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번 써봅시다" 를 읽고
”책 한번 써봅시다“의 저자인 장강명 작가는 11년간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각종 문학상을 수상하며 출판계에 등장했다. 이후 소설, 에세이, 논픽션 등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종횡무진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가이다. 그는 담담하지만 진솔하게, 소박하지만 진정성 있는 문체로 책 한번 써보자고 말을 건넨다.
이 책은 전반부에서 책쓰기, 작가가 된다는 것, 쓰는 행위를 둘러싼 편견들, 그리고 그 편견을 어떻게 뛰어넘을 것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후에는 에세이/소설/논픽션쓰기 팁을 각각 서너 꼭지씩 할애한다. 기실, 이 책은 예비작가에게 주옥같은 말들로 가득하다.
나 역시 원고를 쓸 때, 당당하게 ”나 책 쓰고 있어“ 라고 공표하지 못했다. 내가 열정을 들이고 있는 이 원고가 책으로 세상에 나오지 않는 한, 그 일은 무용한 일이 될 것이라는 불안이 있었다. 거기다, ”쟤는 뭐 한다고 매일 글을 쓴다는 거야, 작가가 된들, 뭐가 달라지나?“ 라는 보이지 않는 질문에 맞설 자신이 없었던게다. 우리 가족들부터가 말은 안 해도 그런 불만이 있었을테고 말이다.
누구도 나에게 대놓고 묻지 않았고 그랬기에 미처 나도 답하지 못한 그 내밀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명쾌하게 답을 내려준다. 고구마 잔뜩 먹은 것 마냥 속이 텁텁하던 차에 사이다 마시고 속이 뻥 뚫린 기분!!
"책 써서 뭐하려고?"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낚시, 골프, 바둑, 기타 등의 취미와 견주어 누구도 그런 취미를 가진다고 언제 프로 골퍼에, 바둑 기사에 도전할 건지 궁금해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유독 책을 쓰는 일에 대해서는 “그거 써서 뭐하려고?” 하고 스스로 묻고 “내가 그런다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을까?” 라며 자기검열에 빠지는 걸까. 그냥 내가 좋아서 쓴다는 이유로는 부족한 걸까. 왜 쓰기의 목적이 나 자신이어서는 안 되는걸까.
"이런 책, 나도 쓰겠다" 하며 분노하시는 분들께라는 꼭지는 더 솔직하다.
서점 신간 코너에 가면 분노에 휩싸였다. 지인이 책을 냈다고 하면 관심 없는 척하면서 내용을 몰래 살폈다. 그 책에 신통한 데가 없으면 그제서야 겨우 안심했다. 결국 나무의 소중함 운운은 그냥 핑곗거리였다. 내가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아 포기한 작가라는 거룩한 영예를, 다른 녀석이 제 값을 치르지 않고 길에서 주웠다고 여겨서 부린 트집잡기 였다. 정의감을 닮았지만 실제로는 질투심이다. 그 흉한 감정은 내 책이 나온 뒤에야 겨우 사라졌다.
형편없는 책을 발표해서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될까봐 무서워서 책을 쓰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이런 분께는 세가지 선택이 있다. 첫째, 책을 쓰지 않고 계속 후회하며 사는 것. 둘째, 졸작을 내고 후회하는 것. 셋째, 멋진 책을 쓰고 후회하지 않는 것
장강명 작가님은 원고가 책으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무용하다는 나의 생각도 와장창 깨트려주셨다. 책이 출간되어야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쓰는 과정에서 그리 되는 것이라고.
책을 쓰는 과정은 사람의 사고를 성장시킨다. 페이스북에 올릴 게시물을 쓰는 일과 책 집필은 다르다. 한 주제에 대해 긴 글을 쓰려면 집중력과 인내력이 필요하고, 다방면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들이 생긴다. 저자가 되려는 사람은 자신이 말하려는 주제를 종합적으로 살피게 되며, 자기가 던지려는 메시지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떻게 비판할지를 예상하고, 그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처음의 주장이나 자기 자신 역시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된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그런 성장과 변화를 의미한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일은 큰 만족감을 준다. 글을 쓰는 동안에는 나만의 무언가로 마음이 꽉 차오르는 느낌이다. 아이를 낳고 품에 안았을 때처럼 차오르는 충만감. 나만의 무엇.
무엇보다 아이는 내 의지대로 컨트롤 할 수 없지만, 글은 상대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생물이었다. 움직이는 활자들이 내가 구상한 대로 착착착 구현되어 한 문장, 문단이 되었을 때의 그 짜릿함이란.
더 많은 사람들이 창작의 기쁨을 알게 되면 좋겠다. 나의 목소리로, 나의 생각을 글이라는 매체에 실어보내는 행위의 즐거움. 그것을 깨닫기 위해 필요한 것은 컴퓨터와 가지런한 나의 두 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