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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Apr 10. 2023

쓰는 마음

출간을 목표로 한 글을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 주제 선정이다.

먼저 책 한 권 분량의 원고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에 요즘 뜨는 이슈나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하고 접근해서는 절대로 한 권 분량만큼의 글을 써내기 힘들 것이다.

일단, 쓰고자 하는 주제가 나의 관심분야여야 하고,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잘 아는 분야, 그리고 여러 에피소드들을 끄집어낼 수 있을 만큼 내 생활에 밀접한 분야여야 한다.

그렇게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첫 번째다.


그리고 가장 힘들고 고된 작업인 한 권 분량의 원고를 써내는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한 권 분량의 원고는 https://brunch.co.kr/@minah07/63 <그래서, 원고는 어떻게 쓰면 되나요?>에서 확인해 보자.]

책을 쓸 때 호기심, 재미, 유용함, 아름다운 문장 등을 담아내는 기술적인 부분들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내가 생각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부분은 중도포기 없이 한 권의 분량을 써내는 힘, 즉 꼭 써야만 한다는 열망이라 생각한다.

목표와 열망이 바탕이 되지 않으면 절대로 한 권 분량의 글을 써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잘 쓰고 못쓰고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주제로 한 권 분량의 글을 쓰지 못해 중도포기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일단 많이 써놔야 거르고 걸러서 그나마 괜찮은 원고를 건질 수 있다.

처음엔 열의에 타올라 쓰기 시작하더라도, 금세 열의는 사그라들고 '잘 쓰지도 못하고, 필요한 것 같지도 않은 이 글을 누가 읽지?'와 같은 오만가지 걱정거리로 인해 계속 쓰는 게 힘들어지기 마련이니까.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하고, 언젠가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청소업체 사장이었다.

특이하다면 특이한 직업을 가진 나는 청소업을 하는 내내 수시로 강성고객들로 인해 이 직업을 계속 이어나가는 게 옳은 선택일까를 고민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고반장(류승룡)이 이무배(신하균)에게 "니가 소상공인 존나게 모르나 본데, 우린 다 목숨 걸고 해, 이 XX 놈아!"하고 외치는 장면이 있다.

영화 속 수많은 장면, 수많은 대사 중에 내 뇌리 속에 깊이 각인된 건 , 그때 그 치열함 속을 걷고 있던 나의 마음이 그대로 겹쳐 보여서였던 것 같다.

나는 그때 자존심이고 뭐고 정말 목숨 걸고 열심히 일했다.

목숨 걸고 열심히 차곡차곡 쌓아 올린 기술들과 명성을 일부 강성고객으로 인해 '이쯤에서 놔버릴까'를 고민해야 했던 시간들 속에서 억울함으로 똘똘 뭉친 분노들은 내 안에 켜켜이 쌓여가고 있었다.

분명 어느 때라도, 어딘가로 분출되어야만 했었던 이야기들이었던 것이다.

아무도 내 삶에 관심도 없을 것이고, 귀 기울여 듣거나, 공감이나 위로를 해줄 것 같지는 않았기에, 말할 수 없었던 그 울분들을 어디라도, 누구에게라도 속시원히 속엣것을 다 드러내 보이고픈 열망이 있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그저 대밭에 외칠 수도 있었지만, 그보다 나는 구체적으로 누군가 내 맘을 읽어주길 바랐나 보다.

그래서 나의 대밭은 '책'이 되었다.


내 첫 번째 책 [청소일로 돈 벌고 있습니다]는 열망의 산물이다.

내 안에 켜켜이 쌓인 묵은 이야기들을 다시 복기해 보며 선정한 소주제들만 처음에 50개가 넘었다.

그렇게 많은 꼭지들을 적어 내렸지만, 비슷한 내용들이 반복되는듯한 글들은 빼고, 재미있지도 의미 있지도 않은 듯한 글들을 추려내니, 막상 쓸만한 글은 몇 개 되지 않았다.

