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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Sep 17. 2021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힘

슬의2가 종영했다. 사실, 시즌2는 시즌1에 비해서 극의 포맷이 정형화된 느낌이 강해서, 의리로 본 감이 없지 않다.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를 메인 줄기로 해서 환자들의 에피소드가 시트콤처럼 얼기설기 엮여있는 포맷과 지나친 판타지(종합병원 현실은 민기준 같은 교수님들이 대부분)가 오히려 감동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11화 추민하 선생님의 고백은 머리가 띵- 울리는 것 같은 감동을 주었다.       

우리가 사귀는 것이 맞냐는 민하의 물음에, 석형이 말한다.

“넌 내가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이상한 사람이면 어쩌려고 옆도 안보고 뒤도 안보고.. 그래?”

이에 대한 민하의 대답이 명언이다.

근데, 교수님, 저는 좋은 사람이에요. 저는 교수님이 지금 알고 계시는 것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니까 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세요”
출처 :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2

이렇게 반짝이는 눈망울로, 당당하게 마음을 전하는 여자를 밀어낼 수 있는 남자가 있을까?

결국, 둘은 따뜻한 포옹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다.      


시즌을 통틀어, 이 장면, 이 대사가 가장 좋았다.

민하는 이미 석형에게 4번이나 고백을 하고 차인 인물이다.

나였다면 한번 고백하고 깨갱 하며 떨어져 나갔을텐데, “왜 그랬지” 하며 이불킥 하며 스스로 자책 했을 텐데 민하는 스스로가 좋은 사람임을 설파한다. 매일 출근하면 봐야 하는 상사에게 몇번을 고백하고 차인 상황에서, 저럴 수 있단 말인가!

그 만큼 자신에 대한 확신과 사랑이 가득한 인물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민하라는 캐릭터는 심리학의 “자기 자비(self-compassion)”라는 개념과 상통한다.

매일 만나는 가족, 직장동료, 친구 등에게 우리는 자비를 베푼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고 차인 친구에게 “괜찮아, 그 사람 말고도 좋은 사람은 많아”라고 위로를 건네고, 일이 잘 안 풀리는 동료에게 “다 잘 될거야” 하고 어깨를 툭툭 쳐주곤 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이런 자비로운 말을 건넨 적이 있는가? 대개는 스스로에게 가혹한 말을 많이 하곤 한다.

“왜 또 그랬어. 더 잘하지 그랬어. 넌 왜 그래” 라는 말들.

우리는 우리 자신보다 남들에게 훨씬 자비롭다.

이제 그 자비를 자신에게 베풀 차례가 아닐까. 나의 못난 모습, 미운 모습, 이상한 모습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온전히 공감할 차례 말이다.


어린 아이들이 더 사랑스러운 것도 그 때문이다. 아이들은 자기 자비의 천재들이다. “괜찮아. 그럴수도 있지”라는 말을 조금의 의심도 없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기에, 내가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내가 제일 이쁘다는 아이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아이들도 자책하고 부끄러워하지만, 그 수렁을 빠져나오는 힘은 더 강하다. 그 힘은 바로 자신을 도닥이고 어루만지는 데서 시작한다. 이제 자책과 수치심, 자기 혐오에서 빠져나와 자신을 받아들이자.       


나 자신을 소중하게 대하는 것. 나 자신을 좋아하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대접하는 것의 시작일지 모른다. 고백만 일삼던 민하가 상대의 사랑을 쟁취한 것처럼 말이다.      



#슬의2 #자신을사랑하기 #자기자비 #드라마리뷰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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