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활, 너와 나의 상식을 협상하는 장

by 변민아

*이 글은 2017년 서른넷 어느 여름에 작성한 것입니다.




결혼한 지 2년이 조금 넘었다.

선배들은 아직도 결혼생활에 대해 말하려면 멀었다고 할지언정

지금까지 내가 느낀 바에 의하면

결혼 생활은 너와 나의 상식에 대한 협상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돌이켜보니 싸울 때마다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이거였다.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니?”

그러면 남편이 받아치는 이 말.

“나한텐 그게 상식이야!!!”


수학 공식이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으니 이제 상식이 날 괴롭힌다.



[상식]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포함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의 이 정의에 의하면,

내가 아는 게 상식임을 증명하려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알고 있는 것임을 밝혀야 하는데,

이 싸움에서는 사람을 동원할 수가 없으니 엄마, 아빠, 오빠, 내 친구를 말을 계속해서 소환한다.


한 가지는 설거지 후 수세미도 깨끗이 빨아 널어야 한다는 상식을 파괴했던 때다.

김칫국물과 고춧가루로 덕지덕지 묻어 있는 수세미를 보니,

‘설거지를 했다’는 더 큰 팩트보다 그게 너무나 화가 나 나도 모르게 상식을 운운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그것 자체는 잘못된지 알았음에도 내가 상식 운운하며

자신을 상식 밖, 상식 이하의 사람으로 몰아세운 것이 화가 났던 것이리라.


저건 그래도 누가 봐도 내 편을 들어줌직 하지만, 사실상 어떤 건 무엇이 상식인지 헷갈리는 것도 있다.

다만, 우리 집에서는 그렇게 자랐고, 그것이 상식이었고, 심지어 그걸 지키지 않아 벌을 받기까지 할 정도로 엄격한 하나의 룰이었기에 그걸 지키지 않는 건 상식 밖의 일이 된 것일 테다.

그러니 거기서 말하는 상식은 상당히 주관적이면서 사적이고, 나만이 이해하고 있는 지식이니 상식이 아닐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내가 살아온 삶에서는 그것이 상식이었으니 상식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것을 문화나 제도라고 부르는 건 너무 거창하여 상식이 더 알맞은 표현이라 생각한다.


결혼 1년 차때보다 확실히 덜 싸우는 이유는,

이제 상식을 협상하는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상식을 협상한다는 게 조금 말이 이상하지만,

시대가 변했으니 표준어 정책을 바꾸는 것과도 비슷하겠다.

지금까지 나의 삶에서는 이게 맞았으나,

너와 함께하는 삶으로 바뀌었으니,

나의 룰에 융통성을 조금은 부여해보겠다는 뜻이다.

그렇게 상식의 선을 서로 조율해나가며

때로는 물러나고, 때로는 주장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더 물러지고 물렁물렁해지다

상식의 충돌이 사라지면서

1+1=1이라는 결혼의 공식을 이루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덧

2020년 11월 현재의 나는 약간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

1+1=1이 되는 결혼이라기보다

[불완전한 존재+불완전한 존재 = 제3의 불완전함]

이라고 결혼을 내리게 되었다.

어차피 불완전할 뿐이니

어느덧 그 불완전함에 대해 대체로 그냥 넘어가는 경지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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