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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아 Nov 02. 2022

부모됨의 비포 앤 애프터

이태원 참사. 그리고 우리의 측은지심과 수오지심


부모가 되고 난 뒤 많은 것이 바뀌었다. 그 변화를 만 5년 가까이 대중없이 겪고 있지만, 늘 낯설고 때론 두렵다.

아이가 자라면서 부모로서도 햇수가 채워지는 동안 다양한 변화가 있었다. 이런 여러 변화 중 나날이 두터워지고 분명해진 것이 하나 있다. 이건 분명 부모가 되기 전, 후의 변화 중 제일 극명한 것이며 가장 고귀한 것이기도 하다.




[삶의 깊이와 넓이의 확장, 인간애]


부모가 되기 전에는 이런 것들을 사전에 쓰여진대로 '읽을 줄 만' 알았다.

그런데 부모가 되고 나니 생명의 소중함과 인간의 존엄성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고, 타인과 사회를 넘어 동식물과 환경까지 살펴보게 되었다. 맹자가 말했던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삶 속에서 경험으로 녹여냈고 감정으로 쓰기 시작했다.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넓이와 깊이가 달라졌다.



내 자식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한 것처럼 동네 아이들 역시 누군가의 자녀일 테고, 이웃들 역시 누군가의 부모이며, 이 사회 일원 모두는 한 가족의 '소중한' 구성원이다. 이렇듯 우리 모두 고귀하기에 인간 개개인은 존엄하고, 따라서 그 어느 것 하나 하찮은 생명이 없다는 생각으로 귀결했다.

동물 애호가까지는 아니지만, 동물들을 보면 어미의 마음으로 보살피고 싶고 감정을 교감하고 싶다. (언젠가부터 동물농장의 가슴 아픈 사연을 보면 그렇게 운다)



이렇게 부모가 되고 난 뒤 '멋들어지게 설명할 수 없지만, 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에 대한 연민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되었다. 한참을 머무르고 한참을 생각하게 된다.




이번 이태원 참사 기사를 가장 처음 접한 30일 새벽. 막내 동생이 20대 대학생이고 축제를 즐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다짜고짜 전화를 날렸다. 혹시 이태원에 가지 않았는지. 새벽 내내 자취집에서 자고 있느라 전화를 받지 못했던 것뿐이었는데, 잠을 설치며 불안했다. 결국 아침에 막내 동생과 통화가 되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혹시 동생의 대학 동기들 중 그날 이태원으로 간 친구가 있는지, 연락이 되는지 같이 걱정하기 시작했다.

30일 아침부터 인터넷 뉴스 기사를 계속 보기 시작했다. 부디 사상자 명단의 숫자와 실종자 숫자가 업데이트 되질 않길. 야속하게도 시간 단위로 늘어나는 사상자 숫자에 마음이 불편했다. 집안의 무거운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남편이 저녁 외식을 하자고 했다. 평소에는 만세 부르며 따라나섰을 외식이 왠지 그날따라 내키지 않았다. 나는 대학교가 용산구에 있었기에 이태원은 20대의 나에게도 새파란 피가 흐르게 했던 곳이었다. 혈기왕성하게 철없는 짓도 하고, 생각 없이 즐거웠던 추억이 있는 이태원. 그곳이 이제 잊히질 않을, 잊혀서 안 되는 아픔이 있는 곳이 되었다.

31일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유가족들의 기사를 보면서 그들의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눠 이고 싶었다. 이번 비극을 함께 가슴 아파하는 많은 사람들과 어깨에 나란히 이어 다 같이 무릎을 떼고 허리를 들어 유가족들의 주저 앉은 다리를 펴주고 싶었다.



나 역시 부모다. 엄마가 되고 나서 언젠가부터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 사고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시간을 내어 머무르게 된다.  요 며칠 멈춰 있는 시간 동안의 생각을 일부러 퇴고 없이 자유롭게 생각의 흐름대로 이 글에 담았다. 나의 어설픈 글이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과 그 아픔을 나누는 국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데는 미약하겠지만, 감히 나 자신만이라도 조금 달래 보려 한다.



내가 욕심이 많아 바라는 게 많다. 진심으로 이번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치료 중인 부상자들의 빠른 쾌유, 생존자들 마음의 후유증이 서서히 아무길,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유가족들의 심신의 건강을 바라고 또 바란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그라폴리오 by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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