내가 잘 알고, 나만 잘 아는 주제를 선정해도 이럴진대, 잘 모르는 분야를 선택했다면 아마 머리를 쥐어짜도 나오지 않는 글 때문에 씁쓸하게 중도포기를 선언하게 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한때는 누군가의 책을 읽으며 '와, 이런 책도 출판사에서 내주는구나', 혹은 '특별히 문장이 멋지지도, 특별히 와닿지도 않은 이런 일기 같은 글도 출간이 되는구나'라는 오만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머릿속에 산개해 있는 말들과 이야기들을 지면에 일목요연하게 담아내는 일은 쉽지 않고, 그것을 한 권의 책 분량만큼 끈기 있게 적어내는 건 더더욱 쉽지 않다.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넘쳐남에도 한 권의 책 분량을 써내는 작업은 정말 쉽지 않은 일임을 뼈저리게 느낀 이후로는 어떤 책이든 모든 책은, 누군가의 '피, 땀, 눈물'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일단 원고만으로 이럴진대, 투고와 출간까지의 과정이 담겼다면, 이젠 세상의 모든 책은 그 안에 지닌 힘들었을 시간의 무게만큼 그 자체로 소중하게 여겨진다.


적정분량의 원고를 만들어내고 나면, 잘 쓴 글인지 못쓴 글인지 판단하거나, 이 책이 누군가에게 읽혀 한 사람에게라도 가 닿길 바라는 작가의 작은 소망 따위는 나중문제다.

일단 출판사 편집장의 마음에 들어서 원고가 출간되어져야 한다.

[물론 자비출판, 전자출판등 다양하게 출간을 시도해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책 한 권을 내기 위해선 당연히 출판사의 문을 두드려봐야 하니까.]

출간이 돼야  잘 쓴 글이면 칭찬을 받을 것이고, 못썼다 비판도 받고,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읽어볼 것 아닌가.



2022년 4월. 그러니까 딱 일 년 전에 나는 책 한 권 정도 분량의 글을 완성하고 출판사에 투고했었다.

가끔 작가님들이 그런 얘기를 한다.

그 정도의 분량을 어떻게 써냈는지 되돌아보면 신기하다고.

나도 마찬가지다. 1년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이었길래 이 책을 어떻게 썼지?

내 안에서 나온 책인데 가끔 책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참 생경하게 다가온다.

황당하기 이를 데 없겠지만, 그 시간에 존재했던 또 다른 나의 생각들이 낯설고 오늘의 내가 그 시간의 나에게 배울 점을 찾기도 한다.


식상한 얘기지만 그냥 일단 써보는 거다.

'입 놀리느니, 몸 놀리는 게 낫다'라고 매일 입으로 '이 걸 언제 다 써' 하고 푸념만 내뱉는 것보다는 일단 손가락을 열심히 놀려서 한 꼭지 한 꼭지 완성해 가면 된다.

쓰다 보면 분명 어느 지점엔 끝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세명의 초보작가가 모여 어설프면 어설픈 대로 초보만이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출간기에 대해 적어보자 하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 또한 그때와 똑같은 걱정들이 자꾸 나의 발목을 잡아채고 있음을 깨닫는다.

언젠가 그럴 날이 올진 모르겠지만, 한 5번째 정도의 책을 쓸 때도 나는 또다시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을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때도 마찬가지도 일단 써보고 생각하면 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원고가 얼마만큼 좋든, 어떤 것을 남기든, 마음을 파고드는 결정적인 문장이 있든 아니든 그냥 원고를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는 것을.

퇴고의 과정에서 수많은 새로운 신박한 단어들이 재생산되고, 여러 글들 중 하나정도는 이 글은 나 혼자 읽기에는 아까운데?라는 말도 안 되는 자의식이 생겨나게 하는 것도 일단 수많은 글들이 만들어져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책으로 출간됨을 목표로 한 지금 나의 글쓰기 또한 어느 순간 첫 책을 쓰면서 마주했던 마음가짐으로 되돌아가 있다.

일단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혹은 죽보다 못한 미음이 되더라도 일단 써보자.

뭐라도 만들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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