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유치원 친구 어머니 중에, 40세가 넘어 쌍둥이를 낳고 기른 분이 있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늦은 나이에 쌍둥이를 낳아 기르셨기에 분명 힘든 순간들이 많았을텐데 아이들을 바라보는 그분의 눈에서는 언제나 꿀이 떨어진다. 본인 아이들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또래 아이들을 대할 때에도 언제나 너그럽고 둥글둥글한 모습이라, 그 어머니와 함께 하면 덩달아 내 마음이 편안해질 때가 많다. 그리고 동시에 내 뾰족뾰족한 모습을, 반성하곤 한다. 나이도 한참 어리면서, 몸도 마음도 그릇이 훨씬 작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이다.
예전에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늦둥이에 대한 조사가 있었다. 고령 산모의 출산율이 9%에 불과한데, 영재원에는 늦둥이 비율이 약 20% 가까이 된다고. 공통점을 찾아보니 엄마 아빠가 아이와 진심으로 교감하고 관심을 가지고 놀아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리해놓은 쌀알을 아이가 흩트려도, 짜증내지 않고 웃으면서 아이의 호기심을 들여다보고 함께 놀이를 하는 부모의 모습 등이 생각난다.
‘영재’라는 목표를 위해서는 아니지만, 나 역시 요즘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교감하는 시간을 최대한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이제와 생각하면, 한번 떼를 쓰면 1시간이 넘도록 난리를 치던 둘째에게 시달리고 나면 나는 너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되어 첫째에게 곁을 많이 주지 못했다. 첫째는 기관에 다녀오면 혼자 조용히 책 읽는 걸 좋아했기에, 아니 좋아했다고 생각했기에 저 아이도 나처럼 책을 좋아하는구나, 그래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되었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사실은 그 아이도 외로웠던 것을, 얼마전에 알게 되었다. 외로워서 엄마를 찾고 싶었지만, 자기까지 엄마를 힘들게 할까봐 혼자 꾹꾹 참고 있던 것을 알게 되었다.
요즘 나는 아이라는 책을 읽는 중이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이의 마음은 어떤지, 아이가 좋아하는/싫어하는 것은 뭔지 새삼스레 알아가는 중이다. 그동안 나 자신을 충전시킨답시고 내가 좋아하는 책에 둘러싸여 그 속에서 울고 울었는데, 이제는 그 시간과 에너지를 아이라는 책을 읽는 데 사용하며 아이와 마주보며 웃으려 노력한다.
아이라는 책은, 내가 지금까지 읽은 어떤 책보다도 어렵다. 내가 그 책을 들춰보지 못한 시간동안 그 책은 공고하고 복잡다단한 하나의 세계가 되었다. 그리하여 내가 따라잡아야 할 부분들도 꽤 많다. 하지만 그 어떤 책보다도 의미 있고 재미있기도 하다. 아이라는 책을 펼치자, 아이가 변하기 시작했다. 천성이 무뚝뚝하고 말수가 없는 아이라고 생각했는데 엄마에게 응석을 부리고 더 예뻐해달라고 와서 꼬리를 흔드는 강아지 같은 아이가 되었다. 동생에게도, 아빠에게도 더 부드럽고 너그러운 모습을 보였다. 결국, 그 책의 자물쇠를 열 수 있는 것은 사랑이었다. 그리하여 오늘도, 내가 더 사랑으로 가득한 사람이 되어 아이라는 책 안에서 더욱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아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엄마가 되어 아이의 뒤를 든든하게 받쳐줄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도 그 책을 빨리 펼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 학습성과 등 아이라는 책의 표지만 들여다보지 마시고, 아이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시라고.
오늘도, 나는 아이라는 책을 읽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