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민아 Jul 13. 2022

하위 10% 미만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

이 야속한 아이성장발달계산기야


내 금지옥엽 아들 이도가 몇 주전 장염을 심하게 앓았다. 이도 엄마로서 애간장이 탔다. 


그런데 장염 치료 기간 내내 속상했던 이유는 '아이 대신 아플 수 없는 애미의 속상함'이 아니라 '가뜩이나 마른 아이가 장염 때문에 더 말라 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애미의 조급함'때문이었다. 전자와 후자는 감정의 결이 다르다. 전자는 부모로서의 모성애에 기반한다면 후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엄마의 불안함'에서 기인한다.



그렇다. 나는 불안하다. 그것도 많이. 


우리 부부의 체질&체형&체격 때문에 이도는 선천적으로 날씬한 아이였다. 그래서 아이의 몸무게 숫자는 항상 내 육아의 첫 번째 관심이자 고민이었다. 오죽했으면 이런 내 절절한 마음이 글로도 쓰여져 많은 사람들의 공감과 격려를 얻기도 했다.

https://contents.premium.naver.com/horakhorak/horakparents/contents/220420145309207Wf

 - 일주일 만에 육만뷰가 넘었다고 한다. 전국의 입 짧은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귀 기울여 주신 덕분이다.



이도가 좀 식탐이 없는 편이긴 하지만 출생 시 몸무게를 포함해서 세돌 이전까지 성장 그래프 양상은 평균 이하가 아니었다. 비록 작년에 평균보다 좀 내려갔지만 별 탈 없이 잘 크고 있었기에 '그러려니-'라는 마음으로 (애써) 덤덤히 넘겨왔다. 하지만 최근 아이성장발달 검사 결과에 적잖은 충격을 먹었다. 아무리 장염으로 빠진 살이라고 셀프 쉴드를 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수치가 전부는 아니지만, 때론 아주 큰 일부가 된다.





뭔가 조치가 필요했다.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의.


지금보다 신체 발달 성장 속도가 더 더뎌진다면 종국에는 의학적 도움이 필요해질지 모른다. 그 도움이 해롭거나 잘못되었다는 결코 아니지만, 자연적으로 성장하는 아이에게 '인위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내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았다. 

주변에서 닥치는 대로 정보를 얻고 조언을 받아 최대한 해보지 않은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지금까지 내가 종종 대며 아이 성장을 위해 해왔던 방식이 어쩌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으니, 보다 효과적이고 아이에게 더 긍정적인 방향의 해결책이 있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기로 했다.


1. 우선 아이의 체중을 늘리기보다는 심신의 체력을 기르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2. 아이는 어떤 속도로든 잘 자라기만 하면 되니_느리게 걷더라도 멈추지 않고 걷는 것에_즉 아이의 성장 속도를 존중해주기로 했다.

3. 나도 같이 건강해져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도 '함께' 건강해야 아이에게 더 건강한 기운과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을 것 같다.



딱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해서 세부 계획들을 세워보았다. 그리고 이 계획과 실천 내용을 기록하기로 다짐했다. 기록을 하다 보면 발자취가 보일 것이고 잘 걸어왔는지 이 방향이 맞는 것인지 갈피를 잘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특별할 것 없는 소소한 일상의 흔적이라도 돌이켜보면 아이가 잘 자랄 수 있게 된 결정적 솔루션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선 적기로 했다.



본의 아니게 써야 할 글쓰기 주제가 새로 생겼다. 

아들 이도와 엄마인 나의 성장 일지.

일지가 쌓이는 만큼 우리 모자(母子) 심신에 0.1kg, 0.1cm의 소중한 자람이 생기길.


그리고 일단 해보기로 했으니 잘해보는 것으로. (파워 ENTJ의 특장점을 살려보자) 






작가의 이전글 글쓰기에 대한 채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