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에 대한 채무

(feat. 브런치팀의 독촉장)

브런치팀에서 이 알람 문자를 한 번쯤 받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작가님의 글을 못 본 지 무려.. 00일이 지났어요ㅠ_ㅠ

작가님 글이 그립네요...' 

문자 발신인은 온갖 이모티콘으로 귀여운 척을 하고 있지만, 정작 수신인은 빚을 독촉하는 채권자의 내용 증명을 받은 것 마냥 압박을 느낀다.

결국 브런치에 밀린 글쓰기 채무 의무를 다하기 위해 오랜만에 책상에 앉았다.

그동안 글쓰기에 소홀했던 이유는 많았다. 변명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론을 하자면 작년에 책을 기획하고 편집을 하면서 브런치 글쓰기가 아닌 다른 글들을 쓰고 고치고 가다듬느라 브런치를 돌볼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올해는 새롭게 시작한 일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는 이유로 브런치는커녕 일상의 일기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 

주인에게 방치되어 이백 여일 동안 외로웠을 브런치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런저런 핑계로 글쓰기에 소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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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글쓰기에 소홀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나는 글쓰기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 글을 써야 하는 일을 했었기에 마지못해 써내어 왔지만 항상 글을 쓰기 전, 쓰는 중, 그리고 쓰고 나서도 무척 긴장되고 신경 쓰인다. 마치 시험 기간 동안 부쩍 올라오는 승모근의 뭉침처럼 글쓰기 과정 내내 마음의 근육은 늘 경직되어 있다. 

경직된 곳은 적잖은 통증으로 오고, 통증은 움직이고자 하는 의지를 막는다. 아마 내 글쓰기의 의지는 불필요하게 경직된 부담감 때문 아닐까 싶다. 게다가 이렇게 용써서 만든 결과물이 또 썩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렇다면 힘이라도 빼고 글을 쓰는 것은 어떨까 싶다. 

글쓰기로 경직된 심신의 근육이 조금 이완되고, 손가락이 좀 더 가벼워지면 어디서든 언제든 얼마든 다시금 글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생긴다. 이 원(願)이 이루어진다면 앞으로 브런치를 자주 열지 않을까, 최소 브런치팀에서 독촉 알람을 더 이상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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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마음의 빚, 그러니까 말을 하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으로서 글을 남지기 못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브런치팀의 눈총 등등. 이 빚을 오늘로 좀 덜어냈다. 찬찬히 갚아 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