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끝과 2025년의 시작
2024년의 마지막날을 시작하면서 '가장 평소처럼' 보내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한 해의 첫날과 마지막날은 뭔가 소중한 새하얀 물건같아서 — 괜히 더 소중해서 "특별하게" 만들어야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마지막이란 이유만으로 이렇게 아쉽고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질수있나. 날짜는 사실 2024년 12월 31일이나, 2025년의 어느하루나 똑같은 하루인데 말이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마지막날과 첫날이면 마음이 다르다. 그건 아마도 다시오지않을, 지나간 2024년 한 해의 '시간'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2024년의 마지막날, 2025년에 있을 수많은 하루가 12월 31일인 이 하루와 같다는걸 똑똑히 기억하고, 하루하루를 귀하게 일상의 기쁨을 음미하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마음껏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F45 아침운동을 갔다. 9월부터 시작된 운태기로 운동을 쉬어버리니, 그간 차곡차곡 쌓아온 내 일상루틴이 무너지는 걸 느꼈다. 몸이 무거워지니, 단순히 '살이찐다' 라는 느낌을 넘어서 — 무기력함과 기본적인 에너지레벨이 낮아지는 경험을 했다.
내적으로 좀 힘든시간을 보내는 나에게 남자친구가 제안을 했다. "나랑 같이 10회만 끊어서 다시 운동 시작해보자!" 그말이 어찌나 고맙던지. 그렇게 12월부터 조금씩 내 몸을 깨우고 있다. 그랬더니 다시금 에너지가 차오르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2024년의 마지막날은 희망이 가득한, 새로운 시작이다.
그리곤 흑백요리사를 보면서 평소 너무 가보고싶었던 경동시장에 있는 이모카세님의 안동국시집에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생각보다 웨이팅이 길지않았고, 과식하지말자는 우리의 다짐과 함께 — 안동국시 1그릇, 수육, 배추전을 사이좋게 나눠먹었다. 과하지않게 딱 필요한것만 넣은 정갈한 음식. 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식사였다.
그리고 집에와서 크리스마스때 서로를 위해 정성스레 고른 편지지에, 꾹꾹 눌러쓴 편지를 들여다본다. 나는 원래 편지쓰는걸 너무 좋아하기도 하지만, 또 손편지만이 줄수있는 마음이 좋다. 그리고 이건 남자친구한테 배운건데, 손편지를 쓰고 그 편지를 상대에게 직접 읽어주는것이다. 처음에는 좀 오글거리나? 싶었는데, 이게 생각보다 정말 좋았다. 좀 더 깊숙히 마음이 전해지고, 그 여운이 오래 남는다.
24년 여름, 남자친구의 제안으로 10년 뒤 나의 모습에 대해 적어봤다. 2024년 9월이었으니까, 2034년 9월의 나의 삶에 대한 글이다. 이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냐 하면은 — 남자친구는 팀 페리스 (Tim Ferris) 팟캐스트를 즐겨듣는데, 한 에피소드에서 '디자인계의 대통령' 이라 불리는 데비 밀먼 (Debbie Millman) 을 인터뷰하면서, 그녀의 "10년 후의 삶을 위한 계획 (Your Ten-Year Plan for a remarkable life)" 에 대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그녀가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밀튼 글라이저 (milton Glaser)의 제자였을때 — 처음 시작한 것인데, 10년 후 자신의삶이 어떤 모습일지 매우 구체적으로, 이미 이루어진 것처럼 글을 쓰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매년 다시 읽으면서, 이를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 방법은 우리의 삶에 대한 행동과 패턴에 대해 "의식적인" 인식을 만들어주면서, 꿈꾸는 삶에 더 가깝게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실제로 그녀도 직접 경험했지만,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들 또한 놀라울정도로 정확히 현실이 되곤 했다고 한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금은 꽤나 먼 미래같아서, 소설을 읽는 거 같은 느낌을 주긴하는데 — 재밌는건 서로가 각자 '무게감' 을 두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거다. 확실히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디테일' 이 있다. 그래서인지 이 사람에 대해 한층 더 알게되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나자신에 대해서도 말이다. 그리고 서로가 원하는 삶을 들여다보고, 상상해보는건 꽤나 재밌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2024년 마지막날, 서로의 10년 후의 삶에 대한 글을 다시 읽어줬다.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하나씩 만들어갈 우리의삶에 “희망이 가득함” 을 느낀다. 2025년 12월 31일에 이 글을 다시 읽었을때, 우리는 어떤모습일까? 하는 기대감까지 말이다.
그렇게 2025년 1월 1일 아침이 밝았다.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평소와 다름없이 해가지고 해가 떴다. 그저 시간이 흘러 달력이 넘겨졌을뿐인데, 희망이 몇배는 충전되니 참 신기하고 좋은 날이다.