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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Sep 07. 2021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걸 해도 괜찮아.

- 혼자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기

우연히 라디오스타라는 예능프로그램을 보았다.

악뮤의 찬혁군이 자기 차례가 되자,

“잠시 사운드를 비워도 될까요?”

라고 몇 초간 정적을 유지하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너무 타이트한 분위기가 어색하다고, 이런 텀을 통해 자신의 페이스로 가지고 와야 한다는 말을 덧붙이며.

뽀송뽀송하던 모습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노래하던 그때의 찬혁군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층 성장한 찬혁군은 잠깐의 정적을 통해 스튜디오를, 화면 밖 시청자들을 자신에게 몰입하게 하는 힘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나갔다.

수현, 찬혁 남매로 구성된 악뮤라는 그룹 활동을 하면서

수현양이 워낙 텐션이 높고, 밝은 캐릭터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동생을 따라하게 되었다고 한다.

수현양 옆에서 찬혁군이 진지한 이야기를 하면, 수현양이 “아~ 뭐야” 한마디 하고, 주변사람들은 그런 관계성이 재밌어서 웃었던 시간을 담담히 이야기하며,

모두가 좋아하니까 그 모습이 옳은 줄 알았는데,
모두가 좋아하지 않는 걸 해도 괜찮구나

라며 지금은 진짜 이찬혁을 되찾아서 마음이 너무 편안하다고 한다.      


* 사진 출처 : MBC 공식 유튜브



자신의 진짜 색을 찾아가는 과정, 되찾은 자신만의 색을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다.

대부분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색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 채

그저 다른 사람들의 색에 물들어 살기 일쑤니까.      




나 역시 그렇게, 함께 있는 사람들에 따라 다른 색을 띄며 살아왔다.

친구들, 지인들의 무리에 속하지 않으면 안되는 줄 알며 살아왔다.

항상 주변에 누군가가 있어야 했고, 어떤 그룹에 속해야 마음이 편했다.

심지어 아이 엄마가 되어서도, 어떤 무리에 끼이지 않으면 불안했던  같다. 유치원 엄마들 모임, 초등 엄마들 모임 등등에 끼여 있어야만 하는 줄 알았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행동반격이 급격히 좁아지고, 인간관계도 축소되었다.

자의반 타의반. 관계의 미니멀리즘이 실현되었고, 인간관계의 핵심만이 남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나 자신을 많이 마주하게 되었다.      

그렇게, 찬혁군이 자신의 페이스로 가져오기 위해 사운드를 비우는 시간을 가지듯,

가만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진 결과. 나도 나의 색깔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다.      


나는 사실, 외향적이고 싶은 내향인이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반드시 자신을 충전해야 하는 성향의 사람. 사람들을 만나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깔깔깔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혼자 뒹굴뒹굴 하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사람.

전자는 안해도 살 수 있지만, 후자는 없으면 미칠 것 같은 사람. 그것이 나였다.      


친정엄마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집에서 살림 잘하고, 아이들 케어 잘하현모양처이겠고,

남편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다정하고 조곤조곤하게 이야기 듣고 건네주는 아내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동적으로 놀아주고, 공부 이야기 안 꺼내는 모습이겠지.

하지만, 실제의 나는, 무엇보다 내가 중요해서 살림은 어느 정도까지만 하고자 하고, 조곤조곤 대화하는 게 세상 어려우며, 저질체력이라 놀아주는 게 제일 힘든 엄마인 것을.

어차피 모두가 좋아하는 모습으로 존재할 수 없는 사람이 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혼자 책 읽고, 영화 보고, 글 쓸 때, 가장 나 다울 수 있는 사람. 그것이 나였다.      




결국 혼자 있는 시간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하게 해준 것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만의 색깔을 향해 뚜벅 뚜벅 나아가게 할 수 있는 힘이 되어주었다.     

혼자만의 시간은, 스스로 행복해지기 위한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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