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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혜 Apr 14. 2023

이 원고가 책이 될 수 있을까?

'일단, 한 번 써보자'

로 시작한 글쓰기 원고가 한 권 정도의 분량이 되어가면서 슬슬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책을 내기 위해서는 출판사에 '투고'[의뢰를 받지 아니한 사람이 신문이나 잡지 따위에 실어 달라고 원고를 써서 보냄. 또는 그 원고]라는 걸 해야 한다는데, 일단 책이 되든 뭐가 되든 투고를 할 상황에 놓인 것만으로도 작가 비스므리한 무엇이 된 것 같아 왠지 어깨가 으쓱했던 기억이 난다.


막상 투고를 하려고 보니 투고를 어떤 식으로 어디에다 해야 할지 아무런 정보도 없었던 나는 현대인의 당연한 수순을 밟기로 했다.  

초록색 검색창에 '투고하기'를 쳐 보니 '투고를 100군데 넘게 했으나 한 군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좌절의 글과 '투고를 했는데 몇 곳에서 연락이 와서 고민이다'라는 등의 글들만 있었지, 투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투고과정에서 내가 함께 보내야 할 정보들은 뭐가 있고, 그 이외에 내 원고가 채택될 수 있도록 나를 어필하는 방법들은 뭐가 있는지에 대해선 그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막막했던 즈음 내가 꾸준히 책을 읽고 리뷰를 올리는 플랫폼, 인스타에서 알게 된 작가님께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벌써 두권이나 자신의 책을 출간하셨기에 투고과정에 있어 내가 궁금한 것들을 물어볼 수 있을듯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미 몇 년 동안 알고 지냈지만, 오프라인에선 일면식도 없는 데다 작가님의 책을 통해서 알고 있던 모습 이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기에 개인적인 필요에 의해 이루어지는 첫 통화가 굉장히 조심스러웠다.

어쨌든 투고의 정보를 알아내야만 한다는 결의는 민망함을 잠시 외면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렇게 작가님과 통화를 했다.


작가님은 이미 내가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원고를 준비 중에 있었던 건 알고 계셨던 터라 원고를 올리고 있던 브런치주소를 말씀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시며 조심스럽게 자기 본캐를 밝히시는데 유명한 출판사에 근무하신다는 것이 아닌가!!

그냥 투고팁을 좀 얻어볼까 하는 마음에 연락드린 것이었는데 출판사 직원분의 입장에서의 투고에 대한 모든 것을 얻게 된 것이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기면서 처음의 민망함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채, 이것저것 신나게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 긴 대화를 통해 나는 아주 커다란 것을 놓쳤다는 것을 깨달았다.

출판사에서는 잘 쓴 글보다는, 팔릴만한 글을 선호하고 채택한다는 것이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유려하지도 힘이 있지도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 오히려 특이한 직업의 세계를 쓴 나에겐 유리한 상황인가?'잠시 생각해 보며~


아무튼 그런 출판사의 원리는 생각해 보니 당연한 거였다.

나만해도 대충 줄거리만 알고 책을 선택하거나 추천사, 심지어 표지만 보고 선택했던 책들도 있었기에 잘 쓰고 못쓰고는 일단 선택받은 후의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이런 책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데 책이 출간되었다 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책을 읽는 독자들은 늘지 않고, 1년에 평균 책 한 권도 안 읽는 나라에서, 더구나 1인출판, 자비출판, 전자출판등 책을 내기 위한 다양한 수단이 생기고 있는 와중에 책을 출간했는데 안 팔리는 책이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출판사가 떠안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글을 쓰는 작가나 독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했지 한 번도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은 어리석음에 순간 민망함이 밀려왔다.




작가님이 책을 출간할 때 충고했던 팁들을 살펴보자.

일단 내가 출간하고자 하는 장르의 책이 나온 출판사들을 먼저 살피고, 투고메일을 보낼 때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한번 언급하는 걸 추천하셨다.

적어도 불특정다수의 출판사에 원고만 던져놓고 '하나만 걸려라~'하는 기본 매너도 갖추지 않은 태도는 안 좋다는 뜻이겠지.

아무튼 그렇게 작가님은 뽑아놓은 출판사 메일 리스트까지 보내주셨다.

보통 눈길이 가는 50개 정도의 출판사에 먼저 투고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도대체 출판사가 얼마나 많길래 50군데에 보내나 하고 찾아보니 우리나라에는 2000개도 넘는 출판사가 존재하고 있었다.


만약 메일 리스트가 없다면 개인적으로 나의 원고와 비슷한 결이 출간된 출판사의 메일을 일일이 찾아보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한국출판인회의/ 대한출판문화협회 사이트로 들어가 출판사들 목록을 보고 어떤 계통의 책들이 출간되는 출판사인지 확인한 후 출판사 홈페이지 투고메뉴에서 바로 투고를 진행해도 된다.


< 책의 맨 앞장이나 뒷장에 출판사의 홈페이지주소와 메일주소가 나온다 >


그리고 투고할 때 같이 보낼 출간기획서를 아주 정성 들여 만들라고 하셨다.

당연히 원고와 메일 내용만 보내면 될 줄 알았는데 출간기획서란 것도 제출해야 하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하루에도 몇십 부씩 쏟아져 나오는 원고들을 일일이 읽어보는 것 또한 불가능할 것이고, 아마도 PPT를 열어보고 대략적인 줄거리와 작가의 연혁, 그리고 그 안에는 구체적으로 판매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지 홍보방법과 수단도 적으면 좋다고 말씀하셨다.


이때쯤 드는 의문.

그 당시 나는 아직 작가가 되지도 않아 놓고 '작가들은 글만 쓰는 것 아닌가?, 홍보는 출판사에서 해주는 것 아닌가? 내가 내 글을 홍보한다니 좀 남부끄럽지 않나' 하면서 되지도 않은 허영심만 잔뜩 부풀어 있었던 것 같다.


일단은 책 출간이 목표였기 때문에 나름대로 머리를 굴려가며 열심히 PPT를 만들었다.

간결하되 필요한 내용은 정확하게 들어가도록 대략 7페이지 정도로 구성했다.


< 출판사에 보냈던 PPT >     

제발 한 군데서만 연락 와라~~~ 하는 마음으로 첫날 40개 정도의 출판사에 투고를 했다.

그리고는 거의 매초마다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메일창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했었던 것 같다.


투고 당일 저녁,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첫마디에 난 머릿속은 하얘지고 훅 들이 닦친 행복감에 두통마저 느껴지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OO출판사 대표 OOO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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