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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빛달 May 19. 2022

10년차 엄마가 깨달은 것.

첫째 아이가 올해 10살.

신혼을 즐길 새도 없이 1달만에 우리를 찾아온 아이 덕분에, 나의 엄마 경력도 올해로 10년차가 되었다.

아기별에서 본 엄마, 아빠가 마음에 들어서 우리집에 왔다고. 장난스럽게 말하던 첫째를 키우며, 아이를 낳기전에는 미처 가닿지 못했던 깊이의 행복과 슬픔과 즐거움과 화를 겪어왔던 것 같다. 모든 엄마가 그렇듯이.

그리고, 10년차 엄마는 이제야 깨닫는다.

나는 다른 엄마들과 다르고,

내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를 것이라는 생각은

오만이었다는 것을.




나는 다른 엄마들과 다를 줄 알았다.

나만의 확고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아이를 가르치며 다른 이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고 내 아이의 정서와 인지, 신체를 발달시키며 키울거라 믿었다. 일이든 공부든, 뭐든 열심히 하면 중간 이상은 했으니까. 육아도 열심히만 하면 되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나 역시 아이가 초등 학생이 되자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부모'라는 타이틀 앞에 '학'자를 스스로 달고 '학부모'의 역할에 몰입하게 되었다. 아이가 학습에, 학교 생활에 뒤처지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하는 순간들이 늘어났고 그런 마음은 아이에게 금세 투사되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 동안 주로 나누는 이야기가 ' 먹자' '숙제 했니' '씻었니' '자자' 정도로 생활 전반에 대한 지시사항이 대화의 대부분이었고, 그나마 함께 있는 시간 동안도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책을 읽거나 했다. 아이 교감하려고 마음먹고 이것 저것 질문을 던져도, 아이 입에서는 '몰라' 라는 대답만 나오기 일쑤였기에 우리의 대화는 오래 지속 되지 못하고 툭툭 끊어졌다. 육아서를 쓰면 뭐하리,  아이 마음에도 가닿지 못하는데. 자책하는 시간들이 늘어갔다.

나는 저러지 않겠지 하는 생각은 오만이었다.


내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았다.

아이는 FM스타일이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 거쳐온 기관에서 싫은 소리 한번 들은 적이 없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질서, 짜여진 틀을 벗어나면 불안해 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향이다 보니 선생님들에겐 손이 많이 안가는 아이였으리. 그런 아이를 보면서, 내 아이는 다르겠지, 했지만 삼춘기가 온 아이는 감정 조절을 힘들어 했고, 처리되지 않은 감정들이 버거울땐 갑자기 폭발하는 순간들도 찾아왔다. 내 아이는 그러지 않겠지 하는 생각도 오만이었다.


내켜하지 않는 아이를 데리고 상담센터를 찾아갔다.

사실은 내 자신을 추스르고자 찾아 갔을지 모르겠다. 금쪽같은 내새끼 같은 프로그램에선 항상 극적으로, 아름답게 마무리되니까, 전문가가 뚝딱 "여기 솔루션이요" 하고 상품을 만들어내듯 해결책을 주면 냉큼 받아와 TV처럼 마무리 하면 될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상담선생님은, 아이가 불안과 긴장도가 높고 감정 처리가 힘들 때, 그것을 누르는 것으로 처리 했다고 생각하고 지냈을 것이라 했다. 밖에서는 불편한 감정을 누르고 있다가 집에 와서 사소한 것에 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상담은 끝이 났고 나는 더이상 센터를 가지 않았다.


대신 아이의 마음에 매일 노크한다. 오늘은 네 마음이 어떤지. 그 마음이 회색이라면, 짙은 회색인지 옅은 회색인지. 짜증인지 억울함인지 황당함인지. 그 마음이 파랑이라면, 무엇을 할때 그런 마음이 드는건지. 어떤 친구가 파랑색을 불러일으켜주는지.

조잘조잘 자신의 감정을 매일 나누고자 하고, 일과도 매순간 함께 하고자 하는 둘째가 먼저 잠들면,

나는 첫째 곁으로 돌아가 첫째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제야 첫째는 엄마의 품을 온전히 독차지 한 어린아이가 되어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어보인다. 그리고, 알아차린다. 아이가 어느새 학교에서, 가정에서, 놀이터에서 있었던 일들을 혼자 판단하고 자신의 생각으로 만들만큼 아이는 부쩍 커있다는 것을. 누군가가 고백을 하고, 누군가는 싸우고, 누군가는 자랑을 하고, 누군가는 질투를 하는. 아이의 작은 세상에서 아이는 하루하루 커지고 있다는 것을.


오늘도 나는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 않은 엄마이고, 아이도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은 아이이다.

그리고 그 사실에 감사한다. 다른 엄마들처럼 서툴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이고, 다른 아이처럼 덜 여물었지만 조금씩 자신만의 열매를 맺어가는 아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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