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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Dec 17. 2021

급식이 그림의 떡일 줄이야...

띠링 띠링

오늘도 학교에서 알리미가 온다.

열어보기가 두렵다. 혹시 또 코로나...?     


위드코로나로 아이들이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사실 어른들의 활동량이 늘어난 이유가 더 크겠다) 학생 확진자 수가 급증했고, 학교에서 코로나 관련 공지가 오는 횟수가 크게 늘어났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과밀 학급이라 더 자주 코로나 소식이 들리곤 한다. 한 반에 한 아이가 나왔다치면 화장실, 복도를 함께 쓰는 한 층 아이들이 다 검사를 받아야 하니 추운 날씨에 선별진료소에 가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만 해도 큰 부담이고, 아이들 코를 몇 번이나 쑤셔대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특히 최근 2주 동안은 학교에서 알림이 자주 와서, 아이들도 엄마들도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학교 다니는 아이가 둘 이상인 경우에는 동선이 겹치는 일이 잦다보니 번갈아가며 검사 하고, 자가격리 하는 일들도 태반이었다. 그러다보니 방학 전까지 체험학습을 쭉 써서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가정도 많아졌다. 그냥 마음 편히 가정 학습 시키면서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2학년인 큰 아이는 그렇게 하기에는... 학교를 너무 좋아한다. 등교시간이 9시까지 인데 매번 8시 20분 전후로 밥 먹고 고양이 세수하고 후다닥 뛰쳐나가기 바쁘다. 최근엔 몇몇 아이들과 색종이 회사?!를 만들어서 자기네들끼리 회장, 부회장, 사장, 부장, 과장 등 직급도 만들고, 필요한 아이들에게 색종이를 팔기도 한다(돈을 받는 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입학식도 제대로 못하고 1학년을 통으로 날려버린 터라, 2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매일 가게 된 학교가 그렇게 재미있단다. 차마 그렇게 좋아하는 학교를 가지 못하게 할 순 없고, 코로나는 심하고 해서 급식을 먹지 않고 하교하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서면 큰 아이가 하교해서 “엄마, 밥~” 하며 집으로 들어선다. “아.. 오늘은 또 무엇을 주어야 하나” 하루에 2번 하던 고민이 3번으로 늘어났다. 매일 오후에 올라오는 학교 급식 사진을 보니 너무나 먹음직스럽다. “그냥 급식 다시 할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 카톡

연달아 울리는 카톡 소리에 놀라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같은 반 친구 엄마가 단톡방에 코(로나)밍아웃을 한 것이었다.      

“## 엄마입니다. ##아빠가 코로나에 확진되어서, ##도 지난 주말에 검사하였고, 오늘 확진되었습니다. 아이는 금요일까지 학교에 등교했고, 월요일부터 발열, 기침 증상이 생겼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된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아이가 다행히 증상발현 시기 이틀 전에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기에 우리 반 아이들은 자가격리를 면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확진되어서 마음이 돌덩이 같을텐데 같은 반 엄마들에게 사과를 해야하는 그 어머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휴.. 이건 뭐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발 밑에 혹시나 지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 할 수 없는 발걸음을 디딛는 나날들.  

    

그런 나날들 속에 아이는 오늘도 급식을 하지 않고 하교한다. 다른 케이스들을 보니, 확진된 아이가 급식을 하지 않은 경우(증상 발현 시기를 피해가기도 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자가격리가 아닌 능동감시자가 되는 경우들도 듣고 보았기에,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덜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말 급식을 해야 하는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급식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무도 알아주진 않겠지만 그것이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들을 함께 보호하는 길이라는 마음으로, 내 자리에서 할수있는 최선을 다해본다. 아들은 엄마의 그런 마음은 잘 모른채 오늘도 반찬 타령을 하겠지만 말이다.    

나도 먹고 싶을만큼 맛있어 보이는 급식

오늘도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맛있어보이는 급식 사진이 알리미에 올라올 것이다. 언제쯤 그림의 떡인 급식을 마음 편히 먹일  있을까. 다음주 부터는 전면 등교가 다시 제한된다는데, 아이들은 언제쯤 학교를 마음 놓고 다닐  있을까.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자영업자분들에 비하면 우리의 고민은 너무나 새털같아서 죄송할 정도이지만.. 일상이 너무나 그립다


코로나야, 이제 할 만큼 하지 않았니. 2022년엔 더이상 사람들끼리 서로 경계하고, 편 나누게 하고, 생존을 위협하게 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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