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은 출산이다 3. 투고하기
초보 작가 세명의 출간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저는 육아서 한권을 출간한 경험을 '출산'에 빗대어 쓰고 있어요.
9달 동안 아기가 심장, 폐 등의 장기 하나하나, 손가락, 발가락, 머리카락 까지 외면이 하나하나 완성되듯이
원고 활자 하나하나, 꼭지 하나하나를 완성하는 기간이 지나고
드디어 내가 쓴 활자들의 조합이 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아닌가를 가늠하는 시기가 옵니다.
그것이 바로 '투고'에요.
공들여 쓴 활자들이 책이라는 물성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것인지는 사실, 출판사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내가 더 힘을 주고 고통을 참으면 아이가 나오는 출산과는 달리, 책의 탄생은 저자의 손을 떠나 출판사의 손에 맡겨지는 셈이죠. 하지만 저는 이 과정을 출산의 진통에 빗대고 싶어요. 아이가 세상에 나오려고 하면 산모는 진통을 느끼게 되죠. 그 과정에서 산모는 여러 선택을 마주하게 됩니다. 진통을 계속 해서 자연분만을 할 것인지, 유도분만을 할지 제왕절개를 할지 같은 선택들이요. 책의 탄생도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투고를 해서 실패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출판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자비출판도, 전자책 출간도 가능해요. 그러니 이렇게 저렇게, 되든 안되든 힘을 줘봐야하지 않겠습니까ㅎㅎ
저의 경우, 혼자 글을 쓰고 투고를 했기에
출판사 연락리스트 같은 것이 없었어요 (글쓰기나 책쓰기 강의를 들으면 출판사 리스트를 준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무작정 서점을 가서 책 뒷편의 출판사 메일 리스트를 수집했지요. 그때는 찬밥 더운밥 가릴 겨를 없이 육아서를 한권이라도 낸 출판사라면 오케이! 접수! 하면서 기록했어요.
그렇게 무작정. 투고를 합니다.
잡상인이 된 듯한 느낌도 들거군요. 아무도 나를 부르지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을 안고 무조건 문을 두드려 보는 그런 마음으로 하나하나 메일을 썼어요. 그렇게 70여군데를 썼나봅니다.
누군가는 메일을 쓰자마자 전화에 불이나고 저랑 계약해주세요 러브콜이 빗발친다던데
저에겐 그런 극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더군요ㅎㅎ
이후에 온 연락의 대부분은 대형 출판사에서 보낸 확인 메일이었어요. 원고가 잘 접수되었음을 확인하는 메일로 검토 작업에 2,3주가 걸린다. 그 안에 연락이 없으면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달라는 메일이었죠. 그리고, 몇개의 자비출간 제안.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진통하는 시간만큼이나 길고 힘들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온 한 통의 메일. 원고를 이제 전달받았다는 편집자님의 메일에는 혹시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앞두고 있다면 조금 기다려 달라는 내용이었어요. 검토하고 다시 연락하겠다는.
마음이 쿵쿵대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조금 후회하기도 했어요.
누가 쓰라고 한 사람도 없고 혼자 쓰고자 하는 마음이, 말이 차올라서 쓴 원고인데
괜히 잔잔한 호수에 수십개의 돌들이 파장을 만들게 된 것 같아서. 그냥 잔잔한 채로 살걸 하는 마음이 들었거든요.
그리고 또 다시 온 메일. 시간을 달라는 출판사였어요.
글을 읽는 직업, 글을 매만지는 직업을 하고 있음에도
언제나 원고를 읽는 순간은 길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그럴 때마다 책상 앞으로 절 다시 끌어다 놓을 만큼, 원고가 좋았습니다.
그 어떤 조건을 붙여놓은 것보다, 이 글귀 자체가 제 마음을 울리더군요.
그렇게 저는 이 출판사와 계약을 하기로 합니다.
드디어, 긴 진통 끝에 책이라는 모양새를 갖추고 태어나게 된 저의 원고.
이제와 생각하면 초보여서 무모했고 용감했던 것 같습니다. 출판사들만의 결이나 방향은 무시하고 그저 '내 책을 만들어줘' 라는 생각으로 들이댔거든요. 지금 와서 제가 투고한 출판사 메일리스트를 보면 주로 인문서를 내는 곳, 육아서지만 에세이 위주로 출간하는 곳 등 제 원고와 동떨어진 곳들이 꽤 많아요.
그럼에도, 투고를 하며 느낀 것은 아무리 색깔이 다른 출판사지만 책을 다루는 곳이기에 마음을 다해 응원해주는 분들이 있다는 거에요.
치열한 삶을 살다 육아에 매진하게 되면서 느낀 점을
진정성 있게 잘 풀어주신 것 같습니다.
눈길이 가는 원고이지만 최근 ***에서 펴내는 도서들과는
다소 방향의 차이가 있어 저희가 출간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에 관심 갖고 투고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긍정적인 답변 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구성이 탄탄하고, 글이 매끄러워 곧 방향이 맞는 출판사를 만나시리라 생각합니다.
자동 답신이 아니라, 이런 진정성있는 답을 받았을 때는 분명 거절임에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제가 쓴 글이 결코 쓸데없는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입증받았으니까요.
그러니 여러분,
이렇게든 저렇게든 힘을 줘봅시다.
끙차 끙차 조금 더 힘을 주면 곧 여러분의 책이 나올거에요!
힘든 진통의 시기를 지나 만나는 책은 얼마나 더 예쁘고 사랑스러울지요.
한 말씀만 더 드리자면, 누군가에게는 1%의 확률이라도 그것이 내 일이 되는 순간 100%가 되는 일들이 있어요. 출간이 바로 그러합니다. 객관적으로는 1% 미만의 확률일지라도 누군가 내 원고를 예쁘게 봐주고 선택했다면 그 순간부터 나에겐 그것이 100%의 일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 포기 하지 말고 내 자식 같은 원고의 탄생을 위해 힘 줘봅시다!
다음 글에선 그렇게 힘들게 태어난 책은 어떻게 자라났는지. 이야기 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