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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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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Feb 17. 2024

겨울의 오리온 별이 시와 음악이 되다

커트엘링의 Endless Lawns


며칠 전 초승달이 예쁘게 웃는 입처럼 아래로 누워있었다.

구정연휴 때는 점점 그믈어가더니 다시 도톰하게 차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밤하늘의 초승달을 바라보고 있으니 반짝이는 두 개의 별을 따다 저 입술 위에 수놓고 싶어졌다. '그러면 웃는 달이 되겠네.' 하고 생각했다.


Endless Lawns


커트 엘링(Kurt Elling)은 오리온의 별을 끝없이 노래하고 싶었나 보다. 드넓게 펼쳐진 잔디밭처럼 끝도 없이 펼쳐진 별들을 말이다. 겨울을 보내는 마지막 한파에 하얗게 내린 눈 속에서도 붉은 홍매화가 피는 계절이다. 초봄 같은 기온에도 2월은 2월이라며 남쪽엔 아랑곳없이 홍매화가 피었다. 겨울을 대표하는 별자리인 오리온, 진짜 겨울이 가기 전에 이 겨울의 별을 그린 커트 엘링의 아름다운 곡, Endless Lawns를 소개하고자 한다.







얼마 전 라디오에서 듣게 된 곡이다. 편안하게 흐르는 선율과 리듬, 특히 후렴구에서 In love, in light, in key라는 가사가 반복되며 선율이 화음과 코러스로 점점 상승하는 부분이 너무 좋았다.  푸른 밤하늘에 별들이 내 눈앞에서 끝없이 펼쳐지고 있었다.


칼라 블레이(Carla Bley)의 대표곡인 Lawns에 커트엘링이 사라 티즈데일의 시를 덧붙인 노래라고 소개해 주었다. 사라 티즈데일?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시집을 꺼냈다. 커트엘링의 홈페이지에서 시제목을 찾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에는 Winter Stars 시가 실려있지 않았다.


(좌) 칼라 블레이 ⓒmmjazz                                      (우) 사라 티즈데일 시 선집



시와 가사가 다른 부분이 보여 다시 천천히 살펴봤다. 엄연히 다른 각각 2개의 곡이었다.

칼라 블레이의 곡에 시를 붙인 것은 같지만, 두 개의 다른 시를, 두 개의 다른 편곡으로, 두 개의 각각의 앨범에서 발표한 다른 음원이었음을 발견한 것이다. 플루겐홀로 편곡된 연주는 사라 티즈데일의 시로, 라디오에서 들었던 기타로 편곡된 곡은 주디스 민티의 시로 감상할 수 있다.



다시 정리를 해 보자면

Endlesss Lawns (2018, The Questions)

 : "Winter Stars” by Sara Teasdale, from Flame and Shadow (1920)

    feat. Marquis Hill -  Trumpet, Flugelhorn


Endlesss Lawns (2021, SuperBlue)

: ‘Sailing By Stars’, by Judith Minty, from Lake Songs (1974)

   feat. Charlie Hunter - guitar



칼라블레이의 불후의 명곡인 Lawns의 특유의 서정성이 유유자적하게 흐르고 있고, 커트 엘링의 보컬이 오리온 별을 그린 2개의 시와 만나 은은하게 사랑 안에서 별을 노래하고 있다. 음악을 들으며 천천히 가사를 음미하며 들어볼까?

참으로 아름답다. 시에서 말한 것처럼 도심의 불빛 위에서도, 전쟁이어도, 슬프다 해도, 세상 모든 것이 변해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늘 변치 않고 늘 그 자리에 떠 있는 아름다운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보는 것. 그게 위안이 아닐까? 별의 섬에 누워 오리온 별자리의 완벽한 대칭을 바라보다 푸른 밤하늘 속으로 날아가며 항해하는 기분이다.




가운데 3개의 별이 나란히 사선으로 보이는 것이 바로 오리온 벨트!    ⓒbbc skyatnight magazine

오리온 별자리가 궁금하다면? 클릭!


https://youtu.be/gpFR3GL5vDw?si=cO-RHKDvkVY8UqBk


Endlesss Lawns (2021, SuperBlue)

: ‘Sailing By Stars’, by Judith Minty, from Lake Songs (1974)

   feat. Charlie Hunter - guitar



Afloat and all at sea  the stars align in threes

They’re so fine and free in blue and in green

Like leaves on endless trees


바다 위를 떠다니는 별들, 3개의 나란한 별들.

