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링 띠링
오늘도 학교에서 알리미가 온다.
열어보기가 두렵다. 혹시 또 코로나...?
위드코로나로 아이들이 전면 등교를 시작하면서(사실 어른들의 활동량이 늘어난 이유가 더 크겠다) 학생 확진자 수가 급증했고, 학교에서 코로나 관련 공지가 오는 횟수가 크게 늘어났다. 큰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과밀 학급이라 더 자주 코로나 소식이 들리곤 한다. 한 반에 한 아이가 나왔다치면 화장실, 복도를 함께 쓰는 한 층 아이들이 다 검사를 받아야 하니 추운 날씨에 선별진료소에 가서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만 해도 큰 부담이고, 아이들 코를 몇 번이나 쑤셔대는 것을 지켜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특히 최근 2주 동안은 학교에서 알림이 자주 와서, 아이들도 엄마들도 너무나 힘든 시간이었다. 학교 다니는 아이가 둘 이상인 경우에는 동선이 겹치는 일이 잦다보니 번갈아가며 검사 하고, 자가격리 하는 일들도 태반이었다. 그러다보니 방학 전까지 체험학습을 쭉 써서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는 가정도 많아졌다. 그냥 마음 편히 가정 학습 시키면서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다.
2학년인 큰 아이는 그렇게 하기에는... 학교를 너무 좋아한다. 등교시간이 9시까지 인데 매번 8시 20분 전후로 밥 먹고 고양이 세수하고 후다닥 뛰쳐나가기 바쁘다. 최근엔 몇몇 아이들과 색종이 회사?!를 만들어서 자기네들끼리 회장, 부회장, 사장, 부장, 과장 등 직급도 만들고, 필요한 아이들에게 색종이를 팔기도 한다(돈을 받는 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입학식도 제대로 못하고 1학년을 통으로 날려버린 터라, 2학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매일 가게 된 학교가 그렇게 재미있단다. 차마 그렇게 좋아하는 학교를 가지 못하게 할 순 없고, 코로나는 심하고 해서 급식을 먹지 않고 하교하게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돌아서면 큰 아이가 하교해서 “엄마, 밥~” 하며 집으로 들어선다. “아.. 오늘은 또 무엇을 주어야 하나” 하루에 2번 하던 고민이 3번으로 늘어났다. 매일 오후에 올라오는 학교 급식 사진을 보니 너무나 먹음직스럽다. “그냥 급식 다시 할까?” 하는 마음이 굴뚝같다
그러던 어느 날
카톡 카톡
연달아 울리는 카톡 소리에 놀라 메시지를 확인해보니,
같은 반 친구 엄마가 단톡방에 코(로나)밍아웃을 한 것이었다.
“## 엄마입니다. ##아빠가 코로나에 확진되어서, ##도 지난 주말에 검사하였고, 오늘 확진되었습니다. 아이는 금요일까지 학교에 등교했고, 월요일부터 발열, 기침 증상이 생겼습니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같은 반 친구가 확진된 적은 처음이라 당황스러웠지만 아이가 다행히 증상발현 시기 이틀 전에 학교에 등교하지 않았기에 우리 반 아이들은 자가격리를 면할 수 있었다. 가족들이 확진되어서 마음이 돌덩이 같을텐데 같은 반 엄마들에게 사과를 해야하는 그 어머님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휴.. 이건 뭐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발 밑에 혹시나 지뢰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 할 수 없는 발걸음을 디딛는 나날들.
그런 나날들 속에 아이는 오늘도 급식을 하지 않고 하교한다. 다른 케이스들을 보니, 확진된 아이가 급식을 하지 않은 경우(증상 발현 시기를 피해가기도 했다) 같은 반 아이들이 자가격리가 아닌 능동감시자가 되는 경우들도 듣고 보았기에, 혹시라도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덜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정말 급식을 해야 하는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마음 편히 급식을 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무도 알아주진 않겠지만 그것이 우리 아이와 다른 아이들을 함께 보호하는 길이라는 마음으로, 내 자리에서 할수있는 최선을 다해본다. 아들은 엄마의 그런 마음은 잘 모른채 오늘도 반찬 타령을 하겠지만 말이다.
오늘도 침이 꼴깍 넘어갈 만큼 맛있어보이는 급식 사진이 알리미에 올라올 것이다. 언제쯤 그림의 떡인 급식을 마음 편히 먹일 수 있을까. 다음주 부터는 전면 등교가 다시 제한된다는데, 아이들은 언제쯤 학교를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을까.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는 자영업자분들에 비하면 우리의 고민은 너무나 새털같아서 죄송할 정도이지만.. 일상이 너무나 그립다
코로나야, 이제 할 만큼 하지 않았니. 2022년엔 더이상 사람들끼리 서로 경계하고, 편 나누게 하고, 생존을 위협하게 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