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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민아 Feb 01. 2023

새벽에서 아침까지

다시 시작한 새벽 글쓰기



새벽이 다시 열렸다.


오랜만에 다시 새벽 기상 글쓰기 모임에 들었다. 모임 규칙은 새벽 5시 기상이지만 눈곱도 떼고, 노트북도 열고, 물 한 잔이라도 마시려면 최소 4시 45분에는 기상해야 한다. 글쓰기와 별개로 개인적인 할 일이 많은 날은 새벽 4시에도 기상한다. 기상을 위해서 새벽 3시 55분부터 4시 40분까지 알람을 5개로 쪼개어 저장한다. 

핸드폰 알람 설정음은 다채롭다. 여러 알람음을 낮에 미리 들어보며 너무 요란하지 않고 적당한 긴박함을 주는 음악으로 엄선한다. 같은 알람음을 연속적으로 배치하면 잠에서 깨지 못할 수도 있으니 (이게 뭐라고)신중하게 안배해서 설정한다. 여하튼 나는 오늘도 째질듯한 알람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며 화들짝 기상했다.



새벽과 아침은 다르다.


내 기준으로 오전 6:59까지는 새벽, 오전 7:00부터는 아침이다. 새벽과 아침은 한지 한 장처럼 한 끝 차이지만, 각 시간이 주는 심리적 요인과 물리적 환경이 완벽히 다르다.


새벽은 사계절 내내 고요하다. 

겨울 새벽은 겨울답게 고독해서 운치 있고, 여름 새벽은 여름답게 활기차서 아름답다. 몇 시에 기상하든지 간에 새벽에 깨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자기 효능감이 샘솟는다. 나에게 새벽 기상은 가장 효과적으로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수단이다. 

이 묘한 뿌듯함으로 시작한 하루는 좀 더 윤택하다. 새벽은 기상 직후 퉁퉁 부은 얼굴의 부기를 가라앉힐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하기에 심미적으로도 좋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건 내 하루에서 최소 2시간을 벌었다는 마음의 포만감으로 아침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음의 포만감은 무엇이든지 해봐야겠다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머릿속에는 이미 슬램덩크 주제가가 BGM으로 흐른다.

왜 종교인들이 새벽에 기상하는지 알 것 같다. 새벽은 속세에 살면서 속세에서 벗어난 시간이며, 하루를 살면서 하루와 동떨어진 시간이다. 새벽은 늘 '별도'로 하루와 구분되어 있다. 하루의 덤을 얻은 셈이다. 덤은 언제나 평화와 여유를 준다.


아침은 사시사철 분주하다.

일단 아침 7시가 지나면 아이가 언제라도 깰 수 있다는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아이가 깨기 전에 후다닥 샤워를 마치고, 아이가 기상하면 있는 힘껏 안아주고 뽀뽀하며 사랑스러운 스킨십을 넉넉하게 나눈다. 차린 것은 딱히 없지만 유난히 신경 쓰이는 게 아침 식사다. 과하게 차려서 조금 이른 유치원 점심 식사에 방해가 되선 안되고, 부실하게 차려서 오전 활동 에너지를 내는데 부족해서도 안된다. 

등원 준비는 마음에 싱잉볼 하나를 두고 계속 울려야 한다. 정말 하루 중 이너피스를 가장 많이 외치는 시간이다. 이때 마음의 평화가 무너져 아이에게 성을 내면 이상하게 하루가 온종일 찝찝하다. 마지막으로 아침 화장은 신속하고 정확해야 한다. 아이라인의 오차는 외출 시간을 3분이나 지연시킨다. 아침은 늘 우당탕탕 북작북작이다. 새벽의 릴랙스 된 몸과 마음에 호루라기를 불어준다.



나는 이렇게 새벽에서 아침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흐르는 시간 속에서 '오늘 내게 펼쳐질 예상치 못할 일들'을 맞대응할 준비를 한다. 또 오늘은 어떤 일들로 좌절하고, 화가 나며, 어디까지 무너질까-라는 생각들을 미리 한다. 새벽 기상으로 하루의 전투력이 가장 높을 때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맷집을 키워 놓으면 실제 일이 닥쳤을 때 타격감이 좀 적게 느껴지나 보다. 밤에 일과를 다 마치고 침대에 누웠을 때 그날 하루가 썩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내일 새벽에 다시 총알을 장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받는다.



어제 오후도 개떡 같은 하루의 연속이었다. 나의 나약함으로 내 스스로의  하루를 망쳤다는 생각에 속상했었다. 그래도 다시 새벽에 일어나서 한 주를 리셋하면 된다는 기대로 억지로 잠을 청하며 속상한 하루를 꾸역꾸역 끝냈다.

오늘 새벽, 어젯밤 보험처럼 여겨둔 새벽 기상의 의식을 마무리했다. 이 고귀한 새벽에 다시 일어나서 동이 트는 것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허공에다 외친다. '그래, 올 테 면 와봐라.'



꽤나 뿌듯한 새벽 인증샷




※ 표지 이미지 출처 : 네이버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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