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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Jan 20. 2022

아들 둘 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선물

오늘도 반찬가게를 지나치지 못하고, 뭐 살 거 없나 하고 기웃 기웃해본다.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진 시금치나물이 4000원, 멸치볶음이 3000원.

‘흠.. 저거 사봐야 우리 식구 2,3번 먹으면 끝인데, 너무 비싸네. 맛도 그냥 그렇던데.. 그냥 내가 좀 움직이자’

결국, 오늘도 1차 상품만 사고 집으로 돌아온다. 반찬이 뭐라고 그냥 몇 가지 사서 대충 먹으면 될텐데 나도 참, 왜그리 궁상을 떨고, 입맛도 까탈스러운지 모른다. 그렇게 돌아와서 ‘점심은 또 뭐 먹지’ 고민이 또 시작된다.


누군가의 말대로(권여선 작가님이었던가), 오늘 뭐 먹지?” 라는 기대는 “오늘 뭐 해먹지?”로 바뀌는 순간 무거운 의무감이 된다. 집밥하면 따스함, 정겨움만을 떠올리는 사람들은 분명, 본인이 직접 그 집밥을 해먹지 않고 다른 이가 해주는 집밥만을 먹어본 사람이리라. 하루 세끼 집밥을 직접 차려본 이는 집밥을 떠올리는 순간, 몸과 마음이 함께 무거워지니 말이다.      


돌밥돌밥 해야하는 요즘 같은 방학은 그야말로, 캡슐로 하루 한 끼를 떼울 수 있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싶다. 6살, 10살인 아들 둘은 엄마만 보면 “엄마, 오늘 밥은 뭐야?” “엄마, 간식 없어?” “엄마, 내일은 뭐 먹을거야?” 한다. 엄마라는 호칭 뒤에는 꼭 먹을 것이 붙어야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 마냥.       


방학 시작을 맞아 창고형 대형 마트에서 먹거리만  상자를 포장해서 왔음에도, 우리 냉장고는 금세 홀쭉해졌고 나는 아이를 먼저 키운 선배이며, 함께 글을 쓰는 다정한 글벗님의 ‘조금  크면   돼지를 매일 돌리게 될거에요라는 말이 매일 귀에 맴도는 것이었다.      


그런 매일매일을 보내고 있는 나에게, 손수 만든 음식 선물은 가장 반가운 선물이다. 반짝 반짝 빛나는 거, 예쁜 가방이나 옷 선물도 좋지만, 누구 만날 일이 확 줄어든 아들 둘 엄마에게는 그림의 떡인데다, 그건 못 먹지 않는가? (아.. 내가 쓰고도 좀 슬프다.) 겨울방학을 보내고 있는 10년차 아들 둘 엄마에게는 냉장고를 채우는 것만큼 든든한 일이 없는 것이다.      



마침 어머님이 집에 오시면서 불고기를 재워오셨다. 어머님은 우리를 만날 때마다, 손수 만든 불고기를 주신다. 야들야들한 고기에 손수 양파, 사과 등을 갈아 만든 양념으로 재운 불고기. 아들 둘 엄마는 속으로 ‘야호’하고 쾌재를 부른다. 한두끼는 좀 편하겠구나~에헤라디야.


예전에는 어머님이 하필 ‘불고기’를 해주시는 이유가, 어머님이 자신있게 가장 잘 만드는 메뉴이기 때문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이유들도 있겠거니 싶다. 그냥 로스 구이를 주면 한 끼 먹고 끝이지만, 불고기는 서너끼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지겨워지면 다른 메뉴로 호환?!이 쉽게 가능하다. 불고기에 뽀얀 가래떡 넣고 각종 양념들을 더한 뒤 보글보글 끓이면 간장 떡볶이가 되고, 아삭아삭 배추와 파, 쑥갓, 버섯 등에 멸치 육수 넣고 불고기를 더해주면 시원한 불고기 전골이 된다. 다져서 볶음밥이나 김밥에 넣어도 좋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활용할 수 있는 불고기이니, 어머님이 매번 그것을 해주시는 것도 당연한지 모른다.    

  

그리고 어머님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불고기에 깃든 ‘힘들지? 이게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어머님의 마음을. 

그 마음을 받아 다시 기운을 차리고 움직여본다. 윤기 나는 우엉조림, 달달한 섬초무침, 단짠단짠 어묵볶음를 만들고, 밥상에 올린다. 평소 좋아하지 않던 반찬이건만, 막 데치고 볶은 음식의 온기를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알아차리고, 신나게 입으로 가지고 간다. “엄마 우엉 맛있어. 시금치도 괜찮네” 하며.

너희들은 알까? ‘그래, 이거 먹고 아프지 말고 쑥쑥 크렴. 사랑한다’ 라는 나의 마음이 들어있다는 것을. 불고기가 올라온 어제의 밥상에도, 우엉조림이 올라온 오늘의 밥상에도, 언제나 사랑이 함께 올라와있다는 것을. 너희들이 알아주지 않더라도 엄마의 밥상은 계속 될 것이다. 그 사랑이 지속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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