끝없는 나무의 나뭇잎처럼 푸르고 푸름은 정말이지 너무 훌륭하고 자유로워요.


Come climb the sky with me  

come hear and come to see

Melody in perfect symmetry

in love / in light / in key


나와 함께 하늘을 올라요.

함께 보고 함께 들어요, 이 완벽한 대칭의 멜로디를.

사랑으로 / 빛으로 / 키로


We chart with stars, lay too among islands

The night like thick hair around us

And cold water lapping at the keel

Upon deck in damp air, we lie back

Feel our clothes turn wet to skin, and look for Orion’s belt

We look for Orion’s belt

Sky spills over us, so full

We forget about days

Out here when we touch, the earth turns

We go sailing through Islands of stars

Sink with the bears black fur. Drift in a dogs coat

Become comets that flare and orbit the night.

We sail highlands of stars

We sink with a bears black fur

We drift in a dogs coat

Become comets that flare and orbit the night


So Come climb the skyies with me.

Come hear and come to see

Melody in perfect symmetry

In love / in light / in key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 in key




https://youtu.be/wvJqG699_90?si=p8d8PFPRbd7QdbLb



Endlesss Lawns (2018, The Questions)

 : "Winter Stars” by Sara Teasdale, from Flame and Shadow (1920)

    feat. Marquis Hill -  Trumpet, Flugelhorn



Afloat and all at sea the stars align in threes

They’re so fine and free in blue and in green

Like leaves on endless trees


Come climb the sky with me  

come hear and come to see

Melody in perfect symmetry

in love / in light / in key


I went out at night alone

The young blood flowing beyond the sea

Seemed to have drenched my spirit’s wings—

I bore my sorrow heavily.


But when I lifted up my head

From shadows shaken on the snow,

I saw Orion in the east

Burn steadily as long ago.


From windows in my father’s house,

Dreaming my dreams on winter nights,

I watched Orion as a boy

Above another city’s lights.


Years [a]go, dreams [a]go, and youth goes too,

The world’s heart breaks beneath its wars,

All things are changed, save in the east

The faithful beauty of the stars.


All things are changed,

All things are changed, save in the east

The faithful beauty of the stars.


So Come climb the skyies with me.

Come hear and come to see

Melody in perfect symmetry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In love / in light / in key










음악이 있어야 시가 비로소 완성되고 살아 숨 쉴 수 있으며,

벌거벗은 노래에 옷을 입히는 것이 음악이다.

그리고 음악은 시를 세상으로 인도하고

그 속에서 허물없이 시를 마음껏 멋지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 괴테

(피셔 디스카우, 리트 독일예술가곡)



커트 엘링 역시 괴테의 말처럼 Endless Lawns라는 곡으로 허물없이 겨울의 별, 오리온을 그려낸 시들을 마음껏 멋지게 즐길 수 있게 해 줬다. 덕분에 푸른 밤하늘에 끝없이 펼쳐진 별들을 한껏 들이마셨다.



요즘 내내 품에 끼고 있는 김재혁 번역본
커트 엘링 홈페이지, The Questions 앨범 소개 중에서

위의 퀘스쳔(The Questions) 앨범소개엔 반갑게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편지가 인용되었다. 질문을 품고 생을 살아가라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흘러 나도 모르게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아마도 커트 엘링도 그런 질문의 여정을 거쳐 시와 음악이 만난 Endless Lawns의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던 것이 아닐까?


오선지안에서 정답지 없이 헤매는 음들을 붙잡고 끙끙대고 있다. 언젠간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을까? 그러기 위해선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먼저 되돌아보자고 생각하며 다시 악보를 펼쳤다.  갈 곳 잃은 수많은 음들 중에서, 오늘 단 하나의 음이라도 그만의 꼭 맞는 안락한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변치 않는 완벽한 대칭의 오리온 벨트, 바로 그 자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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