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자전적 에세이스트 Jul 31. 2020

어디선가 저 멀리 복숭아가 단단히 여무는 소리

 빨갛게 잘 여문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면 비바람을 견뎌낸 과육의 단단함이 경쾌하게 밀려온다. 


 이 뜨거운 여름날, 내게 오기까지 이 복숭아는 천천히 익어왔겠지. 속이 꽉 찬 복숭아를 한 입 베어 물며 나를 지키는 것들을 반추한다. 일상을 잘 영위하는 일은 때로는 사소하고 또 별 일 아닌 듯 하지만 내 안과 밖을 여실히 다지는 일이다. 내가 소중하게 쌓아 올린 내 일상은 단단하게 켜켜이 쌓여, 세상의 그 어떤 모진 풍파에도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곤 한다. 


 지금 놓치면 다시는 챙겨 먹지 못할 나의 한 끼 식사를 잘 대접하는 일.

 나도 모르게 내 안에 곪아 터진 상처가 없는지 내 안을 살피는 일

 긴 호흡과 잠깐의 멈춤으로 내 안의 불안과 걱정을 내보내는 일.

 인생의 찰나 속, 내가 찾아 나서기만 하면 반짝이는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응당 누리는 일.


 내가 가장 나다울 수 있고, 나라는 사람을 견고하게 지켜주는 나만의 색 그것은 바로 나의 일상.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규칙적으로 나를 살피고 챙기는 행위를 반복하며 나는 나와 잘 지내는 법을 배워간다. 나만의 방식으로 내 일상을 잘 보내는 일은 곧 나와 가장 친하게 잘 지내는 일이다. 나는 타인이 아니라, 나와 가장 잘 지내고 싶다. 


어디선가 저 멀리 달큼한 복숭아가 단단히 익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나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당신도 안녕하신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