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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아 Apr 26. 2020

세계에서 지역으로 뻗어나가는 음악 축제

시카고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

번쩍번쩍하는 빌딩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시카고 시가지의 서쪽에는 비교적 한적한 동네들이 모여 도심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이곳에는 젊은이들의 발길을 끄는 아기자기한 카페와 상점들, 그리고 요가를 즐기는 보보스들을 쉽사리 만날 수 있는 작은 공원들이 즐비하다. 7월의 어느 주말 이곳 사이에 있는 유니언 파크Union Park에서 열린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Pitchfork Music Festival을 찾았다.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피치포크는 힙합, 알앤비, 일렉트로닉, 인디락 등을 아우르는 대중 가요의 트렌드를 소개하는 미디어 플랫폼이다. 2006년부터 시작한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은 매년 여름과 가을, 시카고와 파리 두 곳에서 열린다. 2018년에는 7월에 시카고의 유니언파크에서, 11월에 파리의 빌레뜨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늦은 오후에 유니언 파크에 도착하니 입구는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각자의 개성을 맘껏 표출한 차림새의 사람들이 페스티벌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단단히 준비를 하고 온 것이 대번에 느껴졌다. 입장을 기다리는 와중에도 모두들 한껏 들뜬 모습으로 흥에 차있었다. 줄 한 가운데에서 엄마 품에 안긴 채커다란 헤드폰을 쓰고 눈을 끔뻑거리는 아기가 사람들을 웃음짓게 했다. 입구로 들어서자 맞은 편에 아기자기한 전등과 알록달록한 소파로 꾸며놓은 칵테일바가, 그 왼편 공터에는 공연을 위한 무대가 펼쳐졌다. 무대 위에는 이미 한 밴드가 컨트리 풍 노래를 연주하며 축제의 분위기를 한창 돋우고 있었다.

널따란 잔디밭에 설치된 메인 무대
메인 무대 맞은편에 있는 무대

페스티벌은 3개의 스테이지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중 두개는 널따란 잔디밭 가장자리에 약간의 거리를 두고 ‘ㄱ’자로 놓여 있었고 다른 하나는 맞은편에 멀리 떨어진 잔디밭에 있었다. 두 장소 사이로는 음료와 먹거리를 판매하는 푸드 트럭이 늘어섰고 그 옆으로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흰 천막아래로 이어졌다. 이들은 모두 시카고에 자리잡은 지역 상인들로 지역과의 깊은 연계로 관객들에게 양질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는 피치포크페스티벌의 정신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물론 피치포크 페스티벌은 지역에 대한 존중만큼 자연을 존중하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축제 첫해부터 페스티벌의 환경발자국을 줄이기 위해 환경 코디네이터와 함께 고민함은 물론, 재활용 전용 쓰레기통과 비료로 사용될 음식물 전용 쓰레기통을공원 곳곳에 마련해 쓰레기 줄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흐릿한 날씨 탓에 보슬비가 내렸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무대 앞에서 뮤지션들과 교감하며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도, 멀찍이 돗자리를 깔고 소풍을 즐기는 사람들도 모두 각자의 방법대로 여유로이 페스티벌을 즐기고 있었다. 종종 유모차를 탄 아기들과 잔디밭을 해맑게 뛰어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눈에 띄었는데 주최측은 이들을 위해 공원 구석에 키드존을 마련해 놓기도 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흰 벽에 그림을 그리거나 잔디밭에 앉아 레고를 조립하며 나름으로 페스티벌에 참여한다. 이처럼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모든 연령이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것은 지역 소상공인과 독립 아티스트 지원이라는 그들의 건강한 의도와 함께 많은 관객들을 페스티벌로 이끄는 이유 중 하나다.


피치포크 뮤직 페스티벌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담백하다'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다. 사실 페스티벌은 여느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만큼 화려하고 성대한 규모를 자랑하지는 않는다. 유니언 파크는 한눈에 공원 전체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의 아담한 크기이고 무대 역시 현란한 무대장치 없이 기본적인 조명과 스크린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페스티벌은 무엇보다 본질에 충실했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음악으로 소통하는 뮤지션과 관객, 맛있는 먹거리와 음료, 상인과 음식들을 통해 만나는 지역 사회, 그리고 이것들을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분위기. 더이상 무엇이 필요하랴.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기 때문에 국제적이란 수식어로 페스티벌을 소개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 현장은 지역 사회와 긴밀히 소통하며 시카고만의 페스티벌을 만드는데 여념하고 있었다.

페스티벌을 위해 천막 아래 문을 연 지역 상점들
페스티벌을 위해 천막 아래 문을 연 지역 상점들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
공원 한켠에 마련된 녹지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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