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었던 한 주가 지나갔다.
그 시작은 코로나였다.
첫째 학교 같은 학년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일주일 전.
그때만 해도 여느 때와 같이 다른 아이들은 음성 판정이 나오고 지나갈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아이들이 줄줄이 확진을 받기 시작했다. ##미술, @@태권도, &&피아노 등등 동선이 겹치는 동네 학원에 다닌 다른 아이들까지 줄줄이 격리 대상이 되고, 엄마들 단톡방은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가 척추 질환을 진단받으셨다.
핸드폰 너머 수술을 해야할지도 모른다는 엄마의 가라앉은 음성이 얼마나 아팠던지.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환우 까페에 가입하고, 대형병원 교수님 진료를 잡느라 바빴다.
그렇게 한다고 엄마가 다시 건강해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였을 것이다.
그렇게 오른쪽에 코로나, 왼쪽엔 엄마의 질환을 붙들고 무거운 하루 하루를 보냈다.
혹여나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릴까봐 며칠 등교도, 등원도 안 시키고 학원도 쉬며
격리에 준하는 생활을 하느라 내 마음을 온전히 풀 수 있는 시간도 없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글이 써질리 만무했다.
오히려, 글나부랭이를 쓰느라 내가 딛고 있는 내 자리를 꿋꿋이 지키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는 죄책감 때문에 글이 써지지 않았다.
활자에 빠져 놀고 있는 동안, 엄마와 산책 한번, 식사 한번 하지 그랬냐는 마음의 소리가 쉬이 잦아 들지 않았다.
글이 엄마 질환을 치료해주나. 글 쓰면 뭐가 나오나 하는 생각이 내 발목을 붙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또 글을 쓰고 있다.
도대체, 대관절, 글이 뭐길래.
몇 달 전 읽은 육아서 “MOM이 편해졌습니다”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다시 하고 싶어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훌륭한 압력배출구다. 아이는 '자신마저 잊고 빠져들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긴장을 풀고 정신적 여유를 되찾아서 그날의 일을 처리한다. 무엇이든 푹 빠질 수 있는 놀이 활동은 그야말로 완벽한 압력 배출구다.
아이에게 지나치게 많은 일정, 장난감을 들이밀기보다, 자신만의 압력배출구가 되는 놀이시간을 확보해주라는 이야기였다. 그것은 흙 쌓기 일수도 있고, 멍때리기 일수도 있고, 그림 그리기 일수도 있다.
그렇다. 나의 압력 배출구는 바로, 글쓰기 이다.
압력 밥솥에 “취사” 버튼을 누르면 솥 안에 압력이 최대치로 가해지다가 어느 순간 피시식 하며 압력이 배출되고, 이후에 뜸을 살짝 들이고 나면 윤기나는, 고소한 밥이 만들어진다. 만약 그 배출구가 없다면 압력을 이기지 못한 밥솥은 펑! 하고 터져버릴 것이다.
나 역시 일상, 감정을 짓누르는 압력들에 둘러싸여 있다. 때론 지루하고, 때론 짜증나고, 때론 기쁘다. 그 압력들이 점점 상승 곡선을 그리며 나를 짓누를 때, 나는 글을 쓴다. 글을 쓰고 나면 내 감정이 정리되고,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고, 비로소 마음 속 압력이 해소 된다.
혼자 마음 속에 끙끙, 낑낑 묻어두고 있던 고민들, 걱정들을 글로 털어놓고 나면, 대나무숲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외친 기분이 든다.
3차 병원 진료 결과, 다행히 엄마는 아직 수술까지 할 단계는 아니라고 한다. 상태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꾸준히 운동과 치료를 받으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다시 학교와 유치원으로 갔다.
그렇게 좋아하는 태권도도 오늘부터는 다시 보낼 예정이다.
그리고, 나는 다시 글을 쓴다.
피시식.... 지난주에 받았던 압력이 빠진다.
다시,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글쓰기 #감정 #일상 #압력 #배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