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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Sep 28. 2021

삼춘기 아들과 잘 지내는 법

9살, 사춘기도 아닌데 왜 그럴까

첫째 아이는 초2, 9살이다.

초등 2학년이라는 나이는 참 애매하다.


초등 입학을 전후로, 아이와 엄마는 원팀이었다. 초등학교 생활은 그전의 기관들과는 달리 혼자 해내고 부딪혀야 하는 상황들이 많기에, 보호자는(대개 엄마) 아이의 생활 습관, 학습, 사회성, 교우관계 등을 신경 쓰게 된다. 아이 역시, 7살이 되면서 나이 옆에 “예비초”라는 원하지 않는 딱지를 하나 더 붙인 것마냥 생활하게 된다. 기관 선생님들부터 부모님들까지 “학교 가니까” “학교 가면”이라는 말만 마치 주문처럼 들으며 여러 면에서 준비를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입학식도 못하고 5월 중순에야 겨우 학교에 간 아이는 어느새 2학년이다. 아이들의 적응력은 어마무시해서, 1학년을 제대로 다니지 않았음에도 나름 2학년 형아 같은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하고 있다. 나 역시, 아이가 필요하다는 준비물만 챙겨놓을 뿐, 나머지는 아이에게 맡기고 있다. 아이는 책가방도 혼자 싸고, 받아쓰기도 혼자 준비하고(그래서 60점 맞은거니~;;), 독후감, 일기도 혼자 쓰며(이제는 보여주지도 않는다. 나도 그래.. 그냥 눈감는게 편하다;;) 등하교는 친구와 한다.      

아이가 적응하면서, 초등 입학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둔 원팀은 해체된다.




동시에, 아이는 자기주도성이 생기고,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이 생기며 아이와 가족들이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졌다. 엄마 아빠 말을 순순히 듣지 않고 꼭 토를 달고, 가끔 심하게 반항 할때도 있다. 동생에게도 말을 비꼬듯이, 놀리듯이 해서 싸움을 걸곤 한다. 아직 사춘기는 아닌데 왜 그럴까 싶다.      

동네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 아이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아이들의 이런 시기를, 삼춘기라고 일컫기로 했다. 말로만 듣던 그 공포의 사춘기의 예고편이라고나 할까.      


이런 삼춘기아이들과 잘 지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알아낸 방법은 아래와 같다.    


첫 번째는, 아이에게 하는 말을 줄이고, 관찰하는 시간을 늘리자.

나는 아이에게 질문을 많이 하는 엄마였다. “오늘은 학교에서 재밌는 일 없었어? 혹시 누가 혼나진 않았어? 니 마음은 어때?” 등등.

특히 아이의 2학년 담임선생님은 무섭기로 소문이 난 분이라, 엄마들 단톡방에 오늘도 누가 혼났대요, 오늘은 누가 뒤에 서있었대요 등등 이야기가 떠돌 때는, 불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직접 꼬치꼬치 이것저것 묻곤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이가 내 질문을 귀찮아 하기 시작했다. 본인이 직접 말하고 싶은 주제가 아닌 이상, 뻔한 질문만 해대는 엄마에게 아이는 딱히 할말이 없어 보였다. 어차피 뭘 물어봐도, 아이는 대부분 이렇게 말한다. (딸들은 다를 수 있음)

몰라


수십번 몰라 라는 대답을 듣고 나서야

티나지 않게(이게 키포인트다. 티나게 보면 또 본다고 난리친다;;) 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하교하고 매일 놀이터에서 놀던 친구와 놀지 않고 일찍 들어온다. 그 친구랑 소원해졌거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거나 짐작한다. 급식을 먹지 않기에 집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눈치를 보니 무슨 일이 있진 않은 모양이다. 그냥 넘어간다. 그 친구와 계속 같이 놀지 않으면 소원해진 것이리라. 남자 아이들은 하루 베프다가 다음날 또 다른 베프를 찾아가니까.

심심한지 책을 본다. 요즘 들어 역사 전집에 관심이 많다. 아이가 관심이 있는 시기는 특히 근현대사이다. 그렇군, 나중에 슬쩍 관련 책을 구해주거나 관련 있는 곳으로 외출을 나가볼까 싶다.

 

일상 생활에서도 밥먹어라 옷갈아입어라 치워라 씻어라 등등 잔소리를 안할수는 없지만, 횟수를 줄이려고 한다. 사실, 아이도 다 알고 있다. 해야 한다는 것을. 그런 상황에서 잔소리를 한다고 아이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도 다 알고 있다. 우리도 그랬으니 말이다.

9살쯤 되면 아이가 쿵! 하면 엄마도 짝! 할 수 있다. 우리는 9년을 함께 해왔으니, 눈빛만 봐도, 말투만 들어도, 발소리만 들어도 어떤 기분인지 정도는 눈치 챌 수 있지 않은가. 아이가 말 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 수 있다. 때론, 그저 지켜 보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다.

      

둘째, 그렇게 관찰한 결과를 가지고, 아이가 좋아하는 컨텐츠를 찾아 함께 하자.

첫째는 사실 컴퓨터 관련한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런 부분에 관심이 없다.

대신 아이와 나는 둘 다 시사, 뉴스에 흥미가 있다. 아침마다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밥을 먹는데, 코로나 관련 기사, 경제, 사회 이슈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 아이의 눈이 반짝인다. 아이도, 나도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얼마 전엔 "긴긴 밤"이라는 책을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기도 했다. 공유할 수 있는 콘텐츠가 있으면 절로 대화가 된다. 좋아하는

것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가족원마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이 다르다. 남편과 아이는 둘 다 야구를 좋아해서, 최근엔 캐치볼, 배드민턴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5살 동생과는 옥토넛, 카봇(동생으로 인한 하향평준화의 결과)을 함께 한다. 옥토넛 육지 수호 대작전이라는 새로운 시리즈가 나왔는데 거기 탐험선이 어쩌고 저쩌고, 카봇은 어떤 로봇이 제일 멋지네 어쩌고 저쩌고.


아이를 먼저 면밀하게 관찰한 후,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자. 평균적인 9세가 이걸 좋아하더라 해서 무얼 들이미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애정 표현을 해주자.

결정적으로 이 점이 사춘기와 삼춘기아이들의 차이점일 듯 싶다. 이 시기 아이들은 몸은 큰데 아직도 때때로 애정이 고플 때가 있나보다. 30킬로가 넘는 녀석이 뽀뽀하자고 엄마한테 입 쭉 밀고 다가올 때는 가끔 등에 땀이 나기도 하지만, 본격 사춘기가 오면 정말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으로 받아준다. 자주 안아주고, 토닥여주자. 오글오글 하고 낯간지러우면 어깨라도 툭툭 쳐주자. 아직은, 아니 우리에겐 평생 아기 같은 녀석들이니까.     


오늘도 혼자 서려다가도, 사랑이 고픈 삼춘기들과 화이팅!


신생아 때가 리즈였던 너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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