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브런치에 발을 디딘 것이 8월이었으니, 나는 5개월차 브런치 쪼렙 작가이다. 브런치에 들어왔을 때, 나는 띵- 하고 머리를 두 번 맞는 느낌이었다.
첫 번째는, 이렇게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많다니! 하고 놀랐다. 영상이 대세이고, 책과 글이 스러져가고 있다 생각했는데 브런치는 활자가 주인공이 되어 숨을 쉬고, 꿈틀대는 세계였다. 마치, 전국 글쟁이들이 모여 백일장을 치루는 곳처럼 브런치에는 훌륭한 필력을 가진 재야의 고수님들로 가득했다.
두 번째 띵- 맞은 느낌은, 브런치에는 일상의 소소한 글들이 가득하다는 것이었다. 물론 ‘업’에 대한 기록이나 경제/경영 등 전문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는 분들도 많지만, 일상에서 누구나 마주했을 법한 이야기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글쓰기 라고는 논술, 학교 과제, 회사 보고서의 형태로만 접했던 나였기에, 공개 플랫폼에 글을 쓸 때도, 원고를 쓸 때도 힘이 빡! 들어간 글을 주로 썼었다. “이 연사, 강력하게 외칩니다” 하며 사회 전반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불끈함이 느껴지는 글을. 누군가에게 교훈을 주거나 팁이 되는 글을 써야만 할 것 같았다. 그것이 아니라면 그 글이 일기장에 혼자 쓰는 글과 다를 게 무에냐 라고 생각했으니. 하지만 여기에서 힘 쫙 빼고 일상에 감성 한 스푼, 생각 한 스푼을 더한 글들을 보며, 이런 일상의 조각조각들이야말로 소중한 글감이구나 하는 걸 깨우쳤다. 정여울 작가님도 “끝까지 쓰는 용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사적인 이야기가 나쁜 걸까요? 우리는 공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이야기, 사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라지요. 하지만 그것은 분명 억압이고 눈속임이에요. 어떻게 사적인 이야기를 빼고 내가 나 자신일 수 있을까요. 특히 에세이에서는 더욱 그래요. 에세이는 나의 이야기일때, 진솔하고 정직한 나의 이야기일때, 가장 진한 감동을 줄 수 있어요. 나의 이야기를 '사적인 이야기'나 '신변잡기'로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저는 바로 나 자신의 이야기야말로 모든 글쓰기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작가의 이야기와 독자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교집합을 이루는 순간, 감동은 태어납니다. 글쓰기 안에서는 내 이야기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어야 합니다.
그래서, 일상의 재료를 숭덩숭덩 넣고 조물락 조물락 만져 글 몇 편을 발행했다. 먹는 이야기, 가족들 이야기,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운이 좋게도 몇 편은 다음 메인에 노출되기도 했고, 브런치 인기글에도 올라갔다. 신이 나서 글을 써댄 기간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자가검열이 아니라 브런치 검열을 하고 있었다.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브런치에서 먹힐 것 같은 글을 쓰려고 했다. 유튜브 썸네일이나 포털 기사가 클릭을 부르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 이미지를 달 듯이, 누군가의 클릭을 바라고 글을 쓰려고 하는 나 자신을 마주하고 나니 한동안 글을 쓰기가 싫어졌다. 마음을 많이 담아 정성스레 쓴 글보다 대충 쓴 글이 노출되는 상황을 몇 번 지나치니 브런치가 얄밉기도 했다. 내 글의 조회수가 마음을 담은 것에 비례해서 올라가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브런치의 알고리즘은 거기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스테르담 작가님의 “브런치를 떠나는 분들에게” 라는 글을 읽고,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너는 왜 브런치에 글을 쓰냐고.
조회수, 돈, 구독자 무엇을 바라느냐고.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그저, 우울증 클리닉을 갈 바에 돈도 안들어가고 혼자 할 수 있는 글쓰기를 해보자 싶어 시작한 일이었다. 컴퓨터와 내 손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 그렇게 내 마음을 글에 털어넣다 보니 어느새 몽글몽글 마음이 커지고 커져 욕심이 되고 기대가 생겼다.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글쓰기에 대해 혼자 화내고 좌절하고 괜히 브런치에 투덜거리고 있는게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아직 순수하게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글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쪼렙 작가지망생이다.
누군가가 읽어주길 바라고, 누군가가 내 글에 공감해주길 바라며 조회수를 확인하고 댓글을 확인한다.
이렇게 글에 대한 나의 마음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다보면, 언젠가는 나 자신을 위해 쓰는 글과 누군가를 위해 쓰는 글 사이의 교집합을 찾아갈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