라만이 연출할 수 있는 화려하고 웅장한 소리가 울려퍼집니다. 그렇게 이 곡의 절정이 몰아칠 때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오늘 요정의 정원 곡 어떻게 들으셨나요? 각자의 일상 속에서 요정이 선물해 주는 마법 같은 기쁜 순간이 이 음악들과 함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좋은 밤, 편한 밤 되시길 소망합니다. :)
『 수요일의 슬픈 Bittersweet 』 11편 - 라벨의 요정의 정원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음악에 대해 나눕니다.
그저 알고 싶고, 깊게 느껴지는 것을 ‘왜?’라고 스스로에게 물으며 저만의 시선으로 편하게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