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아 Mar 29. 2021

나와 요가 선생님과 핸드 스탠드

덕분에 오늘도 한발 내디뎠다! 브라보!

요가 수련 중에 내가 가장 피하고 싶은 자세는 바로 핸드 스탠드, 물구나무서기였다. 내가 다니는 요가원에서는 서서하는 자세와 앉아서 하는 자세 사이에 핸드 스탠드를 연습한다. 호흡  번에  하고 섰다가 금세 내려와 순식간에 지나가는 자세지만 절대 ''하고 손쉽게 다다를  있는 자세가 아니다.


처음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그 자세가 어느 날부터 함께 수련하는 이들 사이에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또 한참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물구나무해야지?'라고 상냥하게 말하며 내게 다가온 선생님과 함께 내 코앞까지 들이닥쳤다. '저기요, 선생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신 거 아니에요?'라는 말이 정말이지 목구멍까지 올라왔고 엄마를 찾으며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손바닥으로 땅을 짚기는 했는데 내 다리를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다리를 위로 차 올리면 붙잡겠다는 선생님의 말에 '아니 선생님 그건 싫어요. 저는 거꾸로 서고 싶은 맘이 눈곱만큼도 없어요'라고 항의할 수가 없어 소심하게 오른발을 들어 올리기는 했지만 도저히 체중을 팔로 실을 수가 없었다. 나의 소극적인 움직임을 몇 번 지켜보던 선생님이 반강제로 오른발을 들어 따라 올라오는 왼발까지 들쳐 올렸을 때 나도 모르게 엄마엄마엄마 겁먹은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러나 창피함이고 뭐고 너무 무섭고 너무 힘들어서 빨리 두 발이 땅에 닿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선생님의 힘으로 지탱하던 다리를 선생님의 팔에 의지해 내려놓았을 때 고해성사하듯 무릎 꿇고 앉아 '선생님, 사실 제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겁쟁이랍니다. 이건 저에게 무리예요.'라고 속삭이고 싶었으나 그런 말을 하기에는 또 너무나 겁쟁이였다. 다행히 선생님은 나의 상태를 파악하고 다른 연습 방법을 알려주셨다. '저기요, 저는 연습하고 싶지 않다니까요!!' 물론 이 말도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내 머릿속에만 울렸다.


선생님이 처음 내게 제안한대로 다리를 위로 차올려 몸을 거꾸로 세우려면 벽을 마주 보고 선 상태에서 허리를 숙여 땅을 짚어야 했다. 그 상태에서 다리를 차올린다는 것은 다리가 180도 올라가 벽에 닿기 전까지 두 팔로 온몸을 지탱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 사이에 팔이 버티지 못하면? 팔이 무너져서 부러지면? 근육은 없지만 겁은 많은 내게 그것은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그런 건 톰 크루즈나 하라지. 다행히 선생님이 알려준 다른 방법은 한결 쉬웠다. 우선 벽을 등지고 서서 손바닥으로 땅을 짚은 다음 다리를 하나씩 90도로 들어올려 벽을 짚으면 되었다. 그러면 발바닥으로 벽을 짚은 상태에서 팔과 몸으로 조금씩 무게 중심을 옮기는 연습을 할 수 있고 그 후에 다리를 하나씩 수직으로 올리며 점차적으로 완성 자세에 다가갈 수 있다. 이 방법으로 수련을 하니 점프에 대한 부담이 줄어 자세에 집중할 수 있었고, 어깨는 물론이고 배에 강한 자극이 느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세가 끝나면 부들부들 떨리는 팔로 겨우 두 발을 내려놓았지만 이때 받은 자극은 다음 동작을 이어가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래서 마이솔 수업에서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 빼먹지 않고 핸드 스탠드 연습을 했다. 선생님의 구령을 따르는 수업에서는 한 호흡에 휙 하고 올라간 후 바로 다음 동작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연습할 틈이 없어 서운한 맘이 들 정도였다.


언젠가는 나도 휙 하고 올라갈 날이 오겠거니 생각했지만 그것이 10년 정도 걸리겠거니 짐작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선생님이 핸드 스탠드 연습을 마친 내게 다가와 '나랑 같이 해볼까?'라고 상냥하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놀란 눈으로 '벽 없이?'라고 물었고 선생님은 '응, 없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하던 방법에 익숙해진 나는 처음처럼 당황하지 않고 '나 벽 없이는 못하는데?'라고 답했고 선생님은 '나랑 같이 하면 할 수 있어'라고 답해 나를 다시 당황하게 했다. 선생님은 그동안 내가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고 다가왔겠지만 그 순간 공포로 일그러진 내 얼굴도 보았을 텐데 너무나 태연하게 또다시 내게 다리를 차 올리라고 요구했다. 나는 잔뜩 겁을 먹었지만 숨을 고르며 애써 용기를 불러 모았다. 그리고 한 번, 두 번 점프하기 시작했고 처음과 달리 단단해진 내 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영차 차올린 다리를 선생님이 붙잡았다. 확실히 처음 들어 올렸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선생님은 네가 연습하던 방법은 이제 충분히 숙달이 되었으니 점프를 할 때라고 말했다. 핸드 스탠드를 할 때 선생님을 기다렸다 도움을 받든지 아니면 같은 방법으로 다리를 차올려 벽에 기대서 버텨보라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너는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겁을 먹은 것뿐이라고, 닫힌 문을 열어야 할 때라고, 두려움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 다시 한번 해볼까?' 선생님의 응원에 마음이 찡해진 덕에 한결 용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고 홀로 올라서지는 못했지만 벽에 발을 지탱하고 홀로 버틸 수 있었다. 내가 두 발을 땅에 내려놓고 바닥에 앉자 선생님은 미소를 가득 머금은 얼굴을 바싹 들이밀고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나는 다른 지시사항이 있으려나 하고 선생님을 쳐다봤다. 찰나의 침묵이 영겁처럼 지나간 후 선생님이 속삭였다. '브라보!'

매거진의 이전글 요가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