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템과 입지의 연결성
고시원 창업 아이템을 떠올리고, 이번에도 가장 먼저 시도한 방법은 책으로 읽어보는 것이었다. 고시원킹을 읽으면서 고시원이 권리금이 있는 특수물건이라는 것과, 고시원넷에서 고시원 매물을 다루는 부동산과 컨택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도서관에 수익형 부동산을 다루는 책은 많지만, 원장의 고시원 창업 이야기는 이 책으로서 대신한다. 술술 한 자리에서 다 읽은 후, 고시원넷에서 부동산 매물을 찾아보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전화를 돌렸다.
고시원매매는 고시원넷
고시원넷에 들어가면 서울 경기권의 등록된 고시원 매물을 볼 수 있다. 보통 한 자치구별로 3 페이지 내에서 해결 할 수 있다. 매물 수도 적고, 빠르게 거래가 완료되는 덕분인지 1개월 전의 매물이더라도 전화해보면 이미 매매가 완료되었단다. 현재 합매가를 1억원 선에서 본다면 내가 볼 수 있는 매물이 정말 없었다. 고시원 창업도 이제는 유튜브 열풍이 불어온 만큼, 권리금만 1억원 이상 그들만의 성벽이 참 높다.
고시원넷에서 생각한 합매가에 맞춰서 매물을 정리해보니, 대부분 같은 부동산에서 여러 매물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한 개의 약속을 잡고 나면 모든 부동산에서 후속 연락을 주시니, 매물을 보러 가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답을 빠르게 말씀드리면 좋다. 처음부터 생각한 지역으로 좁혀서 말씀드리면, 매물 정보와 주소를 바로 주시니 시간을 아낄 수 있다. 가장 헷갈렸던 것은 받은 매물의 업종이 다 달랐던 점인데, 예를 들어 숙박업인 달방은 장기 투숙을 받거나, 리모델링으로 에어비앤비 등 사업을 확장할 수도 있다.
1억원으로 고시원 창업 가능할까?
1억원 초반으로 고시원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서울 경기권의 고시원 업종수가 많은 자치구들은 진입하기 어렵다. 서울 경기권의 고시원이 많은 행정동과 연립/다세대 월세가격을 뽑아서 다 비교해 보았지만, 초보 원장에게 1억원의 자금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부동산 연락을 받고 제일 첫째로 방문한 곳은 외창과 내창이 섞여있는 올 원룸텔이었다. 룸 수는 적었지만, 쾌쾌한 냄새가 나거나 하지 않고, 관리가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운영 할 수 있는 룸 수가 매우 적었고, 결정적으로 고시원 업종이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에는 들었지만 이틀에 걸쳐서 거절하였다. 이런 환경이라면 나도 운영해볼 수 있겠다, 3초의 용기가 솟아나기도 한 곳이라, 사진을 제일 많이 남겼던 곳이다.
이후 방문한 곳은 양천구와 부천시의 올미니룸 고시텔이었다. 미니룸은 내창과 외창이 혼합되어 있었고 룸수도 많아서 수익률도 좋았다. 하지만, 실제로 눈 앞에 마주한 운영의 현실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오래된 건물의 쾌쾌한 공기와 냄새라던가, 화장실과 부엌의 관리, 여러 시설의 문제가 한 눈에 들어왔다. 공간 운영에 힘써보자는 패기를 앞세우기에는 내가 가진 자금은 너무나 소중하고 귀엽다.
고시원 창업은 권리금의 싸움
고시원은 보증금과 권리금을 합친 합매가 기준으로 수익률을 계산하는데, 가장 중요한 건 룸의 수이다. 이 때, 공실의 수가 몇 개인지, 만실률에 따른 수익률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방문한 곳은 모두 공실도 한 두개 뿐이고, 순이익도 나쁘진 않은 곳이었다. 하지만, 높은 권리금으로 쉽게 진입이 어렵고, 진입이 가능하더라도 1년을 넘게 버티지 못하고, 다시 매매되는 현실이다. 고시원은 권리금으로 임차하는 특수물건이기 때문에, 인수한 공간을 바로 리모델링 한다거나, 사업을 확장하는 일이 나에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고시원 창업을 고려한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금 조달이다. 소상공인이라면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창업 자금 지원이 가능한데, 이는 실제로 창업에 소요된 비용에 대해서 창업 이후 지원 받을 수 있는 자금이다. 고시원의 경우 예비 창업자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경로는 직장인 대출 말고는 딱히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조달 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이 없다면, 초보원장으로서의 사명은 어디까지나 부수적이지 않을까.
창업 아이템은 조금 더 작게,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다시 찾아볼 생각이다. 지금 이 일지들이 나중에는 큰 원동력이 되어 돌아오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