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이론은 불완전한가?

문과생이 바라본 교양과학

우주배경복사

 인류문명을 형성하는데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논리관계 중 하나는 인과관계이다. 인류가 관찰한 모든 사건은 우주적 시간 범위 내에서 원인이 있음이 자명하다는 명제 하에 이러한 원인을 찾아내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인류 문명은 발전하여 현재의 상태를 이루게 되었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주 자체의 기원을 찾으려는 노력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계속되어 왔다. 그러나 이는 충분한 과학적 이론 기반이 없이는 밝혀질 수 없는 분야였고 따라서 신의 영역으로 최근까지 치부되어 왔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르러 에드윈 허블의 발견으로 우주의 기원에 대한 이론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우주가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한다는 그의 이론은 인과관계에 의하여 우주가 한 점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사실의 근거가 되었다. 그리고 물리학의 발전으로 수학적으로 빅뱅이 증명되고, 기술적 발전으로 우주에서 우주배경복사를 관찰 할 수 있게 되면서 빅뱅, 아니 적어도 대팽창은 우주의 기원을 설명하는 정통한 학설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럼에도 빅뱅이론은 빅뱅 이전의 상태에 대해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완전한 이론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인과관계의 논리적 틀을 빅뱅이론에도 적용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빅뱅 후에 시간과 공간이 나타난 것이기 때문에, ‘빅뱅’ 이라는 사건에는 원인이 있을 수가 없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빅뱅이 어떻게 나타날 수 있느냐는 질문은 빅뱅이론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가 아닌 것이다.

 결국 우주 시작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답을 하기 위해서는 빅뱅이론의 상위이론을 찾아내는 방법뿐이다. 만약에 빅뱅이론으로 나타낸 현상들을 모두 설명하면서 그 전의 상태에 대해 이론적으로 설명 가능한 새로운 이론이 나타난다면, 우주의 시작이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답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위 이론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빅뱅이론은 그 자체로 완전한 이론으로 정설의 자리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우주는 시작될 수 있다. 우주의 시작 전에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를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질문 : 우주에 시작과 끝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우주는 수축과 팽창 혹은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순환 속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